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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민생종합대책 보며 또 실망하게 되는 이유

등록|2008.06.10 21:52 수정|2008.06.10 21:52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고유가 대책을 세운 것은 다행한 일이다. 특히, 대책의 수혜자를 대다수 서민으로 잡고자 하는 의도에도 공감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대책을 보며 정부와 여당에 또 다시 실망하게 되는 이유는 왜일까.

미국에서는 총 1억 3700만명이 혜택을 보는 약 1천억 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을 했었다. 각 가정이나 개인별로 300~1200달러에 이르는 규모였다. 그런데 그 결과가 참으로 흥미롭다.
당초 미 정부의 의도는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이었다.

그런데 원하던 대로 내수 진작 등은 되지 않고 환급금을 고유가로 인한 유류비 충당이나 개인 부채 상환에 쓰더라는 것이다. 또한 시장의 유동성 증가로 오히려 물가 상승이 초래 되고 말았다.

우리의 경우는 최대 24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벌써 규모부터 미국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의 기름값은 미국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실정이다. 끝으로 현재 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쳐 물가가 끝없이 오르고 있다.

우리 역시 정책의 효과가 매우 의심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미국 내에서도 실패한 정책으로 손꼽히는 이 정책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려 하고 있다.

두번째로 이 돈 때문에 정작 필요한 곳의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문제도 있다. 미국도 세금 환급과 경기 부양책을 쓰며 복지 예산을 줄였었다. 10조원대의 어마어마한 예산을 쓰고 나면 그렇지 않아도 가장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현 정부의 복지예산이 더 줄어들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세번째는 정책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나 택시 조합 등은 이번 대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기계 운전자 등도 이번 혜택에서 제외되었다.

네번째로 정치적 노림수가 너무 빤히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환급 규모는 약 10조에 이른다. 그런데 이 재원 충당을 하기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교통법, 환경세법 등의 여러 법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하기 위해서도 국회 개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유가와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이에 따른 조치는 시급한 상황이니 결국 여당은 민생을 무기로 야당 등원에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한나라당은 대책 발표 후 후속입법을 위한 야당 등원을 강하게 촉구하였다. 촛불집회에 참여하여 떨어지는 지지율을 올리려던 야당으로서도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들 때문에 이 법률이 통과되지 못했다 하면 여론의 부담이 상당하게 될 것이다.

다섯번째로 국면 전환을 향한 마음이 보인다. 한달 넘게 지속된 촛불 집회로 정부와 여당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내각 총사퇴에 세금 환급,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 공개적인 내부비판 등까지 하는 모습은 그 단적인 예이다. 이렇게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나오는 것이 바로 "국면전환용" 카드이다. 즉, 정부는 이번 고유가 민생 종합대책을 통해 국면을 전환해보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다.

끝으로 가장 결정적으로 이 대책이 국민의 요구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데 있다. 촛불 집회를 통해 국민이 요구하는 게 무엇이었던가. 크게 안전한 먹거리 먹게 해달라는 것(재협상), 국가의 자존심까지 버리지 말아라(굴욕, 구걸외교),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 정책 반대) 등이 아닌가.

그런데 정부는 갑자기 근본적이지도 않은 언발에 오줌누기 식 단기대책을 들고 국민 앞에 나서려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용돈 몇 푼 쥐어 달라한 적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여당이 자기들의 정치적 계산에 치우쳐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고, 별 효과도 없을 정책으로 생색을 내며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모습. 정작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하나도 이뤄진 게 없는 이 현실을 보며 실망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 그러나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듣고 수용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당부한다. 내각 총 사퇴나 세금 환급을 몇 번씩 해도 이렇게 국민의 마음과 동떨어진 행동을 계속 하면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 등이 가려운 국민의 손등을 긁어주고 있는 "당신들만의 대책"들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거 뉴스, on20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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