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휴대폰 없어도 학교생활에는 지장이 없어요

우리가 지켜요, 휴대폰 규정!

등록|2008.06.10 11:21 수정|2008.06.10 11:21

휴대폰 케이스비어가는 휴대폰 케이스 ⓒ 김환희

휴대전화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 기능도 다양하여 휴대전화 하나로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갈수록 무질서해지는 사회,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의 휴대전화 소지가 결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무분별한 휴대폰 사용으로 적지 않은 폐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학기 초, 휴대폰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를 사전에 막으려고 학교 차원에서 특별한 제재가 필요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부장회의를 거친 결과,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일제히 휴대전화를 수거하여 방과 후 돌려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정한 규정을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에게 통지하였다. 학급 담임은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학급별로 실천해 보라는 학교장의 지시가 내려졌다.

우선 담임으로서 나름대로 휴대폰과 관련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의 휴대전화 제출여부를 매일 점검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휴대폰 일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휴대폰과 관련하여 그 규정을 어겼을 경우 다음과 같은 벌칙을 주기로 하였다.

휴대폰을 반납하지 않을 경우 - 30일 간 휴대정지, 담임보관(이 규정은 예외가 없음)

처음에는 이 규정에 대해 아이들이 불평을 토로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응을 잘 했다. 휴대전화로 인해 빚어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고사 기간에는 아예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지 않은 아이들도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휴대전화 요금이 많이 절약되어 학부모의 가계에 적게나마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 달 정도 지켜본 결과, 우리 반 아이들 33명 중 22명 정도가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그 중 15명 정도가 학교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와 제출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그 약속이 100일까지 지켜진다면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래서 일까? 이 규정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 5교시 영어시간이었다. 수업 중 한 학생의 자리에서 갑자기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그 아이에게로 향했다. 그동안 잘 지켜졌던 규정이 그 아이로 인해 깨진 것이다. 그래서 일까? 그 아이는 어찌할 줄을 몰라 그 위기를 모면하려고 애를 썼다.

수업이 끝난 뒤, 그 아이를 교무실로 불렀다. 먼저 그 아이에게 규정 위반 시, 본인에게 돌아갈 불이익을 다시 일러주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를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휴대전화를 내지 않은 사연에 대해 말하였다.

사실인즉, 일요일 밤에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 검사 결과를 가족이 연락해 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 아이의 딱한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그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다시 건네주며 아버지의 검사 결과를 알아보게 하였다. 다행히도 검사 결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그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규정에 따르겠다고 하였다.

비록 규정을 어겨 한 달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교무실을 빠져나가는 그 아이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규정을 지키려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이제 아이들은 등교를 하면 휴대전화를 내라고 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자율학습이 끝나면 자신의 휴대전화를 찾아가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한 달에 2번 정도 ‘휴대폰 안 가져오기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