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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타오른 '재협상 촛불'

9일 저녁 8시, 교민·유학생 등 60여명 참가... "부시가 직접 재협상 나서라"

등록|2008.06.10 15:26 수정|2008.06.10 15:26

▲ 백악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 이철용

10일,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전국적인 '100만 촛불대행진' 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도 이에 동참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동안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한 한국정부의 굴욕적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의 한국민들이 재협상을 요구하며 들불처럼 일어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저녁 8시30분(현지시각) 워싱턴과 버지니아, 메릴랜드 등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과 유학생 등 60여명도 백악관 앞 라피에르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 부시정부가 한국국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재협상에 성실히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인터넷과 현지언론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한 집회 참가자들은 모두 초면이지만, '쇠고기 재협상'이란 이슈 아래 금세 하나가 됐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가족단위였고 유학생들도 상당수 있었다.

현재 워싱턴 내 대부분의 대학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방학인 관계로 유학생들의 저조한 참가가 우려됐지만, 그건 우려에 그치고 말았다. 집회 장소에 모인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촛불을 나눠주며 집회를 준비했다.

"먹고살기도 힘든 이 때 국민을 힘들게 말라"

▲ 워싱턴 인근에 거주하는 한국국민과 유학생 등이 백악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 이철용


저녁 8시30분, 참가자들은 백악관을 뒤로하고 '아침이슬'을 부르며 집회를 시작했다. 사회자 홍덕진씨는 "오늘 모임은 워싱턴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민들이 한국에서 연일 일고 있는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당사자인 백악관 앞에서 부시정부에게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는 특정 단체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워싱톤 메트로지역에 거주하는 한국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기에 집회 형식 또한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자유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언은 개인적 자격으로 집회에 참가한 워싱톤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용진 회장이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주변인들이 쇠고기 협상을 잘못해서 먹고살기도 힘든 이 때에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이 되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데로 즉각 재협상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지니아에 일시적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양미강씨는 "쇠고기 문제는 한국민의 건강안보"라며 "우리의 건강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 미무역대표부 앞에서도 참가자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쇠고기 재협상을 강력히 촉구했다. ⓒ 이철용


집회 참가자들은 자유발언 중간중간에 '쇠고기 재협상', '한미국민 건강하면 한미관계 건강하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민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 등의 구호를 연호하며 집회의 열기를 높였다.

이어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배포한 '우리의 요구'를 통해 "미국정부가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말고 한미간의 건강한 발전과 우호적 관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뿐만아니라 "이번 쇠고기 협상은 한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국제법적으로 협상 과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며 "한국국민은 광우병의 위험성을 이유로 유통이 금지되고 있는 쇠고기를 거부할 권리가 있고 이는 정부간 협상 체결권보다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건강한 한미관계를 위해 한국민의 외침에 귀 기울이라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첫째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재협상에 나설 것, 둘째 건강한 한미관계를 위해 미국정부가 한국민들의 외침에 성실히 답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사항은 현장에서 한국어과 영어로 낭독되었다.

이날 촛불집회는 백악관 앞에서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미무역대표부(USTR, United State Office of US Trade Representative) 앞에서도 이어졌다. 백악관 앞에서 30여분간 촛불집회를 연 집회 참가자들은 70여m 떨어진 미무역대표부를 향해 '쇠고기 재협상'이라고 외치며 거리행진에 돌입했다.

▲ 이곳에서도 유모차가... ⓒ 이철용

거리행진이 진행되자 상황을 지켜보던 현지 경찰은 "25명 이상이 행진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중단을 요구했으나 집회 참가자들은 팀을 나눠서 행진을 하며 쇠고기 재협상의 열기를 이어갔다. 10여분 후 미무역대표부 앞에 모인 집회참가자들은 쇠고기 재협상의 주무부서인 미무역대표부의 성의있는 재협상을 요구하며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첫 번째 자유발언에 나선 강영화씨는 "어릴 때 미국에 와서 정치나 협상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관련한 권리를 내어주는 것이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후 "국민의 요구에 경청하지 않고 공권력을 통해 억누르는 것을 보고 집회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드시 재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군제대를 하고 한달 전 워싱턴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촛불시위대가 연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데 편안하게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은 것 같아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다"며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했다.

워싱턴 촛불모임은 오는 12일경 미국노총(AFLCIO) 국제연대부장 제프 보트(jeff VOGT)와 함께 미무역대표부를 방문해서 그동안 스톱메드카우(stopmadcow.org)를 통해 모아진 1800여통의 항의서한과 한국민들의 요구사항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 백악관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미무역대표부를 향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이철용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자보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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