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뉴스전문채널. 24시간 동안 취재하고 카메라 돌리고 뉴스 전달하고 그랬던 사람들이었다. 각종 뉴스와 씨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 손에 손팻말이, 또 촛불이 들려졌다. 방송투쟁의 경험도 없다. 집회를 열어본 경험도 없다. 그래서 팔뚝질도 어색하다.

구호를 외칠 때도 사회자가 '1번 4번 하겠습니다' '2번 3번 하겠습니다'라고 알려주면 미리 나눠준 종이에 적힌 구호를 보며 따라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외치는 뒷구호 '방송독립 쟁취 투쟁'이란 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이명박 대선 후보의 언론특보였던 구본홍 사장의 내정을 반대하는 YTN 조합원들의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됐다. YTN 조합원 70여 명은 20일 저녁 7시 남대문 사옥 앞에서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집회'를 열었다. 다음 아고라 중심의 네티즌 20여 명도 참석했다.

집회 시작 전,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개사한 'YTN 헌법 제1조'가 불려졌다

YTN은 국민의 방송이다
YTN은 국민의 방송이다
YTN의 모든 보도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노회찬 "신문이야 든든한 아들 3형제가 있으니…"

먼저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YTN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요즘 고엽제 전우회 분들이 KBS, MBC 성지순례를 다니고 있다. YTN도 성지가 되어야 한다. 그분들이 YTN까지 와야 성지로 등극할 수 있다(웃음). 지금 이명박 정부가 신문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 신문이야 듬직한 아들 3형제가 있어서 걱정없겠지만 이렇게 하면 안된다. 아주 노골적으로 언론 특보를 임명했는데, 청와대 홍보비서관 시키면 되지 왜 하필 YTN 사장으로 보내는 것이냐. 이 투쟁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진보신당도 늘 함께 하겠다."

전규찬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별명은 전천후 요격기다. 방송광고공사 스카이라이프 아리랑국제TV 등에 낙하산을 투하하고 있다"면서 "이 민주주의의 위기에 기자로서 노동자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자"고 말했다.

전 교수의 발언이 끝날 때쯤 봉고차 한 대가 시위대 앞에 섰다. '다인 아빠'였다.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는 이미 인기스타다. 봉고차를 끌고 다니면서 매일밤 10시부터 무료로 커피와 라면을 시위대에 서비스한다. 조합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은 다인 아빠는 잠깐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들 지치지 않게 보좌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인아빠는 이날 조합원들에게 한약을 돌리기도 했다.

- YTN 비대위를 중심으로 구본홍 사장 임명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조합원으로서 현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반드시 철회시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전 대운하를 두고 '국민이 반대하면 안한다'고 했는데 마찬가지다. 낙하산 인사,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 조합을 중심으로 끝까지 버틸 것이다. 국민들이 'YTN 사장은 정부쪽 인사다. YTN은 정부 방송이다'라는 인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싸움은 사장 한 명 막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사 사장 선임의 '상도덕'을 지켜내는 싸움이다."

- 돌발영상은 YTN의 간판 프로그램인데 구본홍 사장 내정 이후에 위축된다든지 자기검열에 빠진다든지 하는 건 없나? '돌발영상이 시들해졌다'는 네티즌들 의견도 있는데?
"심적으로 위축되는 것 전혀 없다. 다만 국회가 개원하지 않아 재미가 다소 떨어진 건 사실이다. 소재가 고갈되고 있어서 걱정이다.(웃음) 요즘은 '촛불'을 소재 삼아 많이 만드는데 재미를 추구하기는 좀 어렵다. 하지만 '돌발스러움'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이번 사태로 YTN에 관심을 갖게 되서, 뒤늦게 돌발영상 팬이 되고 있는 네티즌들이 많다.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죄송할 뿐이다. 오늘도 아고라 분들이 오셨는데 이 분들이 우리가 잘 해서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더 나빠지지 않게 하려고 왔다는 분들도 계시더라. 그래서 내부 자성도 많이 하고 있다."

- '돌발영상' 팬들에게 한마디
"거창한 말 필요없을 것 같다. 변하지 않겠다. 시청자들에게 마냥 아부하지도 않을 것이고 격려와 칭찬에 흥분해 금도를 넘거나 하지도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객관을 추구하려 애쓸 것이니 시청자들도 냉정하게 평가해 달라."


"방송허가 안 해주면 어떻게 할 거냐고? 국민들이 지켜줄 것!"

현덕수 노조위원장이 "오늘도 많은 네티즌들이 오셨지만 저 분들이 우리가 잘한다고 오신 분들이 아니다"라면서 "24시간 내내 뉴스를 보도하는 채널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오신 것이다. 감사와 연대의 박수를 보내드리자"라고 말하자 70여 개의 촛불이 네티즌을 향해 큰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뒤늦게 참석한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큰 싸움을 벌이고 있는 YTN에 힘 보태려고 왔다"라면서 "이번 싸움에 지면 역사적 범죄다"라고 말했다.

이어 YTN 식구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참 언론 참 기자가 뭔지 느끼게 해 준 장본인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일부 선배들이 전화해서 '방송허가 연장 안 해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해서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다. 그 허가 국민들이 지켜줄 것이다. 올바르고 공정한 목소리 낼 수 있게 국민들이 지켜줄 것이다.'"
 
"내가 방송에서 읽었던 기사들을 이렇게 봉투에 넣어 갖고 다니면서 출퇴근 할 때 본다. 과연 나는 뉴스를 국민에게 잘 전달하고 있는지…. 공정방송의 의지를 담아 이 원고들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싶다. 옥상이나 광장에서 날리고 싶다."

"방송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생각하면서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느낀다. 국민이 YTN 사랑하게 해야 한다.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이 우리를 북돋워줄 수 있게 분발하자."

조합원들은 '사수 공정방송' '쟁취 방송독립'을 양 날개로 하는 종이비행기를 접고 집회를 마쳤다.

한편 이날까지 YTN 1기~6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본홍 사장을 반대하고 조합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대자보 등 공개형식으로 밝혔다. YTN 노조는 앞으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남대문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으며 다음 주에는 언론노조와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등 구본홍 사장 내정 반대 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