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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과 전경버스 파괴만 부각시킨 동아

[너무 다른 시선①] 한겨레-경향-동아 9일자

등록|2008.06.10 10:04 수정|2008.06.10 10:04
군대에서 제대한 지 두 달, 한겨레를 갈망했던 그동안의 생활을 청산하고자 당당하게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한겨레는 내게 빛이자 소금이었다. 세상이 모두다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을 때 항상 다른 소리를 하곤 했다. 그러면서 내게 생각하는 법과 세상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곤 했다. 내 스승인셈이다.

동아일보는 제대 후 알바하는 사무실에서 보는 신문이다. 기성세대 중 상당수는 동아투위 정신을 기억하고 있었다.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에 독재에 항거하여 무던히 정론직필의 길을 걷던 동알일보의 모습. 동아일보를 보고 있자니 조선일보보단 덜 자극적이고, 중앙일보보단 젊은 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은 정체성이 뭔지 궁금한 동아일보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 됐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얼마전부터 경향일보를 가판에서 사보고 있다. 구독할까 고민도 했는데 사무실로 가는 길에 항상 경향신문을 취급하는 곳이 있어서 사는 재미로 보고 있다. 왜 응원하고 싶은지는... 당신도 알터이고, 몰라도 그것을 알게하는게 내 몫이겠지. 경향신문을 파는 아저씨가 얘기한다.
"경향신문, 요새 없어서 못판다니께. 참... 이런 적이 없었는디..."라고.

이렇게 하루에 세 개 신문을 보게된 난 그들의 너무 다른 시각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한겨레라고 마냥 좋고, 경향이라고 마냥 응원하고 싶고, 동아라고 한없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고 할까?(물론 느낀게 한없이 미약하지만!)

그래서 비교해보려 한다. 물론 아마츄어적 관점으로.

▲ 한겨레 6월 9일자 1면 보도 내용. ⓒ 한겨레신문


▲ 경향신문 6월9일자 1면 보도 헤드 ⓒ 경향신문



72시간 촛불 시위가 끝나고 처음 나온 6월 9일(월) 세 개의 신문.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현격하게 차이가 있었다. 일단 동아가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현안은 경제였다. 그 다음은 경북도청 이전지 확정문제였고, 후 순위로 <전경버스의 수난>이라는 주제의 사진기획이 동아 지면에서 담겨 있다.

한겨레와 경향은 단연 촛불시위를 가장 중요하게 다뤘다. 재미있는 것은 동아가 1면탑으로 다뤘던 저속득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세금 환급 문제를 나란히 1면에서 다뤘다는 점이다. 역시 고유가는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현안임이 틀림없었다.

재미있는 점은 동아는 <전경버스의 파괴>와 <정부 "폭력시위 자제" 호소>의 1면 기사를 통해 시위의 폭력성을 강조한 반면, 한겨레는 <정부 "쇠파이프 등 엄단" "과잉진압이 문제" 반발>을 통해 양측의 주장이 팽팽함을 강조했다.

특히 동아 기사는 전형적인 스트레이트 기사였지만 정부의 담화문만을 인터뷰 형태로 실었다. 이에 비해 한겨레 기사는 정부의 담화문에 더해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광우병 국민대책위와 경찰의 인터뷰를 나란히 실었다. 한겨레 기사 역시 스트레이트 였다.

동아 기사가 10면에 보충 취재 형태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1면을 접한 독자에겐 '폭력시위' 선입관이 둘러씌여진 뒤였다.

동아는 연이은 지면을 통해 유가 폭등에 대한 우려를 기사로 담아냈다.

3면 <6.8 고유가 종합대책>, <"두바이유 170달러 넘으면 유류세 인하 검토">, 4면 <약달러-중동불안 '유가 대폭등' 사태 올수도> 등.

화물차 버스 등 경유차 사용자나 농어민들은 "피부로 느끼는 지원 규모가 크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어 유가 급등으로 고초를 겪는 모든 계층이 이번 대택에 만족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동아일보 2008년 6월 9일자 3면 <연봉 3000만원 신입사원 1인가구는 받고...>

위는 동아일보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것을 보니 동아일보가 국민들의 고초에 귀 기울이는 것 같아 흐뭇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오늘 화물연대가 파업 선언을 했다. 30%이상 급등한 경유값에 비해 제자리 걸음하는 이송비로 손해보곤 더 이상 운전을 못한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렇다면 위의 인터뷰처럼 이들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할텐데.

촛불시위를 1면에 보도해놓은 행태로 살펴보자면 화물연대 파업 역시 이들의 고초는 생각하지 않고, 경제적 피해에만 포커스를 맞출까봐 진심으로 걱정된다. 내일 신문을 보면 알 수 있겠지.

한겨레 사설에선 흥미로운 주제가 실혔다.

<촛불의 힘은 비폭력에서 나온다>라는 헤드로 이번 시위가 다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비폭력 운동이 갖는 도덕적 힘이었음을 잊지 말고, 당장은 답답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비폭력성을 지키자는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정부 논조를 취하더라도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을터인데, 비주류 언론으로서 호기를 맞았을 때 이런 말 하기가 안 쉬울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성한용 기자의 <이명박 대통령 물러나야 할까>라는 자극적인(?) 문구의 질책하는 칼럼도 있었지만.

경향신문은 5면에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발언에 큰 비중을 두며 한 면을 털어서 그 사안을 다뤘다. 몰론 여권의 폭로로 많은 억측과 논란의 중점이 됐지만, 이미 만신창이 된 정부에게 말을 던진 그의 진정성이 나는 의심됐다. 이렇게 되기 전에 정부에 쓴소리도 하고, 바로잡는 것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권 의원으로 그의 소임 아니었을까? 경향이 너무 그의 폭로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안타까웠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요르단의 축구 경기 후 논란이 많다. 1:0으로 이긴 경기였지만, 경기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서 였을까? 세 신문의 시각을 살펴보자.

한겨레 <남북 최종예선 동행 '8부능선' 넘었다>
경향 <승점 3점, '내용 0점' 올라가도 이대론...>
동아 <구멍 숭숭 한국축구, 자신감도 '구멍'>

축구에 대해 가장 무딘 펜은 한겨레, 가장 날카로운 펜은 동아였다. 아마도 다른 다른 사안에서 한없이 무뎌진 펜을 섞이기 힘들었던 동아의 한풀이가 축구를 통해 발현된 것은 아닐까?

내일도 세 신문을 보는 재미를 당신과 공유하고 싶다.

▲ 경향신문 자발적 광고 ⓒ 경향신문

▲ 동아일보 한 시민단체 광고 ⓒ 동아일보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casto와 푸타파타의 세상바라보기(http://blog.daum.net/cas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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