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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가 낙도? <동아>가 공짜신문 뿌린 까닭

NIE 등 이유로 무료 기증... 민언련 "신문고시 허용 범위 넘었다"

등록|2008.06.20 14:56 수정|2008.06.20 14:56

▲ <동아일보>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고등학교에 보낸 공문. ⓒ 송주민

<동아일보>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60여개 고등학교에 각 50부씩의 신문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현행 신문고시는 무가지를 "신문발행업자 또는 신문판매업자가 신문판매업자 또는 구독자에게 공급하는 유료신문을 제외한 신문을 말하며 판촉용 신문과 예비용 신문 등을 포함한다, 다만 공익목적으로 낙도·군부대 등에 무료로 제공하는 신문이나 호외로 제공하는 신문은 제외한다"(제2조 용어의 정의)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신문고시는 "신문발행업자가 직접 독자에게 1년 동안 제공하는 무가지와 경품류를 합한 가액이 같은 기간에 당해 독자로부터 받는 유료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는 경우"(제3조 무가지 및 경품류 제공의 제한)를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신문고시에서 무가지와 경품 배포를 제한하는 것은 신문 시장에서의 불공정 경쟁을 규제하기 위해서다. '공짜'와 경품으로 독자를 모집하는 불법·편법 판촉행위로 인해 속칭 '자전거일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 신문사들이 양질의 기사가 아니라 상품과 돈으로 경쟁하는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혼탁시장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자본금이 없는 군소신문사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

일선고교 "'공짜'인데 마다할 이유 있나"

하지만 <동아일보>가 지난 5월 중순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모든 고등학교 앞으로 보낸 'NIE 교육(신문활용교육)을 위한 동아일보 무료기증'이라는 제목의 공문에 따르면 신청한 학교에 대해 1년간 최대 50부의 신문을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동아일보>는 무료기증 이유에 대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작문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일부 학교를 선정한다"고 설명하며, "NIE 또는 기타교육 등을 목적으로 본지의 기증을 희망한다면 신청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즉 '고교생 교육차원'이라는 명목으로 각 일선고교에 무료 신문을 대량으로 배포하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동아일보> 마케팅전략팀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60여개 고등학교에서 이 공문을 보고 '공짜신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K여고에 재직 중인 L 교사는 "공짜로 준다고 하니 학교로서는 손해볼 게 없으니까 그냥 받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50부씩 오면 교무실에 비치해두고 필요한 선생님들이 학급에 가져가서 아이들에게도 돌려서 보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명목은 NIE 교육이라며 공문을 보냈지만 이게 무슨 NIE를 위한 건가"라며 "학교에 공짜로 신문을 돌리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시 M고에 재직 중인 L 교사는 "공문을 보고 학교 측에서 신청해 매일 50부씩의 신문이 학교로 배달되고 있다"며 "필요한 선생님에 따라 20부·10부 정도씩 가져가서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다, 혹은 학생들이 가져가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양시 N고의 J 교사도 "학교로 매일 30~50부 사이로 배달되는 걸로 안다, 도서 담당 교사가 메신저를 통해 '공짜로 주는 거니까 필요한 만큼 가져가서 활용하라'고 하고 있다"며 "부서별로 몇 부씩 할당되기도 한다. 오늘도 교무실 책상 위에 신문이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고양시 J고의 Y 교사는 "학교로 공문이 오긴 왔는데 우리는 아직 신청은 하지 않았다"며 "공짜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담당 교사가 신문 내용을 따지는 분만 아니면 바로 신청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 "낙도·군부대에 보내듯이 공익 목적으로"

이와 관련 <동아일보> 마케팅전략팀 노병원 과장은 "신문고시의 '공익목적으로 낙도·군부대 등에 무료로 제공하는 신문이나 호외로 제공하는 신문은 제외한다'는 예외규정에 따라 NIE 교육 목적으로 기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정도 부수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 쪽에 무슨 이익이 있겠냐, 좋은 일 한다고 대기업이 광고를 더 주겠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은 "우리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에 신문고시 위반 여부를 조사하도록 요구한 것"이라며 "서울 및 수도권 고교에 공짜신문을 대량 배포하는 게 어떻게 상행위에 적법한 것이며, 과연 이 지역이 공익적인 목적에서 호의로 제공할 소외 지역인가"라고 반문했다.

조영수 민언련 총무부장도 "<동아일보>의 행위는 신문고시 차원에서 명백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동아일보>의 기사와 사설은 너무나도 비논리적이고 극단적인데 과연 이것이 학생들 교육차원에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될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언련은 "<동아일보>가 고등학교들에 무가지를 대량으로 제공하는 것이 신문고시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해 위반 여부에 대한 질의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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