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이 '이성적 동물'이라는 생각은 '오만'
대운하 추진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책 표지 ⓒ 효형출판사
개미는 동서양 모두에서 부지런한 동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개미들은 군락 저체로 볼 때 부지런한 것이지 한 마리 한 마리를 놓고 볼 때는 결코 부지런한 동물이 아니다. 물론 종에 따라 다르고 군락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어느 군락이건 일하는 개미들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에 비해 두 배는 족히 되는 개미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한다."
이 글은 최재천 서울대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출판사)에 나오는 글 일부다. 생명과 자연환경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환경과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 줄 뿐만 아니라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담스럽지 않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드러내는 자연과 생물에 대한 미시적인 관점을 통해 보통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생물학적 사실을 아우르면서 자연을 배려하는 자세로 유도하거나, 거시적 관점으로 우리 인간사회와 연관시켜 바람직한 사회와 조직문화를 강조하기도 한다.
대학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지나치게 난해한 용어나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알면 보인다'와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동물학자로서 동물과 자연 속에서 인간의 진정성(?)을 찾으려고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글쓴이는 과학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동물의 이성적인 행동이나 동물의 철학적인 삶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무엇보다도 동물과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읽다 보면, 인간만이 '이성적인 동물'이라 일컫는 인간세계의 허위의식이 드러나고, 인간이 내세우는 명분과 이기심이 얼마나 공허한지 깨닫게 만든다.
부상을 당한 동료를 혼자 등에 업고 그가 충분히 기력을 찾을 때까지 떠받쳐주는 고래들의 따뜻한 동료애나, 어미 말벌이 자기 자식들의 먹이가 될 곤충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신경만 부분적으로 마비시켜 자식들에게 늘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만든다는 끔찍할 정도로 자식을 위하는 말벌, 그리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자식들에게 먹이는 거미들의 지극한 자식 사랑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삶을 조용히 꾸짖는 듯하다. 아니 우리 인간의 무절제한 개발과 환경파괴 부당성, 비이성적인 사고를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는 사람들에게는 생명이나 생물이 가치가 없는 미물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자연의 입장에서는 모든 살아있는 것은 아름다울 것이다. 인간들의 눈은 생물마저도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판단하지만 자연은 살아있는 모든 것이나 무생물이나 모두가 아름답다. 바로 우리 인간이 가져야할 생물이나 무생물에 대한 자세인 것이다. 대운하 논란을 바로 이러한 생물과 무생물에 대한 발상전환의 계기로 삼아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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