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촛불문화제, 눈에 보이는 게 죄다 취재원이더라
[6·10 촛불문화제 참여·취재기 ④] 취재 후기, 밥 먹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 시간들
그 자리에 가면 누구나 변하나 봅니다. 그곳에 있으면 누구나 그렇게 되나 봅니다. 저는 6·10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며 간간이 기자로 활동했답니다. 그리고 시민과 기자라는 묘한 2가지 역할을 하면서 상황에 따라 변하는 수시로 변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죠.
혼자 오면 어색하다는 촛불문화제에 왔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나 난감했어요. 연단이 어디에 설치될지, 제가 서 있는 곳 말고 또 어디에 사람들이 있는지를 알 수 없었죠. 황당하기만 했던 컨테이너 바리케이트가 광화문 인근 외에 또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쌓이는 궁금증, 밥보다 중요했던 취재원들
무슨 레이더망이라도 가동하는 것처럼, 저는 눈과 귀를 열어 모든 것을 쓸어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어디나 일단 눈길 한번 주고, 뭔가 돌발 상황이 생길 때는 여지없이 고개를 돌려 상황 파악을 하려고 노력했죠. 제 몸의 모든 게 '현장'에 매달렸습니다.
6월 10일 광화문에 도착했던 시각은 오후 3~4시경. 잠시 서점을 들렀다 다시 현장에 나온 저는 그 일대를 죽 돌아다녔습니다. 기자로 활동할 계획도 갖고 있었으니 전체 분위기를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교보문고가 있는 세종로사거리에서 시청 앞 광장까지 가는 길까지 일직선을 긋고 비슷한 길이로 동서남북 상황을 돌아보며 다녔죠. 이곳저곳이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이날 저는 한 곳에 제대로 앉아있질 못했습니다. 모든 소리, 모든 움직임을 예사로 넘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저는 현장에 서 있는 기자가 시민 신분을 넘어 어찌 돌변(!)하는지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는데도 저는 제 자신보다는 조금씩 취재원을 중요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밥 시간을 알리는 신호가 와도 저는 배만 몇 번 토닥여줄 뿐 쉽사리 음식을 입에 넣어줄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평소에도 밥 먹는 걸 잘 잊어버리는 터라 제 배는 이날도 쫄쫄 굶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뭔가에 집중하며 한눈을 파니(?) 제 배는 혼자서 분을 삭여야 했지요.
밤 10시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복잡했던 집회 현장을 벗어나 조금 넉넉 해보이는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곳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 평소보다 많은 직원들이 편의점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이 되어도, 그 일대는 어디나 붐볐습니다.
늦은 저녁식사를 간단하게라도 해결하기 위해 찾은 편의점에서 저는 다시 밥보다 다른 것에 한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찍을 만큼 찍었는데도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건전지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집회장 한가운데에 갇혀있다가 어렵사리 빠져나왔던 저는 한 중년남성이 여자아이를 무등태우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아이 손에 초도 들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 예뻐보였고 정말 그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갑자기 먹통이 되질 않았겠습니까. 왜 그랬을까요? 왜긴요, 건전지가 다 소모되어서 그렇죠.
건전지가 소모되어 먹통에 불통이 된 카메라와 그 여자아이를 번갈아 보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한 번쯤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거 지금 꼭 담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 순간, 저는 시민이자 기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시민이기보다 기자로서 더 집중했던 일은 또 있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장면을 찍지 못했다는 분을 삭이며 찾은 아까 그 편의점. 거기에 들어서서 고민 끝에 건전지 다량으로 구입하고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사들고 나오려던 찰나,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편의점을 문을 나서며 들은 소리를 따라가 보니 대형깃발을 앞세우고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가는 겁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가방에 우겨넣고 시위대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손으론 카메라를 찾으면서 말이죠. 갑작스레 맞은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그들 역시 찍지 못했습니다. 카메라 성능 문제도 있었고요. 정말입니다. 변명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제 모습에 사뭇 놀랬죠. 내가 왜 이러나, 하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위대를 따라 시청을 한 바퀴 돌고 결국 다시 세종로사거리로 돌아왔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샀던 걸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아차, 밥 안 먹었구나' 하면서 꺼내보니 얼추 식어 있더군요. 잘 데워서 나왔었는데...
순수하게 시민으로서 참여했다면 6월 10일 촛불문화제에서 밥 먹는 것도 뒤로 미루어가며 사진을 찍고 기록하기에 바쁘진 않았을 겁니다. 다 끝나고 나니 밥 먹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싶었죠. 신경을 많이 써서 그랬는지 더 배고팠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눈과 귀는 주변을 살피고 있었죠. 나 원 참. 도대체 기자가 뭐길래...
집에 갈 지하철 막차를 탈 시간이 다 되었어도 현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현장을 벗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국화빵을 한 봉지 사들었죠. 그날은 분명 제 배를 달래고 저 역시 허기를 달래야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 거리에서 누워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죠. 세종로사거리라면 모를까.
밤늦게까지 고생한 몸을 생각해서 마지막으로 허기를 달래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밤늦게 집에 도착했을 때는 뿌듯함과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마저 뒤섞였습니다. 모든 게 다 좋았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 모든 게 다 다시 떠올랐습니다. 언제고 다시 가보리라는 다짐도 잠시 해보면서요. 6월 10일에서 11일로 넘어가는 시간, 저는 제 흔적을 남기고 온 그곳을 쉽게 씻어내지 못하고 어느새 새벽공기를 들이마시고 있었습니다.
혼자 오면 어색하다는 촛불문화제에 왔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나 난감했어요. 연단이 어디에 설치될지, 제가 서 있는 곳 말고 또 어디에 사람들이 있는지를 알 수 없었죠. 황당하기만 했던 컨테이너 바리케이트가 광화문 인근 외에 또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레이더망이라도 가동하는 것처럼, 저는 눈과 귀를 열어 모든 것을 쓸어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어디나 일단 눈길 한번 주고, 뭔가 돌발 상황이 생길 때는 여지없이 고개를 돌려 상황 파악을 하려고 노력했죠. 제 몸의 모든 게 '현장'에 매달렸습니다.
6월 10일 광화문에 도착했던 시각은 오후 3~4시경. 잠시 서점을 들렀다 다시 현장에 나온 저는 그 일대를 죽 돌아다녔습니다. 기자로 활동할 계획도 갖고 있었으니 전체 분위기를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교보문고가 있는 세종로사거리에서 시청 앞 광장까지 가는 길까지 일직선을 긋고 비슷한 길이로 동서남북 상황을 돌아보며 다녔죠. 이곳저곳이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이날 저는 한 곳에 제대로 앉아있질 못했습니다. 모든 소리, 모든 움직임을 예사로 넘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저는 현장에 서 있는 기자가 시민 신분을 넘어 어찌 돌변(!)하는지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는데도 저는 제 자신보다는 조금씩 취재원을 중요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밥 시간을 알리는 신호가 와도 저는 배만 몇 번 토닥여줄 뿐 쉽사리 음식을 입에 넣어줄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평소에도 밥 먹는 걸 잘 잊어버리는 터라 제 배는 이날도 쫄쫄 굶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뭔가에 집중하며 한눈을 파니(?) 제 배는 혼자서 분을 삭여야 했지요.
▲ 6·10촛불문화제집회 끝난 후 거리시위에 나선 시민들. ⓒ 민종원
밤 10시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복잡했던 집회 현장을 벗어나 조금 넉넉 해보이는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곳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 평소보다 많은 직원들이 편의점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이 되어도, 그 일대는 어디나 붐볐습니다.
늦은 저녁식사를 간단하게라도 해결하기 위해 찾은 편의점에서 저는 다시 밥보다 다른 것에 한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찍을 만큼 찍었는데도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건전지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집회장 한가운데에 갇혀있다가 어렵사리 빠져나왔던 저는 한 중년남성이 여자아이를 무등태우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아이 손에 초도 들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 예뻐보였고 정말 그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갑자기 먹통이 되질 않았겠습니까. 왜 그랬을까요? 왜긴요, 건전지가 다 소모되어서 그렇죠.
건전지가 소모되어 먹통에 불통이 된 카메라와 그 여자아이를 번갈아 보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한 번쯤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거 지금 꼭 담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 순간, 저는 시민이자 기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시민이기보다 기자로서 더 집중했던 일은 또 있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장면을 찍지 못했다는 분을 삭이며 찾은 아까 그 편의점. 거기에 들어서서 고민 끝에 건전지 다량으로 구입하고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사들고 나오려던 찰나,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편의점을 문을 나서며 들은 소리를 따라가 보니 대형깃발을 앞세우고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가는 겁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가방에 우겨넣고 시위대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손으론 카메라를 찾으면서 말이죠. 갑작스레 맞은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그들 역시 찍지 못했습니다. 카메라 성능 문제도 있었고요. 정말입니다. 변명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제 모습에 사뭇 놀랬죠. 내가 왜 이러나, 하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위대를 따라 시청을 한 바퀴 돌고 결국 다시 세종로사거리로 돌아왔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샀던 걸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아차, 밥 안 먹었구나' 하면서 꺼내보니 얼추 식어 있더군요. 잘 데워서 나왔었는데...
순수하게 시민으로서 참여했다면 6월 10일 촛불문화제에서 밥 먹는 것도 뒤로 미루어가며 사진을 찍고 기록하기에 바쁘진 않았을 겁니다. 다 끝나고 나니 밥 먹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싶었죠. 신경을 많이 써서 그랬는지 더 배고팠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눈과 귀는 주변을 살피고 있었죠. 나 원 참. 도대체 기자가 뭐길래...
▲ 6·10촛불문화제귀가 직전 제 배를 달래 준 국화빵. 부부가 장사하시는 듯했는데, 이분들도 저녁 내내 바쁘셨겠죠? ⓒ 민종원
▲ 6·10촛불문화제전철역 안으로 몸을 돌리기 전 찍은 사진. 이게 거의 마지막 사진이었죠. 카메라성능 때문인지 제 탓인지 마지막 사진을 예쁘게 담지 못했네요. 그게 또 아쉽네요. ⓒ 민종원
집에 갈 지하철 막차를 탈 시간이 다 되었어도 현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현장을 벗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국화빵을 한 봉지 사들었죠. 그날은 분명 제 배를 달래고 저 역시 허기를 달래야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 거리에서 누워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죠. 세종로사거리라면 모를까.
▲ 6·10촛불문화제6월 10일 촛불문화제를 다니며 사용한 취재도구들. 수첩, 카메라, 수없이 사들인 건전지들 그리고 명함. 명함은 딱 한장 보여주고 말았죠, 인터뷰 할 때. ⓒ 민종원
밤늦게까지 고생한 몸을 생각해서 마지막으로 허기를 달래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밤늦게 집에 도착했을 때는 뿌듯함과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마저 뒤섞였습니다. 모든 게 다 좋았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 모든 게 다 다시 떠올랐습니다. 언제고 다시 가보리라는 다짐도 잠시 해보면서요. 6월 10일에서 11일로 넘어가는 시간, 저는 제 흔적을 남기고 온 그곳을 쉽게 씻어내지 못하고 어느새 새벽공기를 들이마시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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