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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미친 소는 우리도 용납 못해"

6.10 촛불 문화제 이모저모

등록|2008.06.11 21:43 수정|2008.06.12 08:37

▲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및 이명박 대통령 정책을 비판하거나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적혀 있다. ⓒ 노형근


민주항쟁 21주년인 6월 10일. 전국적으로 민주항쟁과 더불어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6.10 100만 촛불대행진’이 개최된 가운데 강원도 주요도시에서도 일제히 열렸다. 주최 측 집계에 따르면 춘천 1200명, 원주 1500명, 강릉 700명, 동해 1000명 등 대략 5700명의 강원도민이 지역별로 모였다.

동해시는 이날 천곡동 문화의거리 야외 공연장에서 저녁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촛불문화제를 연 뒤 30분 동안 야외공연장을 출발, 로터리 주유소 - 시청 로터리 - 흥국생명 - 동해중앙초등학교를 돌아 대학로를 통해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오는 거리 행진을 했다.

“국민이 뭉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진정 나라를 위한다면 촛불 앞에 꿇어라!”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전면재협상요구 동해시민 촛불문화제’의 슬로건이다. 주최 측인 전국민주노총연맹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시협의회는 “슬로건과 같이 동해·삼척시민이 모여서 당당히 요구하면 국민 뜻이 지엄하다는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촛불문화제 식전 행사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풍물패 ‘흥’이 흥겨운 장단을 맞춰가며 주위에 있는 시민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동해, 삼척시민들이 故 이한열 열사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 노형근


‘헌법 제1조’(오지총 노래)를 부르며 본격적으로 시작한 촛불문화제는 민주항쟁을 기리는 날답게 고 이한열 열사 추모 묵념으로 자칫 즐기는 분위기에 머물 촛불문화제의 본뜻을 살리기도 했다. 묵념하는 몇 초 동안 엄마 아빠 따라 온 아이들도 숙연한 자세로 어른들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 밤 9시가 훌쩍 넘은 시간. 주위는 어둠이 깔리고 조용하다. 하지만 촛불집회장 만큼은 촛불의 힘으로 대낮과 같이 밝고 활발하다. ⓒ 노형근

▲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끝내 빛을 밝혀주는 양초처럼 민주주의를 위한 열사들의 몸무림을 이제는 우리가 이어받아 완성의 단계로 종지부를 찍어야 할 차례다. ⓒ 노형근

▲ 올바른 대한민국을 보여주고 싶은데 아이에게 촛불을 들게 해서 미안함과 대견함이 교차한다. ⓒ 노형근


무겁게 촛불문화제를 시작해 분위기가 엄숙해지자 진행자는 민중가수 최승기씨를 무대 위로 불렀다. 그가 시민과 함께 노래를 부르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하이라이트인 시민자유발언은 주최 측 관계자 및 시민 6명이 무대로 올라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여 동안 펼친 정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비판을 했다.

이상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 삼척시지부장은 자유발언을 통해 “지금(6월 10일) 전국 방방 곳곳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공부문 민영화를 반대해야 합니다. 교육·물·전기·철도 등 국가시설을 이명박 정권은 민영화하려고 하는데, 민영화 되면 국민들만 더 고통스럽다”면서 “유럽의 경우 수돗물 요금이 우리나라 기름 값과 비슷할 정도로 비싸며, 프랑스 경우 민영화 했던 철도를 다시 국가로 귀속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기관 민영화 정책에 결사반대를 외쳤다.

초등학교 교사인 강아무개씨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나라꼴을 보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촛불집회) 나오게 됐다”라고 심정을 밝힌 뒤 “신문 광고 1면에 ‘미국 쇠고기 안전하다’는 광고가 나오기에 미국육류업체에서 한국민에게 홍보하기 위해 광고를 낸지 알았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국민의 세금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광고를 냈다”며 허탈함을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4500만 국민이 포기하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규탄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퍼졌다.

자유발언을 지켜 본 일부 시민은 “내가 6·25를 겪어 봤지만 지금 하는 이 짓(촛불문화제)은 잘 먹고 잘 사니까 데모하는 것 밖에는 안 된다. 나라에서 정치를 잘해서 이만큼 먹여 살렸는데…”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비치기도 하였다.

한편, 주최 측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을 모금하기도 하였는데 민중가요가 나오는 약 3분여 동안 모금함 두통을 릴레이로 전달해가며 모았다. 3분 동안 모은 성금은 무려 69만원 선.

3분 만에 70만원을 육박하는 성금이 모인 모습에 흡족한 한 시민은 “다른 지역 시민들이 동해시민을 탐탁치 않게 보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보수의 수구노릇만 하고 인물을 볼 줄 모른다는 비난을 동해시민이라면 늘 간직하고 있었다”며 “그 이유는 도덕적으로 흠이 많은 최연희 국회의원을 다시 국회의원으로 뽑아줬기 때문이란 것을, 그렇지만 동해시민도 이 땅의 국민으로 먹을거리로 장난치는 이명박은 용서할 수 없으며 미친 소는 우리도 용납 못해…”라며 말을 끝내 잇지 못했다.

▲ 문화의거리 야외공연장을 출발한 시민들이 대학로쪽에서 거리행진 중이다. ⓒ 노형근


“미친 소, 미친 교육, 미친 정부 반대!”
“고시철회 협상무효!”
“광우병 쇠고기 너나 먹어!”
“미친 정부 물려나라, 이명박이 물려나라!”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며 10시부터 30분 간 거리를 행진했다. 유모차를 끈 박종현(39)씨는 “유모차에 탄 우리 아기와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두고 있다”며 “가족의 안위와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만큼 쇠고기를 재협상할 것을 당당하게 요청함과 동시에 미국 정부에 기대어 한국 국민을 기만한 이명박은 결코 이해할 수 없고 이런 태도는 국민이 예전처럼 아둔한 존재인 줄 알고 밀어부치는 시대착오적인 망각 행위”라고 현 정권을 강력하게 규탄하였다.

또 다른 참가자 유재돈(18)군은 “이명박이 시위를 하게 만들었으므로 배후세력을 꼭 집어 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가 원점에서 재협상이 이루어진 후 결과에 납득할 때까지 계속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경찰의 통제에 협조하며 평화 집회가 마무리 되는 듯 했으나 대학로에서 주최 측 한 관계자가 “경찰이 캠코더로 우리를 찍고 있었다”고 주장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끝까지 평화롭게 행진하자”며 경찰과의 충돌 없이 마무리 지었다.

한편으로는 촛불문화제가 열린 야외공연장 주변에 배치된 의경이 교통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평화집회에 협조하겠다던 경찰이 허술하게 대처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촛불의 힘은 대단하다. 촛불 하나의 힘은 미약해서 입김에도 금세 꺼진다. 하지만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모인 촛불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밤에도 끄떡 없이 활활 타오른다. ⓒ 노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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