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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칼럼을 통해본 '편협한 흑백논리'란

[너무 다른 시선 ⑧] 한겨레-경향-동아 17일자

등록|2008.06.17 16:34 수정|2008.06.17 17:55
아르바이트 중 차를 타고 심부름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마침 KBS '라디오 정보센터'라는 프로그램의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나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심대평 총리설에 대해 말했다.

"정부가 보수 대연합을 통해 현 시국을 돌파하려는 것을 잘못됐다. 민심이 원하는 대로, 대통령이 민의를 들었을 때 대통령에게 지지도 보내고, 국정운영도 원활할 것이다"

'소수 야당으로 총리 제의가 들어온다는게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텐데'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정확한 현실인식이라고 판단했다.

17일(화),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보수연합'으로는 난국을 풀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겨레 역시 <보수대연합으론 위기 극복할 수 없어>란 사설을 실었는데 청와대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해 지속적으로 '심대평 총리설' 및 '박근혜 총리설'이 흘러나오고, 한나라당에선 친박연대 및 공천탈락 후 무소속 출마했던 의원들의 복당이 일부 허용되고 논의되는 것이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노림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언론에선 '민주노총 파업'이 새로운 의제로 상정됐다. 문제는 민주노총에서 주장하는 찬반투표율이 70%를 넘었다(한겨레 1면 기사 부제)는 사실과, 전체 조합원 51만 1737명 중 16만 9138명 찬성(동아일보 1면 기사 부제)이라는 사실이 충돌한다는 것. 가뜩이나 지난해 '한미 FTA 저지' 파업에 동참한 민주노총에게 '정치파업'의 멍에를 둘러씌우며 강도 높게 비난했던 조중동은 투표율과 찬성율이 낮은 점, '대의성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 현대차노조의 찬성표 재적 과반 미달 부결 등의 호재를 맞으며 등을 돌린 독자들을 되돌려올 카드로 삼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실제 4면 '민주노총 총파업 강행하나' 특집면에선 <파업을 위한 파업 않겠다더니... 1년만에 말 뒤집어> 기사를 통해 '촛불'로 분위기 호전되자 다시 정치파업 재개'라는 부제를 통해 시국돌파용 물타기를 시도했고, '민주노총 총파업 일지'라는 도표를 이용해 몇 개 사업장에서 몇 명의 노동자가 파업을 실시했는지를 보도했다.

기자도 노동자다. 동아일보 기자들도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있어서 '파업'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잘 판단될 것이다. 노동자가 파업을 강행했을 땐 분명 그만한 이유와 애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류언론의 비난과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서 '파업'을 선택하는 것은 자충수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파업, 분명히 부당함이 있다는 이야기다.

▲ 왼쪽 동아일보, 오른쪽 한겨레신문 ⓒ 고두환

▲ 동아일보 유로 2008 보도 기사 - 헤드가 깔끔하고, 생생하다 ⓒ 고두환

▲ 한겨레신문 유로 2008 보도 기사 - 헤드가 길고, 빽빽하다 ⓒ 고두환

하지만 스포츠면의 동아일보는 역시 기사를 알기 쉽게 잘썼고,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만성피로로 물들이고 있다는(새벽에 진행되는 경기 탓에) '유로 2008'. 종료 15분을 남기고 2-0으로 뒤지고 있던 터키가 연속 3골을 넣으며 체코를 꺾은 일은 최대의 이변이 발생했다. 동아일보는 <3분의 기적, 터키의 반란>이라는 헤드와 함께 그라운드에 한복판에서 포효하는 투르크 전사를 앵글에 다은 사진을 지면에서 가장 크게 뽑았다. 열 개의 기사보다 한 개의 사진이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한겨레는 <마지막 3분... '투르크 전사'에게 포기란 없었다>는 헤드로 골을 넣고 공을 들고 뛰어가는 투르크 전사의 사진을 전체 기사 비중의 20% 정도로 다뤘다. 경향은 <터키, 3분 남기고 '기적의 2골'>이라는 헤드로 세 신문 중 가장 비중있는 규모로 내용을 다뤘지만, 정작 사진은 체코의 골키퍼 '체흐'(물론 그의 수난이라는 내용이었지만)가 부각됐다. 보다시피 동아일보의 헤드가 가장 깔끔하고, 채택한 사진이 가장 생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동아일보 1면 '장마' 기사 ⓒ 고두환

동아일보의 칭찬 하나 더, 오늘부터 시작되는 장마를 대비해 1면 <오늘부터 장마권... "우산 챙기세요">라는 기사를 실었다. 아마 집에서 동아일보를 봤다면 오늘 우산을 챙겨가지고 나왔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의 <광우병대책회의 vs '영리한 군중'>이란 칼럼을 살펴보자.

"이 정부가 MBC를 설건드렸다가 혼쭐이 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한 PD수첩의 위력이 정권을 뒤흔들 정도다... 이 정부와 이익을 공유하기 어려운 집단... 전교조... 민주노총은 이 대통령에게 반격할 기회를 노리다가 촛불시위에 편승해 다단계 총파업 시도... 골수친북수구좌파 인물이 '광우병쇠고기국민대책회의'를 좌주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것... 평생 친북운동꾼들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총체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실상 '모든 문제 대책회의'를 가동하고 있음이 분명해진 것..."

흑백논리란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득과 실의 양 극단으로만 구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자신의 논조와 다른 이들을 이토록 폄하하고, 국민들이 촛불을 든 사실 역시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다르다는 이유로 왜곡하는 동아일보의 현실인식, 전형적인 편가르기식 칼럼 게재는 개그콘서트 왕비호의 말대로 '어른들이 매일 편갈라서 싸우니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라는 논리를 바쳐주는 훌륭한 근거가 될 뿐이다.

대한민국 메이저 언론이라 자부한다면 나와 다른 것은 '악'이나 '실'로만 바라보지 말고 실제로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결국 너나 나나 모두 대한민국이 잘 살기를 바라는 주체들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casto와 푸타파타의 세상바라보기(http://blog.daum.net/cas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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