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전의경 여러분도 헌법소원 함께 해요"

촛불집회 진압 거부하고 육군으로 재배치 신청해봅시다

등록|2008.06.19 09:00 수정|2008.06.19 09:00
  안녕하세요.

  연일 계속되는 촛불문화제로 뜨거운 요즘입니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밤을 지새우며 항의하느라 뜨겁고, 저편의 무장한 전투복의 전의경 여러분은 턱까지 차오르는 숨으로 뜨겁습니다.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존엄한 국민의 권리를 외치고 있는 지금이지만, 그 광경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면서도 그 권리로부터 가장 소외되어 있는 이들이 바로 전의경 여러분입니다.

  군대에 가지 않은, 그리고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군사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군대보다는 감옥에 가려고 하는 저는, 여러분께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지내시며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전경 친구들을 두었고, 면회 갔다가 식당밥을 먹어 보고 맛이 꽤 괜찮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제가 드리는 말씀이 다소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지적하여 주시면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전경, 의경 여러분께서도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피상적인 대안만 제시하는 현 정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당연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들의 입장에 공감하실 겁니다. 한편으론 함께 나서지 못하는 것에 불의를 느끼고,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제때 할 수 없으며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따르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따른 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상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혼자 그 짐을 지게 되는 현실을 보며 말 못할 억울함을 느끼고 계실 것입니다.

  며칠 전 현역 전경인 친구 중 한 명이, “(촛불문화제에서) 친구가 연행되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 그리고 경찰의 직무유기 상황을 보면서도 이에 대해 바로 잡지 못하는 내 자신,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없는 제 자신이 부끄럽다”며 육군으로 재배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현역병으로 입영할 때, 전투경찰순경으로 전임되어 각종 집회나 시위현장에 출동하여 이를 진압하는 임무를 수행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단지 군인의 신분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전경 병력은 육군으로 입대해서 군사훈련을 마친 현역병 중에서 1만여 명을 무작위로 차출하고 있으며, 의경은 본인 지원입니다. 복무 기간은 육군 현역병과 같은 24개월이며, 전경, 의경으로 복무하는 인원은 4만 3천여 명이니, 경찰 총 인원 9만 6324명을 감안할 때 매우 큰 집단입니다.

  병역법 제24조와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따라 전경이 되면 대 간첩작전을 수행하고 치안업무를 보조하게 됩니다. 하지만 경찰의 순수한 치안업무인 집회 및 시위의 진압의 임무는 결코 국방의무에 포함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촛불문화제의 진압명령은 헌법 제39조 제2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위반되며, 또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함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촛불문화제에 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어떤 전경분께서는 “이 상황에서 답이 뭘까요?”란 질문을 하셨고, 저는 “답이 없어요.”라고 대답했지요. 우리의 목소리는, 그 방향이 옳든 그르든, 그 울림이 크든 작든 쉽게 무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 함께 헌법소원과 육군으로 재배치 신청을 해 봅시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19조가 무색해지고, 우리의 자유와 인격이 침해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을 함께 바꿉시다. 물론 전․의경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비효율적인 국가안보, 개인의 자유 침해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병역제도의 ‘비인간성’을 상징하는 이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병역제도가 가진 모순을 드러내고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군사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확실한 근거 없이 오래도록 지속돼 온 징병제와 우리 사회의 군사문화도 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왜 내가 나서야 하는가? 나는 그냥 조용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을 뿐인데…’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나보다는 우리를 위한 행동이고 인생에서 가진 것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엄청난 모험이 될 수 있습니다만, ‘나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으니까!’ ‘내 가족과 친구가 힘드니까!’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나서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힘들게 겪어온 과거를 또 다시 반복하며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제쳐두고 이렇게 나서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국민이 원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전경, 의경분들만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①육군 현역병 중 전경으로 발령되신 분, ②전경, 의경으로 활동하신 지 180일이 지나지 않으신 분, ③180일이 지났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더 이상 전경, 의경 일을 하실 수 없는 분이 해당됩니다. ①, ②에 해당되는 분은 헌법소원, ‘전경으로 전환복무배치 처분 취소신청’ 또는 ‘재배치 신청’을, ③에 해당되는 경우엔 육군으로 재배치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전경이나 의경이 아닌, 저와 다른 국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응원과 후원을 하면서 촛불을 들고 함께 하겠습니다. 최근 다음(Daum)에서 1,3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육군으로 전환복무를 요청한 전경의 행정심판 청구에 대해 네티즌 83.1%(1,106명)가 '찬성-본인 의사 존중'이라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100만 명의 목소리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금. 여러분의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가 둘로 나뉘어 대치하며 얼굴 붉히는 것을 멈추게 하고, 같은 곳을 보며 웃을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변호사 두 분을 뵙고 이 사안을 위해 많은 논의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소송비용과 소송대리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이제 여러분이 주인공이 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시거나 함께 하실 의지가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010-4424-0419, kangesc@naver.com 연락주세요. 전국 어디든지 민변 장경욱 변호사(522-7284),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염형국, 정정훈 변호사(3675-7740)님과 함께 찾아 뵙겠습니다.

2008년 6월 18일
강의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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