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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에 120% 공감"... 여당 수도권 의원들 반란?

'청와대 쇄신론'으로 대통령 압박 양상... 영남권 동조는 미지수

등록|2008.06.09 19:02 수정|2008.06.09 19:02

▲ 제18대 총선 한나라당 정두언(서대문을) 당선자가 지난 5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에서 뉴타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불을 지핀 청와대 인적쇄신론이 당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류우익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은 물론, 인사 및 정무분야에 실무 책임을 진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과 장다사로 정무비서관도 퇴진해야 한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인데, 민심 변화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이 정 의원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에게 부담만 주는 발언"이라며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어서 이 문제가 자칫 당내 분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고위에서는 성토론, 의원총회에서는 옹호론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두언 성토론이 빗발친 것과 달리 의원총회에서 드러난 수도권 의원들의 '당심'은 정 의원 쪽으로 추가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권경석 의원은 "읍참마속의 결단이 필요하다, 청와대와 내각의 중요직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며 정 의원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원내공보부대표를 맡은 김정권 의원은 "다수 의원들이 정 의원의 발언을 이명박 정부를 위한 충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는 "당내에서 일어난 일을 시점과 맞지 않게 하면 국민들이 서로 다른 정당으로 이해할 수 있다(강재섭 대표)", "충정은 이해하지만 자칫 권력투쟁으로 비쳐질 수 있다(홍준표 원내대표)"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상당수 여당 의원들은 정 의원의 얘기에 거부감을 별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정권 방어논리를 주로 제공했던 전직 원내지도부까지 전면쇄신과 재협상 추진에 동참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3선의 심재철 의원(전 원내수석부대표)은 "청와대 핵심인 실장부터 총리까지 인적쇄신이 이뤄져야 국민들 눈높이에 맞출 수 있다"며 "정 의원의 주장에 120% 공감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안상수 의원도 "논리와 설득의 시대는 지났다"며 "20% 안팎의 지지율로는 한미FTA는 물론, 그 어떠한 정책도 이뤄낼 수 없다.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재협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의총장 밖에서 기자들을 만나 "많은 의원들이 (정 의원에) 공감했다. 정 의원이 진솔하게 얘기하면서 눈물까지 글썽이더라"고 말했고, 초선의 김용태 의원도 "오늘 정 의원은 외롭지 않았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 당심은 정두언 편?

김정권 의원은 "현재의 국정 난맥이 '고소영'·'강부자에 있다는 걸 의원들도 느끼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류우익 대통령실장 이외에 박영준·장다사로 등 청와대 비서관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인사책임자 문책론이 의원들의 발언에 녹아있었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이 당초 예상을 깨고 의총에 직접 참석해 자신의 소신을 확인하는 신상발언을 한 것도 분위기를 이끄는 데 한몫 했다. 정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습니다. 인사실패가 무능 및 부도덕 인사로 이어져 결국 국정실패까지 초래했습니다. 그런데 인사쇄신 한다며, 인사실패의 책임자는 그대로 있고 실패한 인사의 결과만 바꾸면 어떻게 합니까? 인사실패를 초래한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결국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얘기밖에 더 됩니까? 게다가 그들이 또다시 인사쇄신까지 주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래가지고 쇄신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이래가지고 국정실패가 되풀이되지 않겠습니까?"

특히 정 의원은 "이걸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는 세력이 있는데, 옛날 같으면 내가 사약도 받을 일"이라며 "권력투쟁이라면 결국 자리다툼을 말하는 것인데, 제가 자리에 연연한다면 과연 이렇게 사약 받을 일까지 하겠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7일 언론보도에 앞서 수차례 촛불시위가 열리는 광화문과 시청으로 가서 현장 분위기를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측근은 "정 의원이 변장 없이 현장에 여러차례 가봤고, 거기에서 민심 수습책의 본질이 인사 문제라는 확신을 얻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인사쇄신론 어디까지 퍼질까

▲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두언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정 의원의 인사쇄신론이 당 전체로 확산될 지는 미지수다. 정 의원의 대척점에 있는 이상득 의원과 그의 영향권에 있는 영남권 의원들 상당수가 지역 행사를 이유로 의총에 대거 불참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의견이 '반 쪽짜리 의총의 결론'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의원 자신은 "내가 인사에 간섭한다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인사개입설을 거론한 정 의원을 반박했다.

영남의 한 재선의원도 "누구는 입이 없어서 그런 얘기를 안 하는 줄 아냐? 오늘은 분위기에 눌렸지만, 영남 의원들이 나섰다면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정 의원에 불만을 표시했다.

여당이 청와대 인적쇄신론을 놓고 자칫 지역대결 구도로 흐를 수 있는 상황에서 공은 다시 이명박 대통령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당의 '압박'에 밀려 비서관들을 교체하는 모양새가 대통령의 리더십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청와대와 내각 진용의 전면 개편을 앞둔 이 대통령에게 그의 최측근이 숙제를 하나 더 안겨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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