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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버락 오바마처럼

쇠고기 재협상 합시다

등록|2008.06.19 15:01 수정|2008.06.19 15:02
미국의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의 8년에 대하여 미국인들은 대체로 매우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는군요. 그러니 단순히 생각하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버락오바마가 주장하는 자동차시장문제.

그는 미국이 체결한 여러 국가와의 FTA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자주 피력하고 있습니다. 경선의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경선이 끝나고 민주당의 후보가 된 지금 또 다시 한미FTA에 대하여 못마땅한 생각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자신의 표밭을 의식한 선거용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자주 듣다보니 점점 그의 소신이 아닌가 염려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가 특히 한미FTA의 내용 중에 문제삼는 부분은 자동차 부문입니다. 한국은 미국에 년간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고, 미국은 한국에 고작 수천대의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스스로 자유무역을 신봉하지만 이렇게 불공평한 협정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많이 팔리고, 미국의 자동차가 한국에서 팔리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품질과 가격경쟁력의 문제입니다. 바로 그러한 경쟁력의 차이를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서라도 조정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것이죠. 본질적으로 기술과 가격경쟁력은 미국이 자국 내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한국이 알아서 자국의 경쟁력을 낮춰서 맞춰줄 일이 아니죠.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세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해 왔습니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누진되는 자동차세가 고배기량의 자동차를 주로 생산하는 미국에게 불리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환경보호의 바람에도 반하는 것이고, 고유가에 시달리는 지구촌 경제에도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배기량에 따른 누진세를 도입한 취지도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위한 것입니다. 교역 상대국의 옳은 제도를 고치면서까지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는 미국이 억지를 쓴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은 한국의 대형차도 나름의 경쟁력이 갖춰진 상태여서 미국이 원하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이 문제가 상호간의 부분 양보로 타결된 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버락 오바마의 자동차 시장에 대한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한국이 미국에 대하여 쇠고기 시장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들여오는데 미국은 한우를 사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왜 미국은 한우를 수입해가지 않을까요? 이거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한우의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을 쇠고기 협정이 잘못돼서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 협정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 조건이 잘못된 것임은 거의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다시 거론할 필요도 없죠. 문제는 우리 정부의 협상 태도입니다. 분명히 정부는 한미FTA의 비준을 위해서 서둘러 미국의 요구를 과도하게 들어줬습니다.

한미동맹의 복원을 운운하며 미국이 원하는 것을 거의 무조건 들어준 것입니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시 캠프데이비드에서 숙박하고 부시와 친한 척하는 사진을 몇장 남긴 것이 전부입니다. 과연 한미동맹이 망가졌었나요? 그리고 지금 복원되었나요? 남은 것은 사진 몇장이 다입니다.

한미FTA를 미국에서 비준해줄 가능성이 늘어났나요? 미국의회는 상하원이 모두 민주당 지배 하에 있습니다. 민주당은 비준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곧 부시행정부는 임기가 만료됩니다. 한미FTA는 쇠고기 시장을 내준다 하더라도 비준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가능성이 없는 일을 위해서 우리의 주권을 내준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당시 교황이나 고든브라운 영국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들에게 가려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언론들이 거의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영국의 총리는 존메케인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을 모두 만나고 돌아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들의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레임덕에 빠진 부시와 친한척 한 것이 전부입니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이 쇠고기 시장을 일방적으로 열었을 뿐입니다. 동물사료 강화조치도 말이 전제조건이지 사실상 완화된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검역하여 특단의 조치를 할 수도 없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만일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OIE의 눈치나 살피다 말아야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쇠고기 시장의 개방카드를 미국의 자동차 시장 재협상 요구와 연결해서 사용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 유용한 카드를 미리 던져버리고 우리는 다시 자동차 시장의 문제를 재협상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지난 정권이 동물사료 규제강화조치가 시행되는 것을 보고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협상을 종결하여했던 것도 무시되었습니다.

줄 것은 모두 내주고 받을 것은 하나도 받지 못한 협상이었습니다. 아니 결코 내줘선 안되는 것까지 모조리 미국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준 협상입니다. 국민의 촛불은 단순히 광우병의 위험에 대한 공포로 켜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주권이 유린당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의 논리로 쇠고기 재협상을...

다시 버락 오바마의 주장으로 되돌아 옵니다. 그는 구체적 불공정성을 전혀 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를 잘못된 협상이라고 합니다. 재협상을 주장합니다. 자동차의 단순 판매대수를 가지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주장속에 쇠고기 문제의 해답이 있습니다.

이미 양측이 타결한 한미FTA를 미국의 요구로 추가협의한 일이 있습니다. 추가협의까지 이미 다 끝난 것을 버락 오바마는 다시 문제삼고 있습니다.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을 재협상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유력한 미국의 차기 대선후보가 그렇게 모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혹시 미국은 그래도 되고 한국은 약소국이어서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아직 있나요?

미국자동차의 한국시장 판매대수가 미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년간 수십 만대 팔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이 불공정하다면 서로 대수를 연계해서 비슷한 수준으로 팔려야 공정하다는 주장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산 쇠고기는 한국시장에서 엄청나게 소비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소비될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한우는 미국에서 팔리지 않는 것일까요? 이것도 동일하게 불공정한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의 주장대로 미국도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동일한 위생조건으로 한우를 소비해야 합니다. 비싸도 그래야 공정하다는 논리 아닙니까? 우리의 한우가 미국에서 팔리지 않는 것을 우리도 문제제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상호간 수입위생조건도 동일하게 맞추고 미국내 법제도를 바꿔서 한우도 팔릴 수 있도록 미국이 조치를 해야 합니다.

한미FTA도 재협상하자는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정도를 재협상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벌이고 있는 추가협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됩니다. 전면 재협상에 나서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미국이 안들어 준다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버락 오바마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동맹은 동등한 관계를 전제로만 성립이 가능합니다. 동등하지 못한 관계라면 종속이지 동맹은 아닙니다.

우리도 미국의 유력한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처럼 주장합시다. 뭐가 두렵습니까?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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