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와 조괄의 병서- 상(인사정책)
동양고전으로 이명박 100일을 논하다 3
▲ 좌구명의 <국어>는 춘추시대 열국의 흥망성쇄에서 활약했던 지식인과 장군들의 활약상이 나타나 있다. 임금에게 목숨걸고 바른말을 할 줄 아는 신하가 있는 나라들이 살아남았다. ⓒ 오승주
조괄은 조나라의 장수이며 명장 조사의 아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괄이 대장군이 되는 것을 그의 아버지 조사 장군과 어머니가 극구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조나라는 명운이 걸린 장평대전(기원전 260년)에서 진나라에게 45만 명의 대군을 잃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스타일이 조괄과 무척 흡사하다는 점이다. 조괄과 이명박 대통령의 행적을 비교해 보았다.
1. 왕이 내려준 돈과 비단은 자기 집에 감추고, 날마다 이익이 될 만한 땅이나 집을 둘러보았다가 그것을 사들이는 것을 일삼았다.
2. 소년 시절부터 병법을 배워 군사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자기를 당할 자가 없다고 했다.
3. 선임자를 대신해 장군이 되었을 때, 군령을 모두 바꾸고 군대의 벼슬아치들을 모조리 교체시켰다.
<이명박 대통령>
1.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빌딩에 자식들이 근무한 것처럼 위장해 버젓이 월급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횡령과 세금포탈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아 황급히 세금을 납부했고, 강남 등 투기 지역에 땅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 이명박 대통령은 신념을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여기에 근접하지 못한 의견들은 모두 내치는 스타일이며 좀처럼 토론을 통해 타협을 이루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건설사 CEO의 경험을 통해 얻은 실물경제의 자신감을 과신한 나머지 대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성장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시장은 혼란에 빠지고 경제 불확실성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에서도 역시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주변국들과의 선린관계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왕따'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이른바 'ABR(Anything But Roh·노무현 정책만 아니면 된다)'를 시행했는데, 6·15를 부정해 외교상 진퇴양난에 빠진 결과를 초래했고, 책임총리제를 폐지하면서 총리실의 국무조정기능은 사라지고 모든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장관들 역시 '전문성'보다는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발탁되면서, 정책에 대한 소신 있는 부처의 목소리는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단고광군할 줄 아는 관리가 있을까?
3의 경우는 외교와 인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인사의 경우로 한정해 보자면, 조괄이 군대의 벼슬아치들을 모두 갈아치웠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의 벼슬아치들을 모두 갈아치울 태세다. 현대사회의 언론은 군사와 같이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한달 만에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이 방송통신위원장에, 대선 때 한나라당 선대위 방송특보를 맡았던 이몽룡 전 한국방송 부산방송 총국장이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임명됐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5일엔 역시 방송특보 출신인 구본홍 전 문화방송 보도본부장과 정국록 전 진주 문화방송 사장이 뉴스 전문채널 YTN(와이티엔)과 아리랑 티브이 사장에 각각 내정됐다.
역시 6월 5일에는 KBS 이사회의 선출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친한나라당 성향의 한림대 유재천 특임교수가 이사장으로 발탁됐다. 주요 언론사의 수장이 어느새 파란색(한나라당을 상징하는 색깔)으로 채워지고 있다. 언론사의 막무가내식 인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언론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공적 기능이 소통해야 사적 이익이 여기에 의지할 수 있는데, 공적 기능을 사적 기능으로 전환해버리면 정작 공적 기능이 필요할 때 속수무책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장관이나 총리 등 모든 관리들이 이명박 대통령 앞에만 가면 꽁지를 내리며 임기를 하루라도 더 채우려는 욕심뿐이다. 이를테면 춘추시대의 이혁 같은 신하 말이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선공이 사수 깊은 곳에서 어망을 놓고 고기를 잡고 있었는데, 이혁이 어망을 찢어 내팽개친 뒤 임금을 이같이 꾸짖었다.
"조수가 새끼를 배고 물고기가 성장하면 조수를 관장하는 관원은 조수의 번식을 돕기 위해 그물의 살포를 금지하는 명을 반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 위에서 새로 나는 눈의 어린 나무를 자르거나, 못에서 처음 나는 초목을 자르지 못하게 한 것은 자연의 모든 생물을 번식케 하려는 것으로 고인이 우리에게 남겨준 교훈입니다. 지금 물고기들이 막 산란하려 하는데 군주는 이들이 성장치 못하게 어망을 쳐 잡으려고 하니 참으로 욕심이 지나치십니다."(《국어(國語)》, <노어(魯語)>)
주군을 잘 보필하는 신하를 '양신(良臣)'이라고 한다. 《국어》 <진어(晉語)>조간자가 범씨와 중앙씨를 쓰러뜨리고 나서, 그들 가문의 양신을 거두겠다고 선언하자 그의 신하 사암이 그들의 가문에 양신은 없다고 하며 양신의 조건을 설명했다.
"군주를 섬길 때 응당 군주의 과실을 권간하여 그의 행실을 격려하고, 좋은 사람을 천거해 악인을 제거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현능한 자를 추천하고, 인재를 발탁해 천거하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선악과 성패에 관한 역사적 교훈을 강술하면서 군주에게 이의 채납을 청해야 한다. 문덕(文德)으로써 군주를 인도하고, 예로써 그의 행동을 지도하고, 군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노력하고, 심지어 그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채납하면 곧 간하고, 듣지 않으면 사직에서 물러난다"
이에 따르면 범씨와 중항씨의 가신들은 그들의 주군을 보좌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군이 패망하게 만들었다. 주군이 국외로 달아났는데도 주군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주군을 버렸다. 만약 진실로 그들이 양신이라면 근신하여 자신의 주군을 위해 계책을 내어 주군으로 하여금 국외에서 입지를 확보해 작록을 얻도록 만들고, 죽을 때까지 정성을 다해 섬겨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이 한 신하는 하나도 없기 때문에 결국 범씨와 중항씨에게는 양신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례가 있기는 하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던 한미 FTA 반대론자인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참여정부의 FTA 정책이 일방향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다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경우다.
이명박 대통령의 관리들이 양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나라의 중항목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관리들을 잘 설명해주는 듯하다. 중항목자는 군사를 이끌고 현재 하북성 진현에 있는 고국(鼓國)이라는 곳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고국의 몇몇 사람들이 성을 들어 투항코자 했을 때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군주를 모시는 예법이 아니다. 성을 들어 투항코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우리로부터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군주를 위해 성을 지키면서 오히려 두 마음을 품으니 이는 간사하기 그지없는 짓이다."
이명박의 관리들이 두 마음을 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공적인 이익에 공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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