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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는 '불도저 정권'의 한계를 보여준 것"

[주장] 정부 5개 부처 합동 담화에 대한 화물연대 입장

등록|2008.06.17 21:28 수정|2008.06.18 09:07

▲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13일 오후 평택항 컨테이너터미널 앞에는 멈춰선 컨테이너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화물연대 파업 5일째인 17일 5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포함한 5개 부처 장관이 합동으로 '담화문'을 발표했고 언론은 '추가요구 수용불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뽑고 있습니다. 비조합원이 대거 참여한 '생존권 투쟁', '생계형 파업'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다보니 정부로서는 할 일을 다했으니 '순진한 비조합원은 파업대오에서 빠져라'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물론 물류대란이 장기화되고 산업마비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담화문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

먼저, 담화문의 배경을 살펴보면 오늘 오후 3시 대통령이 긴급하게 총리와 5개부처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모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내일 예정되었던 당정협의회도 취소되었습니다. 사표를 낸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총사퇴 한 내각을 불러 모아서 일방적으로 이러저렇게 하라며 지시를 했고 그것을 장관들은 로봇처럼 따라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동안 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정부와 여당을 포함해 10차례가 넘는 교섭을 했고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정부 발표는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방통행의 전형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무책임합니다. 화물연대와 컨테이너운송사업협회(CTCA)와의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 대통령 자신도 대기업들이 운임협상에 적극 나서라며 촉구했다면서 정작 당사자들이 협의하고 있는 시간에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역시나 불도저 정권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화주와 운송사 화물연대 모두 황당해했습니다. 어쩌라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성실한 교섭을 주문하면서 정부는 할 일을 다했다고 생색내는 것은 미국소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자율규제'와 너무나 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걱정스럽습니다. CEO대통령, 비지니스 프랜들리 정부가 생계형 파업을 대하는 모습이 너무도 불안하고 위태로워 정작 파업을 하고 있는 우리가 불안합니다. 정말 파국을 원하는 것인지 걱정됩니다. 정부 담화가 있고 나서 파업 현장은 격분에 휩싸여 있습니다. 소통을 거부하는 이 정부가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가 하는 분노입니다.

급기야 조합원 한분이 할복하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쇠고기 문제를 대하는 것과 화물연대 파업을 대하는 이 정부의 일방적이고 안이한 대처, 그리고 앞뒤가 다른 꼼수정치가 더 큰 파국을 부를 것입니다.

5개부처 합동담화에 대한 화물연대 입장
○ 현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초래한 이명박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운영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함
- 오늘 5개부처 합동담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비공개회의 이후 바로 발표된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 정책 운영을 다시한번 보여준 것임
- 화물연대는 정부, 한나라당과 교섭을 해왔고 교섭중인 사항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확정해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임

○ 정부의 일방적 대책 발표는 사태 해결이 아니라 파업의 장기화만 가져오는 무책임한 태도임
- CTCA 등과 운송료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에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그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교섭을 난항에 빠뜨리고, 사태 해결이 아니라 장기화시키는 것임
- 더욱이 현재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교섭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는 대형 화주들에게 면죄부를 줌

○ 지난 정부, 한나라당과의 교섭보다 후퇴된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
- 지난 교섭에서 '표준요율제'의 경우 9월 법제화, 시범운영, 2009년 7월 시행을 약속했으나 선법제화 불가 입장을 발표해 신뢰를 더욱 무너뜨림
- 한편으로 다단계 문제 해결을 언급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표준요율제를 법제화할 수 없다는 것은 대형화주 등에 대한 눈치 보기임

○ '추가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발표한 것은 현 상황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화물연대에 대한 탄압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임

- '유가인하' 요구는 화물노동자가 최소한의 생존권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처음부터 요구한 것임
- 1800원을 기준으로 한 50% 보전안은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이전에 소위 고유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화물노동자를 비롯한 전 국민이 이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사안임
- 정부가 추가요구라도 한 '노동기본권' 문제는 그전부터 화물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것임

○ 여수경찰청장의 빨갱이 발언 등 국민의 지지속에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파업을 하고 있는 화물노동자를 국민들과 분리시키고 이후 탄압하려는 이명박 정부는 현 상황을 오판하고 있음

○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까지 정연하고 평화적으로 파업대오를 유지해 나갈 것임

덧붙이는 글 정호희 기자는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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