모든 시민은 기자다

정치판은 국민에게 제압당했다

[주장] 국민이 프로슈머로 나선 정치... 훌륭한 정치배우 등장해야 한다

등록|2008.06.08 02:48 수정|2008.06.08 02:49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판은 국민이 좌우한다. 정치인이 권력을 둘러싼 이해 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동안 국민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통치의 정당성과 국민주권의 진정한 확보와 확인을 위해 길거리에 나섰다. 그리고 벌써 한달 동안 대한민국 시민들은 수준 높은 양식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겉으로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위한 정부의 자발적 불평등 협정에 관한 분노이지만, 그 내용은 수준 높은 정치를 요구하는 내용, 국정 리더쉽에 대한 비판 및 국민배제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책에 관한 불신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정당은 그저 둘러리에 불과하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뿐만 아니라, 정당에 대해서도 비호감이다. 국민이 스스로 나서는 동안 당신들은 무얼했느냐는 얘기다.

한국 정치의 그랑드 마담(Grande Madame)으로 자리매김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도 친박연대(당) 복당으로 온 마음을 두고 있는 듯 시민의 분노와 요구에는 별반 대응이 없다. 한나라당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민주당도 참여언명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서지는 않았고, 그런 점은 선진자유당도 마찬가지다.

정당들이 말로 하는 반면, 시민들은 행동으로 나섰다는 얘기다. 정당은 정치적 이슈를 시민에게 선점당했고, 정당의 역할은 아주 미미하다. 야당조차도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의 혜택 정도를 국민으로부터 받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 그들은 누구인가!

억새풀처럼 강인하게 자라난 시민들이다. 국민의 60%가 대졸자라고 한다. 이미, 정치인의 전문성과 능력은 국민들에 비해 새로울 것도 없고, 특이하지도 않다는 얘기다. 영어난국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마도 많은 시민들이 국회의원들보다도 영어를 유창하게 할 것이다.

도덕성? 일반시민들이 의원들보다 도덕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전문성? 대부분이 전문성으로 취업하는 시대이다. 한 달간을 데모하면서도 국민 스스로에 의한 불법과 폭력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상에 이런 데모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1~200명이 나서는 데모도 아닌, 수천, 수만, 수십만이 나서는 데모에서 말이다. 이건 기적이다. 대한국민은 이미 선진국민이라는 얘기다.

그런 대한국민이 상대를 하는 대상은 바로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위임자들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바로 이 위정자들의 무능과 안일함에 대한 질타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전임대통령인 노무현씨에 대한 질타도 국민에 의한 것이었다. 이것은 좌우대립논리가 아니라, 명분과 정당성과 정책의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정치의 명분과 내용을 가지고 나서는 국민을 이길 세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국민은 역사적으로 항상 승리해왔던 것이다.

적어도 한국정치 60년은 그렇게 흘러왔다. 이승만 독재권력이 누구에 의해 붕괴되었던가. 시민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유신독재가 누구에 의해 종지부를 찍게 되었던가. 시민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5공화국이 누구에 의해 종식되었는가. 시민에 의한 것이었다. 6공화국이 어떻게 존립하게 되었는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국민에 의한 것이었다.

노무현, 이명박씨가 누구 덕에 대통령이 되었는가. 국민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국민을 무시하고 독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희대의 어리석은 멍텅구리가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전제군주도 민심을 이기지 못하였거늘, 어찌 국민의 돈으로 봉급받는 5년 단임 계약직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려한다는 것인가. 정치인들은 정치의 무대에 올려진 배우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 관객은 국민이다. 자기 돈으로 관람비를 내는 관객이라는 것이다.

정당은 엔터테이너이다. 수준 높은 국민에게는 수준높은 정치가 공연되어야 할터인데, 3류 단막극으로 자화자찬하는 배우를 보고 있기가 민망하여 관객이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비난에 대해 배우가 자기고집을 부리는 터라 관객이 환불을 요구하면 어떻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형편이다. 엔터테이너도 국민에게 이미 신세를 진 터라, 나서지도 못하는 수준이 아닌가.

2008년 6월부터 대한민국 정치판은 국민이 주도하고 있다. 국민은 더이상 정치의 소비자(consumer)일뿐만 아니라 생산자(producer)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주도권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주 훌륭한 정치배우가 등장하기까지는….
덧붙이는 글 *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처음으로 쓴 용어입니다.

권오성 기자는 국민정치협의회(www.onmadang.com)대표이고, 정치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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