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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행위 '자살자', 첫 국립묘지 안장

순직 군경·의문사 희생자 합동 안장식...국방부는 순직 인정 '거부'

등록|2008.06.20 15:06 수정|2008.06.20 15:42

▲ <순직 군경 의문사 희생자 합동 안장식>이 14명의 유해와 위패를 모시고, 19일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열렸다. ⓒ 이철우


"국가를 믿고 군대에 보낸 건데 멀쩡하게 길러놓은 아들을 죽게 만들었으면 국가가 책임져야 도리가 아니겠어요? 아들이 순직 인정되고 국립묘지 안장돼 다행입니다. 국방부도 다른 분들 자녀를 '순직'으로 받아들여 명예가 회복되길 바랍니다." - 고 강신일 이경(2002년5월 사망, 당시21세) 아버지 강수종(63)씨.

 군에서 단순 병사·자살 등으로 처리돼 적절한 예우를 받지 못했던 이들이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군의문사위, 위원장 이해동) 조사와 해당기관의 순직 결정으로 국립묘지에 영면했다.

군의문사위는 19일, 순직 인정사건 가운데 유가족이 희망하는 이들의 유해(7)와 위패(7)를 모시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순직 군경 의문사 희생자 합동 안장식'을 거행했다.

안장식은 유가족과 군의문사위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족들의 흐느낌 속에 진행됐다.

구타·가혹행위 '자살자' 순직 인정, 국방부만 거부

▲ 생떼같은 청춘의 죽음. 비록 유해가 국립묘지에 안장됐더라도 슬픔은 가시질 않는다. ⓒ 이철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구타·욕설,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자살한 희생자(전의경 7건, 경비교도대 1건)들로 경찰청·법무부에서 군의문사위 조사결과를 수용하거나 자체 '순직'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밖에 군 복무 중 질병으로 사망한 사건(3명), 변사처리됐지만 공무관련 사고사로 인정된 사건(2명), 국민방위군 사건(1명)이 포함되었다.

반면 '순직' 인정된 자살 희생자가 국방부 소속인 경우는 단 1건도 없다. 국방부는 전공사상자처리규정에 따라 '자살' 원인과 관계없이 '순직'처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의문사위 조사결과 구타·가혹행위가 자살의 주요 원인이었음이 확인돼도 소용없다. 실제 6월 중순 현재 국방부는 군의문사위에서 사망구분 재심의를 요청한 11명의 자살 희생자에 대해서도 '자살'이란 이유로 순직결정을 거부했다.

또한 이른바 '자해 사망자'로 분류된 구타 가혹행위 희생자들도 '복무 중 자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을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에 따라 안장될 수 없었다.

이날 '자살 희생자'가 처음으로 안장된 것은 최근 국립묘지법이 개정(2월 28일)돼 안장 제외 대상을 '복무 중 전사·순직 외 사유로 사망한 사람'으로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도 구타와 가혹행위 등 군복무 관련이 확인돼 '순직'이 인정될 경우엔 국립묘지 안장의 길이 열린 것이다.

군의문사위 올해 활동 종료,  200여건 조사조차 못해

▲ 유가족들이 안장에 앞서 유해와 위패 앞에 향을 피우고 있다. ⓒ 이철우

이해동 위원장은 "늦게나마 국립묘지법이 개정돼 억울한 죽음과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해 드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 밝혔다.

이 위원장은 "현재 국방부가 전공사상자처리규정 개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살자라도 구타·가혹행위 등 공무관련성이 있을 땐 '순직'으로 예우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 부처 간 형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는 징집으로 병역을 수행중인 장병들을 온전히 사회에 복귀시킬 의무가 있다"며 "공무와 관련된 자살의 경우, 국방부 장관 등 관계기관에 명예회복 등을 요청해 유가족이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군의문사위는 출범(2006년1월1일) 이후 600건을 진정 받아 6월 중순 현재 215건(35.8%, 진상규명 결정 71건, 진상규명불능 7건, 기각 34건 등)만 조사를 끝낸 상황이다.

군의문사위는 활동시한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총 400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사실상 200여건은 조사조차 못하게 됐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조사기한을 연장해 주기는커녕 조사 방해로 비춰지는 일들을 하고 있어 진상규명에 어려움이 조성되고 있다.(행정안전부 예산삭감·인원감축 관련 기사 참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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