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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최대한 이용하고요, 식구들 한곳에 모여 생활해요"

[붓 한 자루 19] '신(新) 보릿고개' 풍경① - 어느 주부 이야기

등록|2008.06.21 17:31 수정|2008.06.21 17:48
요즘 유가 고공 행진이 대유행(?)이란다. 고공 비행한 김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유가가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다. 결코 남 이야기일 수 없는, 심각하고도 조용히 파고드는 '위험한 이웃'에 대해 말들이 많다.

나 역시 그게 머리 속에 가득해서, 뜬금없이 이 문제를 떠올릴 때가 있다. 교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청소를 하고 난 후 함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 '위험한 이웃'에게 어떻게들 지내시는지 묻고 싶었다. 중학생 둘, 초등학생 한 명 등 세 명의 아이를 기르시는 어느 주부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한 번에 여러 일을, 버스는 환승 할인으로

이 분은 물가에 민감한 주부라서가 아니라 원래 살림꾼이시다. 같은 시간에 남보다 두 배는 더 일하시는 분이다. 일처리가 빠르고 또 힘이 느껴진다! 그래서, 평소 생활습관이 남다르겠다 싶어 질문을 던졌다. 기름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이 어려운 때에 어떻게 사시느냐고.

- 저기, 뭐 좀 여쭈어볼 게 있어요.
"뭔데요?"

- 요즘 '신(新) 보릿고개'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아, 네. 알아요. 요즘 많이 힘들죠."

- 그래서 말인데요, 주부로서 느끼는 '신(新) 보릿고개' 풍경은 어떤지 궁금해요. 장 보는 것이라든가, 집에서 생활하실 때 예전과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지셨어요?
"노지에서 키운 거와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거 차이가 있거든요. 아, 참 '노지'가 뭔지 아세요? 비닐하우스처럼 땅 위에 지붕을 덮어서 하는 거 말고요, 지붕 없이 그대로 훤히 열린 땅에서 그대로 농사 짓는 거 말하는 거예요. 근데요,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것에 비해 노지에서 키운 것은 모양새가 별로 안 좋아요.

사람들이 예쁜 거 많이 찾잖아요. 근데, 비닐하우스 농사 유지하려면 들어가는 유류비가 많을 거라고요. 낮에 햇빛을 이용한다고 해도 밤에는 전기, 기름 사용해야 할 테니까요. 그런데서 가격 차이도 생길 텐데, 노지에서 그렇게 키운 거 모양 따지지 않고 이용하는 것도 좋을 거예요. 갑자기 그런 게 생각나네요."

먹을거리에서 너무 모양새를 많이 따지지 말자고 하셨다. 줄일 수 있는 돈은 줄여야 식품 값도 싸지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모양을 중시하다보면, 줄일 수 있는 돈이 덧붙여지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단순한 사실을 새삼 재확인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장 보실 때는 주로 어떻게 하세요? 요즘 물가 많이 오른 걸 자주 느끼시나요?
"그럼요. 밀가루 같은 경우 제가 보기에 두 배는 족히 오른 것 같은데요. 예전에 1kg 1000원이었다면 그게 2000원 정도 올랐다는 거죠. 간장 같은 경우 1.7ℓ 3400~3500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7000원 정도 하는 것 같고요. 라면 같은 거 보면 잘 알 수 있죠. 하여튼 대부분 배 이상 올랐다고 보면 돼요. 기름 오르면 다 오르죠, 사실."

- 그러네요. 그럼 장 보실 때 이것 저것 한번에 일처리 하시나요? 장 보러 간 김에 다른 일도 같이 하시나요?
"그럼요. 주부들이야 다들 그렇지만, 요즘엔 더 그렇게 하죠. 조금 멀리 장 보러 가는 경우에 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요, 그럴 때 미리 계산을 하죠. 동선을 짜요. 어디서 어디로 거쳐 오면서 여기선 뭘 사고 저기선 뭘 살까 그런 걸 생각하죠. 버스는 환승할인 받는 거 잘 이용하면 좋아요."

-여기저기서 뭘 살지는 어떻게 결정하세요? 어떻게 미리 알고 가시죠?
"시장이나, 마트에서 나오는 전단지 있잖아요. 거기 보면 날마다 할인 품목이 나오잖아요. 이것저것 같이 보고 기억해두었다가 필요한 날 되면 사러 가죠. 그 때 다른 일도 같이 하는 거고요. 운전은 안 해도 버스 이용하는 것도 다 신경쓰죠."

버스 환승할인을 살림에 이용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말씀하신 내용대로, 볼 일 있을 때 버스환승할인을 이용하여 여러 일을 같이 해결하는 습관은 알뜰한 살림 방법 중 한가지임이 분명했다. 푼돈을 아껴쓰는 지혜는 어느 경우든 배울 만하다.

-알뜰하시네요. 포인트카드도 잘 이용하세요?
"그렇죠. 몇몇 군데 카드 같고 다니면서 포인트 받아두고 5000원이나 10,000원 정도에 쓸 수 있으니까 그 때 이용하죠. 그 때도 뭐(버스 이용하는 동선을 미리 짜고) 그렇게 하죠."

-집에서는 어떻게 하세요? 뭘 주로 아끼시나요?
"전기 아껴 쓰는 거죠. 일단 고정으로 들어가는 생활비 외에는 살면서 줄이는 거죠. 음… 낮에는 햇빛이 있으니까 햇빛 드는 공간에서 활동을 해요. 예를 들어서, 거실에서 누가 컴퓨터를 이용하면 그때 같이 거기서 제 할 일을 하죠. 전기를 같은 쓰는 거죠.

집에 화장실이 두 곳에 있는데요, 한 곳은 햇빛을 이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거기는 낮에 이용하고, 다른 한 곳은 또 그 나름대로 달리 이용해요. 누가 화장실 가면, 다른 사람이 기다렸다가 바로 이용하는 거죠."

-정말 정말 알뜰하시네요. 또 다른 얘기 있나요?
"사실, 애들한테 들어가는 게 많잖아요. (자라는 애들이니까) 계절마다 옷 하며, 학용품 같은 거 많이 들어가죠. 근데, 그런 걸 좀 줄여요. 예전에 계절마다 옷을 사 주었다면 요즘은 예전에 입던 거 입히면서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가끔 새 옷 사죠. 학용품도 뭐(아껴쓰고요) 그렇죠."

'신(新) 보릿고개' 하나를 넘으며

갑자기 던진 질문이었지만, 어느 주부보다 더 열심히 살림하시는 주부시기에 대답 역시 시원시원했다.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이쯤하면 되겠다 싶어 더 이상 여쭈어보지 않았다. 오히려, 숨 고르기 하듯 잠시 여유를 두고 다음에 다른 방향에서 또 질문을 해야겠다 싶었다.

사실 나도 집에서 요즘 전기 아끼려고 노력한다. 여기 저기 불 켜놓지 않고, 되도록 한 공간에 식구가 모두 모여 각자 자기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쓰지 않는 가전도구 플러그를 빼놓는 것은 이제 기본에 해당한다.

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자동차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었다. 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모든 물가가 함께 들썩인다는 말과 같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예외일 수 없고,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좀 더 많은 것을 듣고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신(新) 보릿고개' 사이사이에 숨은 세상 이야기를 들어보련다.
덧붙이는 글 '신(新) 보릿고개'는 이제 시대 유행어가 되려나 봅니다. 곳곳에 널린 '신(新) 보릿고개'를 넘고 넘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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