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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민주주의 본질 알아야

평화로운 촛불시위 벌이는 대한민국 미래, 긍정적

등록|2008.06.09 16:07 수정|2008.06.09 16:07
내가 한국에 온 지 이제 거의 6년이 되었지만 와서부터 5년 동안 (2002년 9월부터 2008년 초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일을 잘 못하고 경제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합치면 딱 10년이다. 어느 나라에게나 긴 시간이지만, 대한민국 상황에서 10년은 거의 한세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들이 아주 빨리 바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대선 때 한나라당 홍보팀은 DJ+노무현 재임기간을 합쳐 '잃어버린 10년'이란 슬로건을 만들어 냈다. 아주 잘 만든 문구다. 간단하고 쉽고 한 번만 들어도 잊어버릴 수 없는 문장이다. 안타까운일인데 정치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주로 슬로건을 만드는 것뿐이다.

사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은 한나라당 정치인들 뿐이다. 그들은 10년동안, 여당의 자리도 내주었고 대통령을 보좌하지도 못했다. 이 기간이 그 사람들에게 대단히 답답한 시대였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무튼 한나라당이 만들어 낸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슬로건은 국민들의 희망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10년 동안 DJ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에 익숙해져 자신도 모르게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바꾸었고 '옛날' 정치 방식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에 관해선 아직도 박정희를 그리워 하는 이들이 많다. 아마도 그 시절만큼 한국 경제가 빨리 발전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인 듯하다. 최근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자, 국민들은 '박정희'와 같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을 것이고, 그게 아마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지지'로 나타났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 국민들은 박정희 시대와 같은 경제 성장은 원하지만, 박정희와 같은 정치 방식을 원치 않다는 점이다. 핵심은 민주주의이다. 아마 이명박이 강한 지도자와 독재자라는 것을 헷갈려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한국 국민들이 이 점을 깨달았지만 아직도 깨닫지 못한 정치인들이 많다. 그러니 촛불집회를 벌이는 사람들을 조종된 사람이라고 말하고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무시하면 안 되고 듣는 척만 하지 말고 진심으로 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 덕분에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가 만든 정책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들이 만든 정책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을 지고, 정치권이나 여당을 방패로 삼아선 안 된다.

셋째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뭔가 안 되거나 뭔가를 잘못하면 책임자가 있어야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벌이는 원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젠 그 이유가 바뀌었다고 본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다 들어줘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은 5년동안 너무 힘들 것 같다. 진심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먼저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물론 내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부족하지만 몇 년 동안 한국에 살고 한국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최근 촛불시위를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주 긍정적이라는 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국 국민들은 평화롭게 시위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위 덕분에 앞으로 이명박이나 다른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아무 정책이나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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