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명박-버시바우 뺨치는 대전시장 '어록'

[取중眞담] '국어몰입교육' 필요하다

등록|2008.06.11 20:59 수정|2008.06.11 20:59

▲ 대전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중앙로를 걷고 있다 ⓒ 심규상



박성효 대전시장이 또 한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달 말부터 지난 9일까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 시장은 기자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상한(?)정보를 일러 주었다.

"교포들이 쇠고기 문제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교포들이 (촛불집회 및 쇠고기 재협상 주장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 얘기까지 했다"

안타깝게도 박 시장이 전한 정보는 '새 것'도 아니고 '믿을 만한 것'도 아니었다. 박 시장이
미국 출장을 가기 한참 전에 미 교포들간 논란과 함께 진위공방까지 있었다. 기자들에게 새로운 소식은 박 시장이 물고온 교포들의 입장이 아닌 박 시장의 소신이었다.  

"(교포들이 촛불집회가) 반미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다른 목적이 있으니까 그거 가지고 (촛불집회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더라"

대전시장 맞아? 수입업자 아냐?

여기까지는 박 시장이 만난 교포들의 우려 섞인 시각이니 그럴 수 있다. 문제의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그는 오찬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교포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 미국사람들이 못된 것을 팔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말문이 막히게 하는 답변이다.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해놓고 "질 좋은 쇠고기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보다 한 수 위다. 대전시장이 아닌 미국제품 수입업자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일각에서는 대전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는 미국방문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사람과 미국상품을 맹신하는 정도를 보면 외자유치하러 갔다가 외화유출만 하고 다닐 게 뻔하다는 우려때문이다.

이런 박 시장이 교포들에게 "촛불집회에는 불순한 다른 목적이 없다"고 말해 줬을리 만무하다.

버시바우 발언 원조격...우리말 몰입교육으로 끝내자

▲ 11일,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박성효 대전시장의 촛불비하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김문창



박 시장의 '어록'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달 금강운하 건설과 관련 운하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대운하 문제에 대해 국민이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한국인들은 과학적 사실을 더 배우라"는 발언의 원조격이다. 

박 시장은 쇠고기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일부 언론의 보도는 교포들이 쇠고기 문제를 걱정하는 분위기를 전달한 게 와전된 것"이라며 "미국을 옹호하고 촛불집회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고 밝혔다.

헌법학자 10명 중 7명이 쇠고기 장관고시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데에는 광우병 위험에 따른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알고 있는 촛불과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박 시장만 모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미국을 옹호할 마음이 없었다'는 해명이 본의라면 박 시장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법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없었던' 게 분명하다. 박 시장에게 '국어몰입교육'이 필요한 때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