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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특수공작원들의 전투작전 같았다

[시랑헌에서 부르는 나와 집사람의 노래 12] 숲 가꾸기

등록|2008.06.17 11:00 수정|2008.06.17 14:18

터닦기와 묘목, 잔디 등 야생화가 심어져 기본 단계가 끝난 시랑헌 시랑헌 뒷 숲은 한 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숲이 우거져 숲가꾸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 정부흥


나와 집사람은 은퇴 후 영적 수행터를 만들어 안정되고 조화로운 생활을 살겠다고 서원한지 오래됬다. 이를 위한 삶의 터를 만들려고 진즉부터 서둘렀으나 2년 전에야 겨우 지리산 자락에 15000평의 임야를 구입할 수 있었다. 임야는 대부분 조림된 지역이며 조림 수종은 밤나무, 편백나무, 고로쇠나무였다.

작년 1월 1일 나의 뇌졸증 발병 후 마음이 급해진 나와 집사람은 작년 추석 연휴부터 임시거쳐라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지리산 터에 두 칸짜리 오두막 짓기를 시작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임시 거처가 만들어지고 '시랑헌'이라는 당호도 붙였다. 아직 화장실을 비롯한 마지막 마무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지리산 관광온천 지역에 숙소를 구하려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처지가 되었다.

다음에는 경사진 임야에서 최소한의 생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터닦기와 석축작업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굴착기와 덤프트럭을 구입하여 힘 닿는 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었으나 금년 4월까지 계속된 터닦기는 기간도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돈도 처음 계획의 3배가 넘는 금액이 소요되었다. 사전에 치밀한 토목 설계를 하지 못한 결과이다.

거처가 해결되고 터닦기가 마무리된 3월 말 부터 나와 집사람의 관심은 그동안 손도 못댄 정원, 텃밭 그리고 방치된 숲의 관리에 집중되었다. 마당과 빈터를 체울 정원수를 성목으로 구입하려고 했더니 나무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질 않는다.

묘목을 구입하여 기르기로 작정하고 이를 위한 갖가지 정보를 수집하였다. 나는 접근하기 쉬운 인터넷을 통해 각종 묘목들을 구입하고, 집사람은 옥천,구례, 순천 등지의 묘목상을 방문하는 발품을 팔아 나보다 저렴한 가격에 크고 좋은 묘목을 구입하는 기량을 보였다

숲가꾸기

ⓒ 정부흥


지자체의 숲 가꾸기 사업

각종 과일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잔디를 심어 토목공사로 벗겨진 사면이 어느 정도 녹색으로 어우러진다. 텃밭의 채소(상추와 케일)들도 점심 식탁에 올라오게 되자 그동안 방치한 산림이 한시가 급한 일이 되어 우리를 압박한다. 한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우거진 편백나무와 고로쇠 숲은 나 혼자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리 숲은 이미 적색 경보기도 지난 상태이다. 나는 금년 초 군청에 숲가꾸기 사업 대상 지역으로 신청해 놓고 기다렸더니 다행히 우리 임야가 대상 지역에 포함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이웃 박씨 아저씨의 얘기에 의하면 군청에서 시행하는 숲가꾸기 사업은 크게 기대할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자기의 경험에 의하면 벌목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를 정도며 오히려 숲을 망치는 경우도 허다 하단다. 해서 나는 우리 임야의 숲가꾸기를 하는 동안 지켜서서 감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군청 담당자를 통해 시행사업자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나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내가 현지에 있는 동안에 우리 임야에 대한 숲가꾸기 사업을 해달라고 부탁하였고 전전 금요일 6월 6일부터 3일간에 걸쳐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금요일에 숲가꾸기 작업반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 저녁 토요일에 전화를 했더니 일요일 아침 열댓 명 작업반을 오전 7시까지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작업반은 나타나지 않았다.

화가 많이 난 나는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군청으로 전화하여 우리 임야를 숲가꾸기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하면서 사업자의 약속 위반에 대한 빈정거림도 보탰다. 박씨 아저씨의 얘기도 있고 하여 마침 잘 됐다 싶다. 가을에 개인적으로 인부들을 동원하여 내가 원하는 형태로 숲가꾸기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집사람이다. 최소한 300만원 이상 들어가는 돈도 돈이지만 인부를 10명 정도 고용하여 며칠씩 위험한 엔진톱 작업을 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런 우매한 결정을 했는냐는 것이다. 듣고보니 집사람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들이 작업한 내용을 보고 추가적으로 손 볼 일이 있거나 설혹 전면적으로 다시 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그들의 작업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되어 군청에 다시 전화하였다. 다행히 담당자는 그렇지 않아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업자를 질책하였다고 하면서 순순히 우리 임야를 숲가꾸기 대상에 다시 포함시켜 주었다. 얼마 후 작업 반장이 시랑헌을 방문하여 작업 내용과 일정에 대해 상의하였다. 작업반장과 대화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의 편견과 노파심이 나를 얼마나 미궁으로 몰아 넣었는지 알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 숲가꾸기 작업반원들이 집사람이 준비한 모닝 커피를 들고 나자 일사불란하게 작업준비에 나선다. 이러한 행동을 본 나는 스스로 감독을 자청하고 나선 나나, 내가 고용한 박씨 아저씨의 입장이 그들에겐 방해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행동은 특수 공작원들의 전투 작전과 같았다.

숲 가꾸기 의의

작업 결과를 자랑하려고 집사람에게 전화했더니 작업이 완료된 지역을 둘러 보고 난 집사람의 반응은 전혀 딴 판이다. 나는 숲가꾸기가 끝난 숲을 보라고 했더니 집사람이 본 것은 잘려져 널부러진 나무들이다. 더 이상 가슴이 떨려 못보겠다며 서둘러 시랑헌으로 돌아가 버린다.

나도 이 참에 숲가꾸기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정리해 놓지 않으면 숲속의 나무 한 구루도 베어 넘기지 못할 것 같아 참고문헌을 조사하여 '숲가꾸기'의 당위성에 대한 논리를 정리해 본다.

첫째, 나무가 크고 굵게 자라게 한다. 간벌이나 가지치기 등으로 나무의 생육이 빨라져서 나무를 크고 굵게 한다. 연구 결과 대체로 3배 정도의 효과가 있다.

둘째, 물을 많이 보존한다. 우리나라는 UN에서 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산림은 자체로 물을 많이 저장한다. 그리고 서서히 강으로 그 물을 흘려 보낸다. 가지치기나 간벌을 하면 나무가 수분을 증발하는 양이 적어지므로 그 만큼 많은 물이 강으로 흘러 나가게 되어 우리에게 맑고 깨끗한 물을 많이 제공한다.

셋째, 환경을 보호한다. 가지치기나 간벌사업은 하층식생의 생육을 활발하게 하여 보다 다양한 식생이 숲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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