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스티로폼탑'의 모든 권력은 시민에서 나온다

[촛불집회 인터뷰 ③] 7시간 격론, 촛불집회는 진화한다

등록|2008.06.13 14:06 수정|2008.06.13 14:06

이것이 MB식 소통인가11일 새벽 컨테이너 박스 위로 올라간 시위대가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 오준호


벽을 인정할 것인가 넘어설 것인가

6.10 촛불대행진의 백미는 컨테이너 성벽 앞에서 장장 7시간 동안 펼쳐진 '스티로폼 대논쟁'이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차디찬 '난 너희를 포기했어, 어디 맘대로 해 봐'라며 '명박산성' 아래로 국민을 내려다보는 대통령을 느꼈을 것이다. 그 위압적인 쇳덩어리 장벽은 대통령이 국민을 얼마나 신뢰하지 않는지 확연하게 보여준다. 저 정도라면 브레히트의 시처럼 '정부가 인민을 해체하고 다른 인민을 선출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을까?'

촛불 문화제가 대중의 지지를 얻은 건 물론 비폭력 평화원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경찰이 막으면 돌아갔고 전경버스의 벽에 부딪치면 그 앞에서 잔치를 벌이며 밤을 샜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벽을 인정해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폭력을 경계하는 마음이 너무 컸던 나머지, 물리적 장벽에 앞서 이미 심리적 장벽을 치고 그 안으로 우리의 행동을 제한해버리지는 않았을까.

이 심리적 장벽을 깨기 위해 인권활동가들이 나섰다. 그들은 경찰의 물대포나 방패만 폭력이 아니라,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쌓아올린 저 철벽 역시 폭력이요, 자유의 박탈이며, 인권침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그것에 둔감해지면 저 벽은 우리 내면에 습속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마치 컵 안의 벼룩은 컵의 높이밖엔 뛰지 못하는 것처럼.

긴장감과 격렬함 속에 이어진 밤샘 논쟁

스티로폼 논쟁의 시작11일 새벽 스티로폼 연단을 쌓는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 기자들이 뒤엉켜 주변은 매우 뜨거웠다. ⓒ 오준호


자정 즈음, 인권 활동가들이 높이 50㎝가 넘는 스티로폼 수십 개를 컨테이너 앞으로 운반해오기 시작했다. 일대가 술렁거렸다. '저걸 쌓고 컨테이너를 넘을 것이다'고 예상한 시위 참가자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한 쪽은 그런 행동이 비폭력 원칙을 깨고 조중동에게 빌미를 준다고 생각하여 막으려 했고, 한 쪽은 이제 '무기력한' 집회를 끝내고 실력행사에 들어가자고 생각하여 '더 가까이, 더 높이' 쌓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 활동가들의 목적은 컨테이너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스티로폼으로 탑을 쌓고 저들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가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심리적 장벽을 깨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탑을 쌓기 시작하자마자 인권 활동가들과 그들을 막으려는 일부 시위대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프락치는 꺼지셈'이라는 피켓을 든 한 청년은 "이게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냐"며 목청을 높였고, 그것을 지켜보던 다른 청년은 "저들은 10년도 더 한국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사람들이다, 누구보고 프락치라고 하느냐"며 그 청년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인권 활동가들이 "절대로 컨테이너를 넘어가지 않는다"고 다짐하여 스티로폼 탑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자유발언대가 열리자, 이번엔 "어서 컨테이너로 올라가자!"는 의견의 시민들이 격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여기서 백날 축제 판만 벌이고 있다고 이명박이 눈이나 깜빡할 것 같습니까?"

이 와중에 매우 흥분했거나 술을 먹은 시민들이 스티로폼 탑 위로 뛰어올라와 주변은 한 때 아수라장이 되었다. "내려와!" "앉아라!" "말을 들어보자!" "야, 이 XX야!" 온갖 격한 언성과 논쟁 끝에, 결국 스티로폼 탑을 일단 컨테이너로 붙이고 자유발언을 이어가기로 했다. 인권 활동가들이 기획한 '스티로폼 퍼포먼스'는 끝났고, 공은 시민들에게 넘어갔다.

시민들과 학생들이 달라붙어 스스로 지휘해가며 스티로폼 탑을 해체, 재조립했고, 그 위로 뛰어오르는 흥분한 시민들을 막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다시 자유토론이 재개되었다. 또 다시 이어진 뜨거운 논쟁들.

결국, 우리의 안전과(그리스를 바른 컨테이너에서 자칫 실수하면 떨어져 크게 다치므로) 비폭력의 원칙을 지키면서, 저들이 만든 경계선을 넘어서는 상징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차례차례 단체 깃발들이 컨테이너 위로 올라갔고, 시민들은 휘날리는 깃발을 보며 '광야에서'를 합창했다. 희붐하게 동이 터오는 새벽, 시민들의 얼굴은 확실히 승리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정복한 깃발들격론 끝에 시위대는 스티로폼 탑을 통해 차례로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 깃발을 흔들었다. ⓒ 오준호


스티로폼 연단 앞에 선 시민들

이 컨테이너 논쟁은 참가자들에게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이루기 위해 이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 것일까. 참가자들에게 물어보았다. 먼저, 환호하는 시민들 뒤로 다소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성에게 다가갔다.

김형식(38, 고시생) "스티로폼 연단 기획자의 상상력을 존중해야죠"

"처음에 저 스티로폼 연단을 만들자고 한 건 참 멋진 민주주의적 상상력이었다고 봐요. 우리를 가로막은 컨테이너 박스를 직접 넘기보다는 상징적인 길을 만들자는 거죠. 그리고 모두가 토론해서 그 길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 방식에 반대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결국 스티로폼 연단을 컨테이너 박스에 붙이고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 버렸어요. 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봐요. 일단 스티로폼 연단을 기획한 사람들의 뜻이 있는데, 그 상상력을 존중해야지 파괴하면 안 되죠. 정말 올라가고 싶었으면, 다른 방식으로 올라가야죠. 옆으로 올라간다든가…."

- 스티로폼을 타고 저기 올라간 것은 옳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넘어간다고 뜻을 전할 수 있나요? 물론 저도 청와대 가자는 주장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흥분하고, 술 먹고 올라오는 사람도 있고, 또 군중심리도 있잖아요. 좀 문제라고 봐요."

- 격한 토론이 있었는데요, 그 과정을 보신 소감은 어떠세요?
"격한 몸싸움에, 서로의 말을 안 들으려고 하고, 프락치라고 욕하고... 별로 민주적이지 않았어요. 우리가 이명박을 보면 어떤가요? 저 컨테이너 박스도 그렇고 정말 상상력 결핍이라고 느끼잖아요. 저는 스티로폼 연단이 우리의 다른 상상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토론이 너무 감정적으로 흘러 안타까웠어요. '우리가 이러다가 이명박을 또 뽑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 오늘 참 많은 분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모일 수 있을까요?
"오늘처럼 많이 모이긴 힘들어도, 촛불집회가 멈춰지진 않을 거라고 봐요. 참석자들이 지쳐 있지도 않구요. 다만 사람들이 술은 좀 안 먹었으면 하네요.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의 비이성적 문화가 더 문제 아닐까요. 뽑아준 사람들이 선택의 책임을 져야죠. 참아내든지, 계속 저항하든지요."

이번에는 컨테이너 위에 휘날리는 깃발을 밝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민에게 말을 걸었다.

박채순(40, 개인사업) "이런 게 진짜 민주주의죠"

- 장시간 토론을 보셨지요? 현재의 결론에 찬성하시나요?
"결과적으로 잘 되었다고 생각하죠. 아주 보기 좋습니다. 토론 과정이 격렬했지만, 시민들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죠. 그래도 몸싸움 같은 충돌이 생긴 건 아무래도 경찰의 프락치가 있긴 있는 것 같아요."

- 컨테이너에 올라간 행동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공권력이 시민을 가로막는 장벽을 친 거잖아요? 거기 반해서 시민의 뜻을 보여주는 거죠. 올라가는 것을 반대하신 분들은 안전을 우려하셔서 반대하셨겠죠. 결과적으로 아무도 다치지도 않고 저렇게 시민의 뜻도 보여주고, 잘 된 거죠. 뉴스로 컨테이너 쌓는 것을 보다가, 시민의 뜻을 어떻게 저렇게 막느냐 싶어 답답해서 나왔거든요. (왜 직접 올라가지 않았냐는 질문에) 어유, 그러기엔 나이가, 피도 좀 식었죠 (웃음).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 이게 민심이란 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 몇시간씩 힘겹게 토론했는데, 혹시 힘 있는 지도부가 있어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으세요?
"아니요, 또 하나의 권력이 생기는 건 반대합니다. 토론이 장시간 걸리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잖아요. 이런 게 민주주의라고 봐요. 저는 예비군들 군복입고 다니는 것도 좀…. 그것도 또 다른 권력일 수 있거든요. 촛불집회 오늘 세 번째인데요. 오늘은 아들을 안 데려왔는데, 데려왔으면 이런 좋은 교육을 시키는 건데 아쉽네요. 사실 집사람한테는 딴 일로 외박한다고 했어요. 하하!"

명박산성의 깃발을 보며 즐거워하는 시민들시위대가 컨테이너 위에서 깃발을 흔들자 시민들은 '광야에서'를 합창했다. ⓒ 오준호


"강한 지도부가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가 우선"

작은 체구지만, 피로한 기색도 없이 이 과정을 눈에 담고 있는 여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늘 집회에 혼자서 참여했다는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영은(28, 대학원생) "이명박 대통령은 거짓말 좀 그만하고..."

"사람들의 의견이 너무 많아서 초반에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이명박은 물러나야 한다는 목적은 다 똑같잖아요. 토론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봐요."

- 이 긴 토론의 쟁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 쪽에서는 스티로폼을 높이 쌓아서 컨테이너를 넘어가자, 그래서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자는 거고, 한 쪽에서는 우리의 안전이 우선이니 올라가지 말자는 거죠. 토론과정에서 의견들이 합리적으로 수렴되었다고 생각해요."

- 본인은 저 컨테이너 박스를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안전이 먼저 보장되어야겠죠. 몇몇 과격하신 분이나, 술 드신 분들이 나서서 위험할 뻔도 했는데, 안전이 먼저이므로 넘어가는 것은 반대해요."

앞의 시민에게 던졌던 질문을 반복해보았다. 강한 지도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뇨, 그건 아니죠. 운동권이 아니라 순수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봐요. 물론 혼란스러운 측면도 있죠. 과격하게 선동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결국 토론해서 타협에 이르렀잖아요. 이것이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요. 촛불집회는 오늘 세 번째인데, 앞으로도 평화시위로 계속해야죠. 시위 오시는 분들 중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도 많을 텐데, 그분들 도움도 받고, 법적 정치적 압력도 가해서 합리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하야하게 해야겠죠."

- 말씀이 꽤 급진적이신데요, 이전에 다른 이슈의 집회에도 많이 참가했나요?
"아니요.(웃음) 평소엔 별로 관심이 없었죠. 하지만 지금 정부는 너무 비상식적이고 사회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거짓말 좀 하지 말고, 수뇌부들의 말만 듣지 말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태의 근본을 좀 봤으면 좋겠어요."

철학도여서 그런지 '합리적' '이성적'이란 단어를 많이 썼지만, 이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할 만큼 급진적인 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이지 합리적인 분에게도 (격렬한 시위를 주장하는) '비합리적'인 분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처지인 것 같았다. 

친구들과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여대생들에게 다가갔다. 졸린 표정이 역력하면서도, 이 논쟁을 내내 지켜보았다고 한다. 이들이 과연 정치에 무관심하다던 그 대학생들인가?

엄신애(22, 한서대 노인복지학) "평화적으로, 비무장으로"

- 이 토론과정을 지켜보신 소감은요?
"제가 지금 너무 졸려서…. 저는 사람들이 (컨테이너 위로) 안 올라갔으면 했는데요. 너무 위험해보이잖아요. 5m도 넘는다는데 전경이 지난번처럼 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탈 없이 다 내려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걸 명박산성이라고 부르잖아요. 사람들은 저기 깃발을 들고 올라가서 정복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기뻐하고…. 저요? 저는 별로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 저렇게 소통을 거부하는 정부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 것 같은데요.
"우리가 다 뜻이 있는 상태로 모인 거니까, 평화적으로 해야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 거라고 봐요. 저도 지난 번 물대포 뿌릴 때 있었는데요, 비무장인 시민들에게 그렇게 나오는 건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시민들도 무기를 들고 전경을 때리는 건 아니라고 봐요. 전경도 시민이잖아요."

옆에서 과 친구가 맞장구를 친다. "맞아, 맞아. 폭력 쓰면 그건 촛불집회가 아니라 데모잖아, 데모." '집회시위'가 영어로 데모(demonstration)라고 말을 할까 하다가 그만 뒀다. 그들이 매체를 통해 접했던 집회·시위와 비교해서 이 촛불집회에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을 테니.   

우리 안전하게, 평화롭게 시위해요재미있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여대생들. 맨 왼쪽이 엄신애씨. ⓒ 오준호


"시민들의 역동성 봤다... 지금은 시민혁명의 과정"

스티로폼 논쟁에 불을 당긴 인권 활동가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피로한 표정으로 시민들을 지켜보고 있는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박래군씨에게 다가갔다.

- 스티로폼 단상을 쌓으려는 계획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요?
"집회 때마다 있는 차벽(전경버스 벽)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집회하고 행진하다가 막히면 무기력하게 돌아가고…. 계속 이럴 순 없으니까요. 사실 경직된 '폭력/비폭력' 구분에 문제제기를 하려던 마음도 있었어요. 아예 장벽에 접근하는 자체가 폭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옳지 않은 거죠. 어제 새벽에 컨테이너 박스를 세운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끼리 한참을 논의했어요. 이거 분명히 폭력인데, 이런 것으로 행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로 했죠. 그래서 연행되는 것을 결의하고라도 올라가자고 했는데….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높아요. 어쨌든 안전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거리를 좀 두고 (스티로폼을) 쌓기로 했는데, 다수는 그걸 원하는데 또 붙여 쌓길 원하는 소수가 있었어요. 우리는 컨테이너 높이로 쌓아 상징적인 액션을 하려던 건데, 급진적인 일부 사람이 거의 폭발을 한 거죠."

- 처음 생각했던 계획과 많이 달라졌는데요, 결과적으로 어떻게 보시나요.
"어쨌든 안전사고 없이 끝났으니까 잘 된 거죠. 사람들이 흥분해 있어서 사고를 제일 걱정했어요. 또 시민들이 자꾸 관성화되는 집회의 매너리즘을 넘어, 같이 액션을 만들고 또 거기서 승리감을 맛봤다는 것도 잘된 거고. 시민들의 역동성을 볼 수 있었지요."

- 오늘 토론에서처럼 시민들 사이에 의견이 너무나 다양한데, 앞으로 어떻게 모아가야 할까요?
"사실 물리력을 갖추는 것도, 일관되게 비폭력으로 가는 것도 둘 다 어려움이 있지요. 또 저 벽을 넘어간다면 그 때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달리 보면 지금 모든 게 시민혁명의 과정에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봐요. 영향력이 있는 조직을 정비하는 것도 필요한데, '지도부'에 대한 시민의 반감도 분명히 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지금 시민혁명이 진행 중이다"스티로폼 퍼포먼스의 기획자 중 한 명인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오준호


촛불혁명은 또 한발 진화하고 있다

'시민들 오면 막으면 되고, 그래도 오면 또 막으면 되고…' CF 노래의 가사가 뒤바뀌어서 떠오른다. 왜 오는지, 누가 오는지 관심 없고 오면 막고, 막히면 못 올 거라는 저들의 단순할 발상. 거기에 비해 우리의 밤샘 토론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웠다.

그러나 그 토론은 우리 내면에 저들이 그토록 두려워 했던 심리적 장벽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해체하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은 우리 안의 울타리의 유혹, 안주하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 안에 그것 이상으로 강렬하게 잠재한, 울타리를 뛰어 넘으려는 욕구와 상상력도 발견했다. 이 경험은 이 촛불혁명의 급진성을 지켜내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한편, 스티로폼 논쟁은, 민주주의란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서로를 변화시키는 것임을 알게 해 주었다. 촛불 내에도 너무나 다양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들은 자칫 이 운동을 내면에서 붕괴시킬 위험도 얼마든지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하며 더 높은 질로 모두를 이끄는 힘 역시 우리에게 있다는 것도 우리는 증명했다. 시민들은 서로의 경계를 넘고, 서로를 이해했고, 스스로 '지도부'로 변화하고 있었다.   

MB에게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우리는 또 진화했다.

(인터뷰를 하신 분들의 성함은 박래군씨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사회당 서울시위원장입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intero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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