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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세상 바꾸려면 촛불시위 이후를 준비해야"

13일 오후 창원 'YMCA전국대회' 강연... "이명박 정부는 '컨셉'이 없다"

등록|2008.06.13 19:16 수정|2008.06.14 08:08

▲ 박원순 변호사는 13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YMCA전국연맹 전국대회에서 주제강연했다. ⓒ 윤성효


"촛불시위가 세상에 문제제기는 할 수 있어도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촛불시위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촛불소녀의 열정과 참여가 사그라들지 않고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 속에 있도록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보면서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컨셉'이 없다"는 말도 했다. 그는 13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9차 한국YMCA전국연맹 전국대회에서 강연했다.

YMCA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시대와 사회의 이슈와 아젠다를 선점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지도자가 21세기 아젠다를 모르면 촛불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21세기 미래 비전을 만드는 길에 대해, 그는 "한국사회와 국제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 과제를 논의하고 정리하는 일"과 "우리 시대에서 풀어야 할 과제와 이슈, 아젠다,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힘이 중앙으로 모이면 망하게 된다. 중앙은 부패하고 퇴보한다. 반면에 지역은 진취성과 건강성을 갖추고 있다. 창조적 소수가 중심이 되는 시대다. 역사 속에서 작은 그룹이라도 중요한 일을 해온 사례가 많다."

"공공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깃발 아래 경계는 없다"고 한 박 변호사는 일본 미카다시가 '주식회사 미가타'를 만들어 그 도시의 소기업들을 성장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 정부 공무원에 대한 기대는 저버렸다"면서 "우리 공무원과는 무엇을 함께 하기가 쉽지 않다, 관료주의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단체가 하는 일을 민간위탁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본은 단순한 민간위탁이 아니더라, 우리의 위탁은 '갑'과 '을'의 관계에 있어 '을'은 엄청나게 불리한 조건이다. 그런데 일본은 평등하다"고 소개했다.

박 변호사는 젊은이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청년이여 고향으로 내려가 시장이 되자. 앞으로 지방선거가 2년 정도 남았다, 이 추세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역에서 열심히 시민운동을 하면 자연적으로 지방의원과 단체장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생활이다. 정치보다는 삶과 운동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뼈 빠지게 일하는 것도 좋지만, 시골 가서 10년 열심히 일하면 시장이 된다."

또 박 변호사는 한때 벌였던 낙선운동에 대해 "낙선운동은 그 당시 정치에 영향을 미쳤는데, 그때로 그쳤다"며 "국회를 바꾸는 것은 여의도보다 지역이다, 지역운동과 지역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좋은 지역공동체가 많다고 소개한 그는 "사투리조차 엄청난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지역 공동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고 말했다.

▲ 한국YMCA전국연맹은 13~14일 이틀동안 창원에서 전국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참여 민주주의'를 강조한 그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1987년 뒤 민주주의가 완성된 것처럼 되어 왔지만 우리 삶 속에서는 아직 아니다. 서울대 총장선거 후보도 교수들한테 술을 사주었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들었다. 우리는 아직 총장 선거도 제대로 안하고 있다. 아직 민주주의가 갈 길은 멀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하지만, 그것도 지역이기주의에 흐르고 있다"며 "우리의 민주주의 운동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네티즌이 필요하다. 촛불시위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면 가능하다. 가령 희망제작소 사이트에 어떤 네티즌이 식품유효기간 표시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뒤 식약청에 항의해서 해결하기도 했다. 촛불소녀처럼 어떤 사안에 대해 적극 나서 항의하고 개선하도록 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시민참여 방법이다."

"생태적 감수성이 21세기를 좌우한다"고 한 그는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건물을 짓더라도 쓸 사람한테 물어보지 않고 짓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1000석 이상 규모를 갖춘 공연장이 130개나 있는데, 한번 지으면 몇 백억씩 들어간다. 그 중에는 전기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도 있더라. 어디에 쓸 것인지도 살펴보지 않고 짓다 보니 그런 일이 벌어진다. 엄청난 예산낭비다."

대체에너지를 강조한 박 변호사는 "공공기관 건물의 옥상에 태양광 에너지 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시민기업을 만들어서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창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독일은 동네마다 놀이터가 다르다. 아이들을 창의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심지어는 지붕에 염소를 키우는 마을도 있다. 일본은 온 국민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나라다."

서울시가 '세계 디자인 수도'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한 마디했다. 그는 "세계 유명 디자인 작가를 선정했던데, 우리의 향토적인 것을 가져야 한다"며 "토착적인 것을 갖고 세계로 나가야 장사가 된다"고 말했다.

평생교육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요즘 주민자치센터를 보면 거의 대부분 노래교실과 요가, 수지침 등이다. 전국이 같다. 인문학 등 다양하게 해야 한다. 민방위 교육 때도 70년대 강사를 초빙하는 것보다 시민운동가로부터 새로운 시대 비전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한국YMCA전국연맹(이사장 허정도)은 13일부터 14일까지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지속가능한 YMCA'라는 주제로 전국대회를 열고 있다. 둘째날에는 '광우병 논란, 그 진실과 대안'이란 주제로 특강을 실시하고 '소통과 연대를 위한 열린 토론마당'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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