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대전 Z>겉표지 ⓒ 황금가지
오랜만에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이 찾아왔다. 다루는 세계도 거대하다. 맥스 브룩스는 <세계 대전 Z>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간을 잡아먹는 좀비를 다루고 있다.
좀비가 처음 등장하자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무조건 도망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도망칠 것인가.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차를 몰고 도망친다. 고속도로는 자동차로 어느 때보다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인다. 그런데 그곳을 좀비가 공격해온다면? 차를 돌릴 수도 없다. 차들이 붙어 있어서 내릴 수도 없다. 좀비들의 대살육. 비극적인 현장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다른 강대국들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좀비에게 감염된 사람은 곧 좀비가 됐다. 100명의 난민이 건물 안에 있을 때, 단 한 명이라도 감염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곧 좀비가 되고 말았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적에 거대한 제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의 강대국들 또한 정신이 없었다.
한반도와 일본 또한 그랬다. 한국의 서울, 포항,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좀비들이 인간을 공격한다. 이 사실을 안 북한은 완벽할 정도로 폐쇄정책을 벌인다. 소설은 북한의 주민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땅굴 속에 들어간 것이라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감염으로부터 방어하겠다는 국가적인 의지인가. 한국이 자멸하면 자연스럽게 땅을 차지하겠다는 생각이었을까. 단순한 생각이었다. 230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들어간 땅굴에 단 한 명의 감염자가 있다면?
맥스 브룩스는 좀비들이 나타난 순간을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거시적인 측면에서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사람들의 공포와 비명 소리가 소설에 스며든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소설이 그것에만 치중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소설은 인간이 좀비를 상대하는 법을 배우고 전세를 역전시켜나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그 안에 깃들여진 인간의 타락성과 가능성 등을 두루 묘사하고 있다.
좀비들 때문에 문명이 파괴됐을 때, 인간들은 합심했을 것 같지만 어느 때나 그렇듯 그 상황을 이용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번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왜 그랬던 것일까. 반면에 남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국가의 말도 안 되는 정책에 반대했던 사람도 있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했던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
<세계 대전 Z>는 그렇게 '좀비'의 존재만으로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소설이지만 꽤 감명 깊게 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던 '세계 대전 Z'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픽션 <세계 대전 Z>, 흥미진진한 구성은 물론 현장감 넘치는 묘사가 일품이다. 요즘 같은 때에 읽는다면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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