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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규의 미디어워치] 이대통령에게 '절망'하고 진퇴를 거론한 신문들

등록|2008.06.09 18:11 수정|2008.06.09 18:11

▲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오찬회동 모습. ⓒ 청와대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은 끝까지 줄다리기를 할 생각인가 보다. 촛불 시민들로 대표되는 '성난 민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끝내 '성난 민심'과 힘겨루기를 계속할 생각인가 보다.

왜냐하면 이 대통령은 촛불시민들을 '불온'하게 보고 있다. 6일 불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속내의 일단을 내비췄다. "이런 저런 세력이 자꾸 가세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거나 "한총련 학생들이 가담하고 있어 걱정"이라는 발언에서 그 심중을 헤아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촛불 시위 관련 청와대 보고에서 "1만 명의 양초를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고 했다. 지난 5일 고위공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촛불집회와 거리시위 배후에는 누군가 불순한 배후와 조직이 있다는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대해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는 "활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종교계 인사들과의 회동에서는 "세상을 밝게 하려는 그런 점도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앞서의 발언들에 비춰 볼 때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 대통령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상황에 따라 쉽게 말을 바꾼다는 점을 고려할 땐 더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촛불은 활력일까 불순일까

▲ 미국산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둘째날인 6일 저녁 촛불문화제가 서울 시청앞 덕수궁부터 세종로네거리까지 학생과 시민들이 가득 채운 가운데 열리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끝내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경위를 살펴봐도 그렇지만 한미 쇠고기 협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에 대한 성난 민심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 한 번도 진심어린 사과를 한 적이 없다. "국민들의 충분한 이해를 구하지 못해서"라거나 혹은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식으로 비껴갔다. 되레 지난 정권이 마무리했어야 할 일을 자신이 대신 떠맡아 이 고생이라는 이른바 '설거지' 발언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미국과의 재협상은 하지 않을 작정인가 보다. 이 대통령은 그 이유로 "대통령을 해보면 알겠지만 국제관행상 재협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해보지 않더라도 재협상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없다.

하지만 재협상을 해야 할 정도로 협상을 엉망진창으로 한 것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정부다. 또 재협상은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당장 한미FTA만 하더라도 미국측의 요청에 의해 '재협상'을 한 적이 있다. 또 미국의 민주당은 공공연하게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한미FTA의 국회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이 '재협상 불가'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정 치적 계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주도한 협상 결과를 번복하게 될 때 권력 내부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계산부터 하고 있는 개연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에 박수치고 칭송했을 그 참모들로서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체면이나 위신도 던져 버린 채 미국 민간업자들에게 '자율규제'를 구걸하듯이 호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 대책이라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고 땜질식이어서 갈수록 웃음거리만 되고 있다. 자율수출 규제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는 30개월령 미국산 쇠고기는 설령 협정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반송하거나 전량 폐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통상 마찰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입업자의 법적 소송이 예상되지만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또 외국과의 협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국제규범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정부가 '협약'을 체결하되 '지키지는 않겠다'는 것을 대책이랍시고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대로 가면 위험" 신호 보낸 <한겨레>와 <경향>

그래서일 것이다. 오늘(9일) 신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문제'까지 거론된 것은.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는 오늘 기명칼럼 <이명박 대통령 물러나야 할까>에서 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구호가 점점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서 "심각하다"면서도 "대다수 국민들의 속마음은 적어도 아직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한용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권력을 쥐여준 국민들에게 신속히 항복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이대로 가면 이명박 대통령은 위험하다"는 경고다.

성한용 기자는 3주 전만 하더라도 "이명박은 우리가 뽑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맹성을 전제로 이 대통령에 대해서 '지나친 기대'도, '급속한 실망'도 다 곤란하다며 "냉정해지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 이 대통령에게 어찌 보면 '마지막 경고'를 보내고 있다.

<경향신문>도 오늘 이 대통령에 대한 절망감을 토로했다. 사설 제목을 아예 '이명박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절망한다'로 뽑았을 정도다.

<경향신문> 논설진이 절망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이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정국관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골백번 바꿔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은 쉽사리 '촛불 민심'을 따뜻하게 끌어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절망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오늘자 <조선일보>도 사설 '대통령이 말할 할 때와 들어야 할 때'에서 이런 주문을 내놓았다. "각계 원로들이 '옳으냐, 그르냐 문제를 떠나 재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어쨌든 그 어느 쪽에도, 그 어느 쪽으로든 시간은 별로 남지 않은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심한다면 이번 줄다리기에선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병력을 왕창 동원한다면 한 번은 이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 다음 판엔 아무리 많은 병력을 동원하더라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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