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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백미, '파리봉'에 오른 용감한 형제

[사진] "수정빛 코끼리가 낙동강 물 다 빨아 먹겠네..."

등록|2008.06.16 13:27 수정|2008.06.16 13:27

코끼리가낙동강 물을 다 빨아 먹는다는...파리봉 ⓒ 김찬순

  바람이 등을 자꾸 떠밀며 내려가라고 하는 것 같은 오늘(6월 15일) 형님과 금정산 파리봉에 올랐다. 나이 육십을 넘긴 형님이지만 나보다 걸음이 빠르시다. 나의 형님은 누구신가. 그 옛날 귀신도 때려 잡는다는 해병, 월남참전 용사로서, 국가보훈 유공자이시다. 그래서 늘 난 형님을 마음으로 존경한다. 고엽제로 고생하고 계시지만 정신력으로 이겨온 형님의 세월이다. 등산에 관한한 또 나보다 정보가 너무 많은 형님이시다. 그래도 등산길에서는 아무리 친형제간이라도, '형님 먼저, 아우 먼저가 없다'는 것이 등산의 불문율이다. 가다가 지쳐도 절대 남을 도울 수 없고, 도와 줄 수도 없는 산행이다. 나는 지친 발걸음을 재촉하며 형님 따라가기 힘들지만, 결코 등산에는 아우인 나도 지지 않으려고 입술을 문다.  

아름다운수정빛 파리봉 ⓒ 김찬순

금정산제 2의 '하늘문'으로 하늘을 보다 ⓒ 김찬순

제1의'하늘문' ⓒ 김찬순

오늘의 등산 목표는 파리봉으로 세웠다. 워낙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오늘은 파리봉 정상까지 오르는 이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파리봉은 불교의 7보 중의 하나인 '수정'을 상징한다. 이 정상의 바위들은 기암괴석이 수정 같이 생겼다. 햇빛이 좋은 날은 바위에 반사되는 빛에 의해 영롱한 유리알처럼 빛나는 기적을 이룬다고 한다.  

파리봉올라 ⓒ 김찬순

  이 '파리봉'은,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서 모양이 다르게 보인다. 멀리서 보면 바위 생김새가 코끼리가 낙동강 물을 마시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산봉우리를 불명으로 '파리봉'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외도 그 옛날 천지개벽시 산정에 파리 크기만큼만 물에 잠기지 않아 '파리봉'이라 하였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금정산은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을 비롯하여, '원효봉', '의상봉', '미륵봉', '계명봉', 파리봉 등 산봉우리의 명칭이 불교적인 불명을 가지고 있다. 파리봉 주위의 '상계봉(638m)은 금정산성 제 1망루에서 보면 산정은 화강암류로 노출되어 바위의 생김새가 닭 머리의 벼슬처럼 닮아, 이를 닭 계(鷄)자를 붙여, 상계봉이란 이름이 되었다 한다.
 

수정빛 파리봉은금정산의 백미 ⓒ 김찬순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산유화>-'김소월'
 

산에는꽃이 피네 ⓒ 김찬순

 

바람은자꾸 등을 떠밀고 ⓒ 김찬순

금정산은 아득한 옛날 '신의 샘'이란 뜻에서 '검얼뫼'라고 불리웠다고도 한다. 금정산은 매번 오지만 올 때마다 그 보는 위치에 따라서 그리고 산을 타고 올라오는 등산로에 의해서, 몇 수십번 올라와도 전혀 한번도 와 보지 않는 산처럼 그렇게 낯설고 신비한 부산의 대표적 명산임을 확인한다.
한평생 같이 한 가족으로 살아왔지만, 항상 뵐 때마다 존경스러움을 일게 하는 형님의 숨겨진 모습처럼. 새삼 형님의 얼굴에 하얀 소금꽃처럼 부슬부슬 일어나는 고엽제의 휴유증세의 마른 버짐이 오늘은 왠지 천년 바위의 얼굴처럼 성스럽다. 단 한번도 이런 말을 해 본 적은 없으나, '형님! 당신의 성실한 생애를 정말 사랑합니다. 당신이 나의 형님이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마음 속으로 되새겨 본다. 그러나 거센 바람은 자꾸 산을 내려가라고 등을 떠다민다.  

금정산발 아래, 부산 시가지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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