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직접 민주주의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이유

대통령, 여당, 야당 모두 무능력...이제 국민의 권리 스스로 지켜야

등록|2008.06.19 16:58 수정|2008.06.19 17:15
촛불시민들(국민대책회의)이 ‘20일까지 재협상’이라는 최후통첩에 대하여 정부는 ‘재협상과 동일한 추가협상’을 벌인다며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결과는 국민들의 요구에는 턱없이 모자랄 듯하다. 언론 보도를 볼 때, 추가협상은 30개월 미만과 SRM제거라는 두 가지 조건 중 30개월에만 국한하고 있으며 그것도 ‘민간자율규제’에 의지하여 법률적 구속력이 약한 방향으로 매듭되는 모양이다.

결국 정부는 또다시 대통령 담화카드를 끄집어내었다. 인정에는 약한 것이 이 땅의 국민들이 아닌가. 제대로 연출만 한다면 MB라고 해서 못할 것도 없다. 18일자 한나라당은 수도, 전기, 가스, 건강보험 등 4대 공기업 민영화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대운하 역시 거의 포기단계임을 내비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담화’에 실패하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정도라면 정부여당의 충분한 반성을 이끌어내었다고 보아야 하는가. 점잖게 ‘백기’를 들었다고 보아 미래를 도모해야 할 것인가?

광우병보다 고약한 불감증에 걸린 청와대와 여당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 대로라면 추가협상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30개월도 문제지만 SRM은 더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선을 다하였다’고 호소할 모양새다.

쇠고기 정국이 이렇게까지 비화된 원인이 광우병이라는 직접요인 이외에 ‘불통(소통의 부재)’의 정부가 국민감정을 자극한 요인이 상당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정부여당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설득’하려 드는가.

그래, 국민들은 이만하면 지쳤을지 모른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 촛불시위도 불과 몇 천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적당히 구슬리면 넘어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결국 ‘막가자는 것’이라면 국민들은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다.

우리는 너무 많이 와 버렸다. 결정적인 것은 촛불시민들의 통첩을 무시하면서까지 김종훈 대표가 추가협상을 들고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4월 17일자 ‘협상’으로 불거진 미친소정국은 ‘추가협상’으로 완전히 망치고 만 것이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말마따나 ‘협상(consultation)’이 아무리 법률적 구속력이 없다 하더라도, 도장을 찍은 후 두 달에 거친 전쟁을 치른 끝에 ‘추가협상’까지 이루어진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무효’를 주장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니 결국 정부와 여당의 방침이라는 게 무엇인가. 기왕 이리 되었으니 용서해 달라. 이게 그들의 전략이라면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 국민들은 분명 사전에 주장하였다. 정부는 귀를 막고 독단을 선택했다. 그러므로 결과론은 허용될 여지가 없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가축법 개정안

야당은 가축법을 개정하여 ‘협상’을 무력화 하자고 한다. 촛불을 든 중학생 고등학생들이라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지금 장난하는 거야! 그들은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리하여 국민들이 야당을 믿고 촛불을 끄고 집으로 돌아갔다 치자. 그 다음 어찌 되겠는가?

‘한미 FTA통과-BBK 고발취하’

4월 24일자 강재섭 대표와 손학규 공동대표가 참석한 청와대 여야조찬회동에 대한 언론(데일리서프) 보도 제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BBK 특검은 무혐의 결정이 나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부여하였다.

그러면 BBK 의혹은 죄가 되는가. BBK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은 가공의 인물인가. 특검의 무혐의처분으로 국민들의 의혹을 씻을 수 있는가. 그래, 어떻게든 대선에 이기기 위하여 기획입국을 하였다 치자. 그렇다고 청와대에 가서 빌어야 했나.

형사법상 결백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정치적 신념’ 아닌가? 대통령이 두려워서, 검찰이 두려워서, FTA와 맞바꾸겠다는 철딱서니 없는 보신주의 정치인들. 그렇다면 청와대의 오만과 독선을 키운 것은 다름 아닌 야당이 아닌가. 급기야 한나라당은 실컷 우려먹던 고소취하를 전격 단행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점점 노골화되는 시전잡배들의 근성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일본과 동일한 수준의 구두 협상을 하였고, FTA에 대한 미국 의회의 비준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FTA가 상호 호혜적 협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약자의 지위에 있음을 인정한다면 쇠고기 수입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먼저 주어버린 것이다. 그러면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민주당은 입을 다물어야 했나? 이것도 BBK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나? 그래서 이제는 아쉬울 것 없다는 말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국가의 10년 대계, 100년 대계가 권력자들에게는 ‘생선’일 뿐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권리를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직접민주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비로소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촛불시위대의 소리를 들어보라.

“이명박은 물러나라!”
그러나 물러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이 말만은 꼭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은 아무것도 하지마라!”

대통령 뿐 아니라,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을 위하여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손’을 지향하는 보수정권의 본령이다.

4대 공기업 민영화를 포기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선언을 환영한다. 그러나 아직도 포기하여야 할 과제들은 너무나 많다는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잠깐 이 글을 쓰는 사이에 벌써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하였다. 역시 알맹이는 없다. ‘사과’만 있을 뿐… 협상에 울고, 추가협상에 울고. 정부여당에 속고, 야당에 속은 국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오순정(공인회계사/제주 제주시 이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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