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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9)

― ‘뉴스 속의 이라크’, ‘성경 속의 가르침’ 다듬기

등록|2008.06.16 18:18 수정|2008.06.16 18:18
ㄱ. 뉴스 속의 이라크

.. 한국에서 우리가 보았던 뉴스 속의 이라크는 두려워 떨고 있었지만 이라크 안에 들어와 이라크에서 만나는 이라크는 ..  《임영신-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2006) 46쪽

“이라크 안에 들어와 이라크에서 만나는 이라크는”은 “이라크에 들어와 만나는 이라크”라고만 하면 됩니다. ‘이라크’라는 말이 세 차례 나오기도 하지만, ‘안’이라는 말은 군더더기입니다. 나라밖으로 나간 사람보고 “언제쯤 한국 안으로 올 생각이니?” 하고 묻지 않아요. “언제쯤 한국으로 올 생각이니?” 하고 묻습니다.

 ┌ 뉴스 속의 이라크
 │
 │→ 뉴스에 나오는 이라크
 │→ 뉴스에 비치는 이라크
 └ …

보기글은 차례를 조금 바꾸어, “한국에서 우리가 뉴스로 본 이라크는”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쓴 분은 “뉴스 ‘속’ 이라크”와, “자기가 몸소 ‘안’으로 들어가 본 이라크”를 견주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처럼 나타내고 싶은 마음이라면 좀더 알기 좋도록 나타내고, 말법과 말투도 얄궂지 않도록 마음을 쏟으면 더 낫겠지요.

ㄴ. 성경 속의 가르침

.. 낙타가 바늘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성경 속의 가르침이나 ..  《송두율-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후마니타스,2007) 111쪽

“바늘구멍 속으로 들어가는”으로 적어도 틀리다고는 느끼지 않지만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으로 적을 때가 한결 어울리지 싶습니다. “들어가는 것보다”는 “들어가기보다”로 다듬습니다. ‘교훈(敎訓)’이 아닌 ‘가르침’으로 적어 주니 참 좋습니다.

 ┌ 성경 속의 가르침
 │
 │→ 성경에 나오는 가르침
 │→ 성경에 적힌 가르침
 │→ 성경에서 말하는 가르침
 │→ 성경에서 이르는 가르침
 │→ 성경 가르침
 └ …

성경에 나오는 가르침입니다. 성경을 읽으면 찾아볼 수 있는 가르침이에요. 성경에서 말하는 가르침. 성경에서 들려주는 가르침입니다. 짤막하게 줄이면 “성경 가르침”이고요.

ㄷ. 자연속의 자라는 나무

.. 일본에서는 1967년에 마지막으로 황새가 자연속의 자라는 나무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  《김황/김정화 옮김-황새》(우리교육,2007) 100쪽

이 보기글은 “자연 속에 자라는”으로 적으려다가 이처럼 잘못 적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태껏 수많은 글을 읽고 살펴 오면서, 이처럼 적는 보기는 처음 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일입니다. 재일조선인이 쓴 글을 남녘말로 옮긴 보기글이기 때문에, 재일조선인이 일본말로 처음 썼을 때에는 ‘自然中の成長の木’로 적었을지 모르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 일본 말씨를 고스란히 한글로만 바꿔치기를 했을지도요.

 ┌ 자연속의 자라는 나무 (x)
 └ 자연에서 자라는 나무 (o)

아무튼, 이 보기글을 “자연에서 자라는 나무”로 고쳐 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쳐 놓아도 어딘가 어설픕니다. 내키지 않습니다. 무언가 얄궂습니다.

 ┌ 도시 아닌 시골에서 자라는 나무
 ├ 도시 아닌 자연에서 자라는 나무
 │
 ├ 숲에서 자라는 나무
 └ 숲속에 있는 나무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사람이 부러 심지 않고 자연스레 자라난 나무에서 보금자리를 튼 황새 이야기를 하려고 “자연에서 자라는 나무”라고 적었다고 느낍니다만, ‘숲’이라고 적어 놓을 때가 한결 어울리지 않으랴 싶습니다. 또는 ‘숲속’이라고 적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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