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태권녀, 붓글씨도 챔피언감이네!
호주 출신 태권도 사범 에바 플레싱, 서예에 푹 빠지다
▲ 붓글씨 쓰기 매력에 빠진 호주 출신 태권도 사범 에바 플레싱(25, Eva Plessing)이 자신이 쓴 붓글씨를 보여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붓을 들고 한글을 쓰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집중력도 생겨서 참 좋습니다."
푸른 눈을 가진 외국 여인이 붓글씨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주인공은 에바 플레싱(25·Eva Plessing), 그녀는 태권도를 가르치러 종주국으로 날아온 태권도 사범이다.
에바가 서예를 시작한 것은 불과 3개월 전. 짧은 기간에도 그녀의 붓글씨 실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깜짝 놀라게 한다. 심지어 그녀는 다음 달 대전시청 2층에서 열리는 회원전에도 출품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요즘은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글씨쓰기 연습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의 스승인 박홍준 서예가(현강서예, 전 대전미술협회장)는 에바에 대해 "서양인답지 않게 예절도 바르고, 서예를 접하는 마음에 열정이 가득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급기야 그녀에게 '꽃비'라는 예쁜 필명까지 직접 지어주었다.
에바가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사)국제태권도연맹(ITF)의 초청 때문이다. ITF에서 직접 운영하는 '큰틀교육'이 지난 4월 대전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면서 태권도사범으로 발탁된 것.
이곳에서는 영어권 사범을 초빙,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에바는 바로 큰틀교육 영어태권도 사범 1호인 셈.
윤형권 큰틀교육 원장은 "태권도는 정신을 중요시하는 무도로서 종주국인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외국인 사범들에게 한글과 서예, 국궁, 역사 등을 배우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의 추천으로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에바는 "태권도는 한국에서 태어난 무도입니다, 저는 태권도를 가르치러 왔지만, 태권도 정신과 철학을 배우려고 합니다, 서예를 배우는 게 태권도 정신과 한국문화를 깊이 아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묵향에 푹 빠져버린 에바, 그녀의 인생은 오로지 태권도밖에 없다. 그녀가 7살 되던 해 우연히 태권도를 알게 됐다. 그녀는 "흰 도복과 도복에 새겨진 한글로 써진 '태권도'라는 낯선 글자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부모님을 졸라 8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부모는 처음에는 '위험한 운동'이라며 허락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태권도 사랑을 꺾지는 못했다.
▲ 태권도를 가르치는 아이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에바. ⓒ 오마이뉴스 장재완
"약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부모님을 졸라댔습니다, 그 결과 태권도를 배워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 냈고, 그 뒤로는 오로지 태권도 밖에 모르고 아주 열심히 수련했습니다."
그렇게 태권도 사랑에 빠졌던 에바는 2002~2007년까지 6년 연속 호주 여자태권도 최강자로 군림했고, 2004년과 2007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태권도 4단의 고수가 됐다.
이제 그녀는 태권도 사범으로서 제자들 앞에 하얀색 도복을 입고 서게 됐다. 그러나 그녀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한국행을 택했다.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낯선 타국이지만, 태권도 종주국에 간다는 기쁨 하나만으로 모든 두려움을 이겨냈다.
그리고 그녀는 태권도 창시자인 최홍희 장군이 썼다는 '태권도'라는 글씨를 자신이 잡은 붓으로 직접 써내려가는 감격까지 누리게 됐다.
"어릴 때부터 항상 '태권도'라는 한글이 참 좋았어요. 언젠가 꼭 배워보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제 손으로 '태권도'라는 글씨를 쓰게 되니 너무 기뻐요. 앞으로도 한국문화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해 보고 싶어요."
"열심히 배워서 서예 다음 단계인 흘림체에 빨리 도전해 보고 싶다"는 푸른 눈의 예비 서예가 에바. 그녀의 아름다운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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