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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37) 가이드북

[우리 말에 마음쓰기 337] ‘비옷’인가 ‘레인코트’인가?

등록|2008.06.12 11:30 수정|2008.06.12 11:30

ㄱ. 가이드북(guidebook)

.. 산이나 들에서 독사에게 물렸을 때 어떤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지 등 야외에서 참조할 만한 가이드북 역할도 함께 하였다 ..  《백남극,심재한-뱀》(지성사,1999) 머리말

 독이 있는 뱀이면 ‘독뱀’입니다. 굳이 ‘-蛇’를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해야 하는지 등(等)”은 “해야 하는지처럼”으로 다듬고 “야외(野外)에서 참조(參照)할 만한”은 “바깥에서 볼 만한”이나 “들판에서 쓸 만한”으로 다듬습니다. ‘역할(役割)’은 ‘노릇’이나 ‘구실’로 고쳐 줍니다.

 ┌ 가이드북(guidebook)
 │  (1) 여행이나 관광 안내를 위한 책
 │  (2) 학습이나 상품의 정보 따위를 다룬 소개서
 │
 ├ 가이드북 역할도 함께 하였다
 │→ 안내책자 노릇도 함께 하였다
 │→ 길잡이책 구실도 한다
 └ …

 흔히 ‘안내책자’라 하는데, 우리 말로 풀어내자면 ‘길잡이책’입니다. 보기글에서는 ‘길잡이책’이라 안 하고, “바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도 실었다”처럼 쓰면서 끊어도 괜찮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말이니 “무슨무슨 책이다” 하기보다는 “무엇무엇을 실었다”라고 해도 되거든요.

 ┌ 길잡이책
 ├ 길동무책
 ├ 길그림책
 └ …

 길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만 알려주는 책이라 할 때에는 “길을 그린 그림”을 담은 책이라는 뜻에서 ‘길그림책’이라고 해 볼 수 있습니다. 길잡이 노릇을 한다면, 낯선 길을 갈 때 옆구리에 끼면서 들여다보는 책이 될 터이니 “길동무와 같은 책”이라는 뜻에서 ‘길동무책’이라고 새로운 이름 하나 붙여 보아도 어울립니다.


ㄴ. 레인코트(raincoat)

.. 레인코트 안에 입은 셔츠 칼라를 열어제친 짐 포먼은 청사 유리문 바로 앞에 서 있었는데 ..  《하워드 진/유강은 옮김-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이후,2002) 109쪽

 셔츠 ‘칼라(collar)’는 ‘셔츠 깃’이나 ‘옷깃’으로 고쳐 줍니다.

 ┌ 레인코트(raincoat) = 비옷
 ├ 우비(雨備) : 비를 가리기 위하여 사용하는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    우산, 비옷, 삿갓, 도롱이 따위를 이른다
 │
 └ 비옷 : 비가 올 때 몸이나 옷이 젖지 않도록 맨 겉에 걸치는 입을거리
        (비가 올 때 입는 옷)

 언젠가 비옷을 입고 자전거를 세 시간 반 넘게 달린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달리고 보니 비옷을 입으나 마나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날 신문딸배로 일할 때에도 10분만 지나도 비옷 효과는 사라졌습니다. 그래, 그때 자전거 나들이 때에도 틈틈이 멈춰서 비옷을 조금이나마 말린 뒤 다시 걸치곤 했습니다.

 비가 올 때 입는 옷이니 ‘비옷’입니다. 비가 올 때 신는 신발이면 ‘비신’이 될까요? 흔히 ‘장화(長靴)’라고도 하지만, ‘장화’란 ‘목긴신(목이 긴 신)’입니다. 그러니 이때에는 ‘비신’이라 써 줄 때가 더 나아요.

 이제, 찬찬히 헤아려 봅니다. 미국사람이 쓴 책에는 서양말로 ‘raincoat’라고 적혀 있었겠지요. 그러면, 이 말을 한국사람이 읽을 책에 옮길 때에는 어떻게 적으면 되겠습니까. ‘비옷’으로 풀어놓으면 되겠습니까, 아니면 서양말로 적힌 ‘레인코트’라고 적으면 되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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