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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이, 아빠에게 심하게 매맞던 날

순간 이성 잃고 매질... 앞으로는 신중해야겠습니다

등록|2008.06.19 11:30 수정|2008.06.19 11:30
언제나 사랑과 정성으로 둘러싸인 우리 첫째 새롬이. 녀석 임신 5주 때부터 <오마이뉴스>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탄생 순간은 또 어찌나 요란했는지 아는 분은 알고 있습니다. TV에도 몇 번 출연하고 연예인 품에 안겨 사진도 찍는 등 일거수일투족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려지곤 했습니다.

그랬던 녀석이 어느 덧 36개월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짱구 시계를 책상 앞에 턱 하니 갖다 놓으며 "아빠, 인터넷 30분만 해. 30분이야." 이렇게 말을 하곤 한답니다. 많이 컸습니다. 이젠 어린이가 된거죠.

이런 새롬이에게 동생이 생긴지 벌써 두 달. 전에는 한꺼번에 받던 관심과 사랑을 이제 동생과 나눠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둘째에게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아직 신생아 수준이니까요.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17일 저녁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저는 컴퓨터를 하고 있었고 새롬이 엄마는 설거지를 했지요. 새롬이는 그림책을 보는 것 같았는데 정확히 체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해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아기 침대를 들여다봤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있습니까?

새롬이가 동생 위에 올라타 있는 게 아닙니까? 얼굴이 빨개진 둘째는 소리도 못 지르고 손 발만 바둥바둥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새롬이를 집어 던지듯 바닥에 떼어내고는 둘째를 얼렀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세차게 울음을 터트리는 둘째 모습을 보면서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더군요. 그렇게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오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을 겁니다. 펄펄 끓는 물에 온도계 담그듯 확 올라간 거죠.

녀석의 엉덩이를 한 열대쯤 손으로 미친 듯 때렸습니다. 동생 잘못되면 어쩔 거냐고 천둥같은 고함과 함께 엄청난 무게가 실린 손으로 녀석의 엉덩이를 연신 때렸습니다. 새롬이는 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고 저는 둘째를 다시 한 번 살폈습니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새롬이는 더욱 더 세차게 울어댔습니다.

그때 제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새롬이 엉덩이를 얼른 까보았더니 온통 시뻘겋게 변해 있었습니다. 꼭 안아주며 엉덩이를 어루만져줬지만 울음을 쉽게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심하게 울어대니 온 몸이 뜨거워지고 땀이 날 수밖에요.

아내가 다시 한번 안아주며 달래자 10분만에 울음을 그쳤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목욕을 시켰습니다. 엉덩이가 벌겋게 돼 목욕하는 새롬이를 보니 마음이 어찌나 짠 하던지... 또 아빠가 때릴 때 얼마나 놀랐을지, 조금 전의 상황을 생각하니 후회가 되더군요. 하긴 그 당시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황이었지만요.

그 사건이 있은 후 20분 만에 새롬이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역시 아이는 아이입니다. 엄마가 새롬이에게 왜 그랬냐고 묻자 동생과 함께 자려고 했답니다. 아기 침대가 좁은데 한가운데 아기를 눕혀 놨으니 새롬이가 누울 자리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아기 위에 올라 앉게 된거죠.

평소에 새롬이는 동생을 무척 예뻐합니다. 쓰다듬어 주고 뽀뽀도 잘합니다. 새롬이가 해코지 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날 예기치 않게 그런 상황이 펼쳐진 것이고 목격했을 때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것입니다.

그동안은 잘못을 해도 조그만 장난감 플라스틱 막대기로 가볍게 한두 대 때리며 야단을 치곤했는데 혹시 그날 갑자기 과격해진 아빠 매질에 새롬이가 충격이나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루가 지난 지금 봐서는 웃고 장난치며 전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는데 혹시 나중에라도 기억하지 않을까 염려되긴 합니다.

앞으로는 좀더 신중해야겠습니다.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 고집불통에 소리를 빽빽 질러대며 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다람쥐가 시장가서 산에 없다고 말해주면 쪼그리고 앉아 시장 다 볼 때까지 신중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새롬이. 그렇게 순수한 녀석 엉덩이에 손자국이 가서는 안되겠지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거늘.

▲ 저 아기 침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 윤태



▲ 평소에는 그 안에서 동생과 이렇게 잘 논다. 그런데 그날은...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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