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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쓰니 아름다운 '우리 말' (45) 닫힌문

[우리 말에 마음쓰기 343] '잠긴문-못 쓰는 문'과 '폐문', '시노래'와 '시가'

등록|2008.06.18 14:21 수정|2008.06.18 14:21
ㄱ. 닫힌문 / 잠긴문

 처럼 서울 용산에 자리한 헌책방 한 곳을 다녀옵니다. 요사이 동네 일이 많아서 동네 바깥으로 거의 나들이를 다니지 못하는 가운데, 날이 하도 따뜻하고 바람이 싱그러워서 훌쩍 전철을 타고 길을 나섰습니다. 밥때도 건너고 부랴부랴 길을 나서며 용산역에서 내립니다.

 ― 폐문

종이에 '폐문'이라는 글을 적어서 붙인 문이 보입니다. '이리로 다니지 말라는 뜻이군' 하고 생각하며 옆문을 밀며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 왜 폐문이라는 말을 적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폐문(閉門)
 │  (1) 문을 닫음
 │   - 업체들이 폐문 휴업 상태로 돌입하려는 판국
 │  (2) 일을 보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폐문(廢門)
 │  (1) 쓰고 있던 문을 쓸 수 없도록 함
 │  (2) 더 이상 일을 보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 닫힌문 / 닫는문
 └ 잠긴문 / 잠그는문

드나들지 말라는 뜻으로 적는 폐문이라 한다면, 한자로 적을 때 '廢門'일 테지요. 한자말 '廢門'은 '쓰지 못하는 문', 곧 '잠긴문'입니다.

 ┌ 이 문은 열지 마셔요
 ├ 잠겨 있는 문입니다
 ├ 옆문을 써 주셔요
 ├ 이 문은 안 열립니다
 ├ 이 문은 닫아 놓습니다
 └ …

한자말 '폐문'이라고 하면 두 글자만 적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어 놓았을 때 알아듣는 사람은 우리들 어른뿐입니다. 아이들은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해요. 한편, 우리 어른이라고 해서 '폐문'이 어떤 문을 가리키는지 똑부러지게 헤아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다들 '폐문'이라고 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말하지는 않는가요.

'닫힌문'이나 '잠긴문'이라고 말하거나, 말뜻 그대로 '못 쓰는 문'이나 '안 쓰는 문'이라 하면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또는 "이 문은 열지 마셔요"처럼 적어도 돼요. 조금 길다고 할 수 있어도 누구나 알아듣기 좋습니다. 이렇게 적은 글은 읽으면서도 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옆문을 써 주셔요" 하고 적을 때에도 그렇습니다. '폐문'이라고 적을 때하고 "이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하고 적을 때는 사뭇 달라요. "이 문은 겨울에는 닫아 놓습니다. 옆문을 써 주셔요" 하고 적을 때하고도 많이 다릅니다.

ㄴ. 시노래

.. 그의 장문의 시가(詩歌)가 유리피데스가 '안드로마케'에서 묘사한 바 있는 ..  <존 밀턴/임상원 옮김-아레오파지티카>(나남,1998) 36쪽

시처럼 느껴지는 노래라면, 노래처럼 느껴지는 시라면, 또 시를 닮은 노래라면, 노래를 닮은 시라면, 이를 두고 무엇이라고 가리키면 좋을까요.

시와 노래를 아우르는 말을 하나 지어야 한다면, 또는 노래와 시를 아우르는 말을 하나 지어야 한다면, 무엇이라고 적으면 좋을까요.

 ┌ 시가(詩歌)
 │  (1) 가사를 포함한 시문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
 │   - 시가 문학
 │  (2) 시와 노래
 │   ≒ 가시(歌詩)
 │
 └ 시노래 / 노래시

우리가 처음부터 '시노래'를 즐길 줄 알고 '노래시'로 마음을 쓰다듬으며 살아왔다면, '시가(詩歌)'처럼 묶음표까지 치면서 한자를 적어 놓지 않아도 넉넉했으리라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원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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