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는 특별한 책방이 있다. 보통 책방과는 달리 문화공연이 열리고 작가들과 독자들을 이어주는 이음책방이 바로 그 곳. 이음책방에 이음(異音)으로 자기 이름처럼 서로 다른 영역을 엮어주는 교류의 장소가 되고 있다. 작가와 독자, 사진과 책, 공연과 시 등 여러 가지 문화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음책방. 그 책방 사장님이 궁금하였다. 어떤 취지로 책방을 꾸려나가시고 어떤 철학으로 책방을 운영하시는지 알고 싶어 인터뷰 신청을 했다. 6월 19일 목요일 이음책방에서 만난 이음책방 한상준 사장님 이야기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가 귀 기울여들을 만하다.
"좋은 책운 읽을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시작
- 어떤 취지로 이음책방을 열었나요?
"2005년 10월에 문을 열 때만 해도 인터넷서점이 대세였고 대형서점으로 몰리는 상황이었죠. 우리나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000곳이 넘던 중소서점이 반 이상 줄은 걸로 서점연합회에 통계 잡히고 있어요. 보는 바와 같이 중고 책이 있잖아요. 좋은 책은 헌 책 이나 새 책이나 가치변화가 없죠. 지금은 새 책 비중이 많기는 하지만 헌책을 많이 생각해요. 제가 책을 좋아하기에 시작한 거예요. 출판 경향이기도 하지만 팔리는 책을 계속 만들어내는 분위기에서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좋은 책은 읽을 것이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동네 헌책방도 생각을 했지만 다만 대학로를 택한 이유는,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예전에 데이트도 했던 곳이고 대학시절 술 마시러 나오는 장소기도 했고요. 낯설지 않고 익숙한 지역인 대학로를 선정했죠."
- 이음책방이 책으로 매개로 해서 다른 문화와 연계 소통하는 장소가 되었네요. 처음부터 소통의 장소로 책방을 기획한 건가요?
"아니에요. 연극하는 분들, 작가 분들이 오가시는데, 책방은 그래도 편하게 들려서 책을 들춰 볼 수도 있고 사람만나는 장소도 되고 편한 부분이 있죠. 여기에 애정이 생기고 행사도 기획해주시고 그러다보니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소통의 장소가 된 거에요. 다들 책이 좋아하시니 소중한 공간으로 여겨주시고 이런 저런 행사를 하면서 서점이 더 튼튼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껴요."
이렇게 사람 만나는 게 가능하구나
-‘사진, 책을 말하다’ 행사, 젊은 낭독회 등등 문화행사가 많이 열리는데 사장으로서 그러한 문화행사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크지 않은 서점에서 소통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문화 생산자분들, 공연 연출가, 작가, 시인 이런 분들도 직접 소통하기를 원하는 구나라고 느껴요. 직접 사람을 만나고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거에 호응에서 보러 오는 독자. 관객들은 상업 틀에서 벗어난 만남을 욕구하는 걸 알겠더라고요. 이렇게 사람 만나는 게 가능하구나라고 생각이 들며 이익과 판매를 떠나서 독자와 독자, 독자와 지은이의 교류의 장으로서 이런 자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 앞으로 이런 자리가 더 많을 텐데. 더 발전하는 과정으로서 이음책방이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서점이 자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사업. 비영리사업은 아니에요. 어쨌든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해야하죠. 3년 가까이 되는 시점에서 그 정도는 되는데 조금 더 안정 있고 지속으로 운영하고 행사를 꾸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튼튼한 기반이 있어야 할 듯해요. 개인 사업자니까 수익이 안 나면 접을 수 있지만 방명록을 보면 이음책방이 살아서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을 느껴요. 문화행사 참여할 수 있고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운영하는 시스템자체가 단단한 기반을 고민하게 되네요. 지금까지 행사는 다 무료였어요. 유료화하는 것은 저도 내키지 않지만 하다못해 작가 선생님들 모시고 교통비나 식사대접 하는 거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책을 많이 팔아서 수익을 내는 수밖에 없는데 책 판매 수익으로는 행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요. 현재 그래서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후원제 방식이나 주식회사 형식을 모색하고 있어요. 혼자서는 벅차다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안 되면 멈출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이용한 손님들과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느끼면 어떤 게 좋은지 고민하는 시점이에요."
- 이음책방 운영을 3년간 하셨는데 책 판매 수입과 운영은 어떤지?
"이음책방은 다행히 계속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어요. 이정도만 되도 현상유지 정도는 되요. 하지만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걱정이 되는 거죠. 여기서 조금만 더 매출이 올라가면 편하게 운영할 수 있지만 판매를 적게 하는 게 아닌데 인문학서적들이다보니 마진율이 낮아요. 이걸 넘어서서 즐겁게 재미있게 운영할 더 좋은 방법 생각하고 있어요."
‘그날이 오면’ ‘풀무질’ 존경
그러면서 오마이뉴스 8주년 기념으로 오마이뉴스에 실린 서울대 앞 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 기사와 5월 25일에 실린 길담서원 기사를 보여준다.
기사참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02311
"20년 운영한 서점 운영자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요. 문화운동 이런 걸 마음에 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3년을 해본 저로서는 그분들의 고충을 조금은 알게 되네요. 이렇게 20년 넘게 살아온 ‘그날이오면’ 그리고 성균관대 앞에 ‘풀무재 서점’도 15년 가까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고집스러움과 꿋꿋함을 생각하면 정말 존경하는 마음이 들죠.
기사 참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69960
경복궁 효자동에 박성준 선생님이 연 길담서원도 있죠. 서점의 형태이면서 동네 작은 사랑방이며 문화소통 장인 그곳이 소중하게 여겨져요. 작은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뭔가 고민하는 입장에서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어요. 삶의 연륜도 깊으신 선생님이 운영하시니까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실지 않을까싶어요. 자본주의의 정점에 선 한국 사회에서 오직 큰 거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사회에서 작은 것이 살아남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시장논리는 냉혹하잖아요. 해가지고 안되면 바꾸는 게 시장논리인데 좋다고 끝까지 계속 잡는 건 시장논리에서 벗어나잖아요. 이 부분이 고민이이에요."
- 이음책방 책을 살펴보면 사회과학, 인문, 소설 등 읽고 싶었던 책들이 가득하고 눈에 쏙쏙 잘 들어와요. 어제 이음책방 스케치하러 왔을 때 길담서원 측에서 오셔서 말씀 나누는 걸 봤어요. 이음책방이 길담서원보다는 선배라고 할 수 있는데(웃음) 서로 교류하고 그러는 부분이 있나요?
"선배라기보다는 제가 조금 먼저 문을 열었을 뿐이에요. 작은 것이 살아남는 방법은 저마다 개성으로 지역특색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죠. 제가 조금 더 운영을 했으니 선생께서 책에 대해서는 공급받는 거 같은 얘기를 해줄 뿐이에요. 제가 오히려 여러 가지를 배워요. 길담서원과는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찾아가려고 해요.
그리고 이음책방 책선정은 서점을 왜 시작했나와 연관되었어요. 제가 87년부터 신문스크랩을 하고 책 리뷰를 하였어요. 신문의 신간 안내면이 지금도 제일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새 책 소개 기사를 보고 목록을 만들어 어떤 책을 읽을까 고르던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죠. 제가 많이 읽은 건 아닌데 봐야할 책 목록은 20년 동안 꾸준히 작성했잖아요. 20년 리뷰경험으로 책이 지닌 가치를 판단하게 되요. 판매와는 별개로 이 책은 봐도 괜찮겠다싶은 걸 가져다 놓죠. 그래도 봐야할 책 목록은 한정적이었어요. 하지만 서점을 하면서 폭이 넓어졌어요. 제 혼자 관점이 아니고 서점에 오는 다양한 분들의 눈높이에 맞추게 되었죠. 책을 사서보게 되면 책 소개와 다르게 기대에 떨어져서 책 리뷰를 100%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인터넷 서점에서 이용한 적이 있는데 실물의 책을 보지 않고 10권주문하면 1.2권 많게는 3.4권까지 실망하게 되요. 소개 글만으로는 부족하니 실망을 줄이고 소장하려면 책을 확인하고 사야하죠. 20년 가까이 책보는 거에 관심이 있었고 봐야할 목록을 만들다보니 책 주문하는 것은 서점 와서 직접 보고 나서 사는 게 좋지 않을까싶네요. "
그리고 이음책방 상호에 관해서 말을 하였다.
지역이 대학로니 연극서적은 대형서점 못지않게 최대한 많이 준비하려고 했어요. 연극쪽 만큼은 대학로 특성에 맞는 서점으로 꾸미고 싶어서 이음‘아트’ 도서라고 아트를 집어넣었어요. 그런데 이게 좀 헷갈리나 봐요. 그리고 책방이 주는 어감이 좋잖아요. 상호를 이음책방으로 통일하려고요.
책으로 만나는 사람은 다 좋다
-이음책방. 이름처럼 이어주는 느낌이 들어요. 책을 매개로 문화를 연결하는 이음책방을 이야기하다보면 사장님 얘기를 뺄 수 없더라고요. ‘사장님이 사람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거든요. 사람들을 이어주는 구심력 구실을 해주는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봐요. 사람 좋다는 건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그런 면이 있고(웃음). 집사람에게 신용을 못 지켜 적금 깨는 일같이 피해아닌 피해를 가까운 사람에게 줘요.
다른 한편으로는 책으로 만나는 사람은 다 좋아요. 이런 일도 저런 일도 해봤지만 책방을 하니까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나 스스로 좋아요. 평범하게 회사 다니는 생활을 했으면 시인. 작가. 사진가 분들 어떻게 만나겠어요.
여기가 그냥 편했으면 좋겠어요. 백화점, 편의점, 음식점, 체인점 등 많은 곳에서 마케팅, 판매는 사람들 동선과 물건 배치, 사람들 눈에 띄는 자리, 테이블 회전 속도 등 여러 가지를 계산하잖아요. 아무리 벌어야겠지만 비인간적이에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 있고 공간이 있어야 해요.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나 ’다시 마을이다‘ 같은 책처럼 공동체회복을 해야 해요. 피할 수 없는 거대자본의 흐름이라지만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이제 사람들이 알만큼 알죠. 오직 목적에만 맞춰서 팔기만 하는 곳이 아닌 빈틈이 있고 뭔가 남겨진 공백과 여백. 그런 게 있는 편한 장소를 염두 하죠. 사람들이 그래서 편하게 느낀다면 소통하는데 있어서 장점이죠."
'고릴라 이스마엘'
- 작지만 아름다운 문화소통의 장소, 이음책방이 오래 남았으면 하네요. 그렇다면 사장님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무엇인가요?
"저도 우여곡절을 겪었죠. 군대를 갔다 오고 학교를 마친 뒤 생활전선에 뛰어들고 결혼을 했는데, 보통사람들처럼 제가 하고 싶은 거와 생활에서 하지 못한 면이 있었죠. 젊은 친구들 만나면 하는 얘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걸 해라.’해요. 짧지 않은 생이잖아요. 정말 사람답게 사는 거에 대해서는 인식 전환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흐름은 사람을 몰고 가죠. 최근 본 책으로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권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한데 지금 사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에요. 고릴라 이스마엘「2004. 평사리」 저도 친구가 권해서 최근에 읽은 책인데 우리 생활을 되돌아보는 환경 책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나눠보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서 이렇게 추천하네요.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 지금 어디에 우리가 있고 어떻게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해야 되요. 젊은 친구들은 젊은 친구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삶이 나아지길 바라는 측면에서 같이 보고 싶은 책으로 고릴라 이스마엘 추천으로 제 가치관을 대신 말하고 싶네요."
얼마만큼 허락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책방을 하고 싶다는 한상준 사장. 일본에 일성방이라는 100년 넘은 서점도 있다고 한다. 이음책방도 20년을 한 ‘그날이 오면’처럼 5년 넘기고 10년 넘기고 싶다고 소박한 목표를 말한다.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동숭아트홀로 가는 길, 지하에 자리 잡은 작은 책방인 이음책방. 사장님의 겸손한 웃음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겸손하게 살다보면 좋을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음책방. 소통의 어려움으로 사람들은 외로움을 호소하고 정국은 꽉 막힌 한국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이어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중한 장소다. 늘 자기 자리에서 따뜻하게 맞아주는 이음책방, 그 이름대로 그 뜻이 계속 이어져서 일본에 일성방처럼 100년 넘는 책방이 되는 희망을 품어본다.
▲ 이음책방 전경 ⓒ 임경원
"좋은 책운 읽을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시작
"2005년 10월에 문을 열 때만 해도 인터넷서점이 대세였고 대형서점으로 몰리는 상황이었죠. 우리나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000곳이 넘던 중소서점이 반 이상 줄은 걸로 서점연합회에 통계 잡히고 있어요. 보는 바와 같이 중고 책이 있잖아요. 좋은 책은 헌 책 이나 새 책이나 가치변화가 없죠. 지금은 새 책 비중이 많기는 하지만 헌책을 많이 생각해요. 제가 책을 좋아하기에 시작한 거예요. 출판 경향이기도 하지만 팔리는 책을 계속 만들어내는 분위기에서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좋은 책은 읽을 것이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동네 헌책방도 생각을 했지만 다만 대학로를 택한 이유는,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예전에 데이트도 했던 곳이고 대학시절 술 마시러 나오는 장소기도 했고요. 낯설지 않고 익숙한 지역인 대학로를 선정했죠."
▲ 책방 내려가는 길 ⓒ 임경원
- 이음책방이 책으로 매개로 해서 다른 문화와 연계 소통하는 장소가 되었네요. 처음부터 소통의 장소로 책방을 기획한 건가요?
"아니에요. 연극하는 분들, 작가 분들이 오가시는데, 책방은 그래도 편하게 들려서 책을 들춰 볼 수도 있고 사람만나는 장소도 되고 편한 부분이 있죠. 여기에 애정이 생기고 행사도 기획해주시고 그러다보니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소통의 장소가 된 거에요. 다들 책이 좋아하시니 소중한 공간으로 여겨주시고 이런 저런 행사를 하면서 서점이 더 튼튼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껴요."
▲ 진지하면서 겸손한 한상준 사장 ⓒ 임경원
-‘사진, 책을 말하다’ 행사, 젊은 낭독회 등등 문화행사가 많이 열리는데 사장으로서 그러한 문화행사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크지 않은 서점에서 소통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문화 생산자분들, 공연 연출가, 작가, 시인 이런 분들도 직접 소통하기를 원하는 구나라고 느껴요. 직접 사람을 만나고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거에 호응에서 보러 오는 독자. 관객들은 상업 틀에서 벗어난 만남을 욕구하는 걸 알겠더라고요. 이렇게 사람 만나는 게 가능하구나라고 생각이 들며 이익과 판매를 떠나서 독자와 독자, 독자와 지은이의 교류의 장으로서 이런 자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 진중하게 이야기하는 한상준사장 ⓒ 임경원
- 앞으로 이런 자리가 더 많을 텐데. 더 발전하는 과정으로서 이음책방이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서점이 자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사업. 비영리사업은 아니에요. 어쨌든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해야하죠. 3년 가까이 되는 시점에서 그 정도는 되는데 조금 더 안정 있고 지속으로 운영하고 행사를 꾸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튼튼한 기반이 있어야 할 듯해요. 개인 사업자니까 수익이 안 나면 접을 수 있지만 방명록을 보면 이음책방이 살아서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을 느껴요. 문화행사 참여할 수 있고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운영하는 시스템자체가 단단한 기반을 고민하게 되네요. 지금까지 행사는 다 무료였어요. 유료화하는 것은 저도 내키지 않지만 하다못해 작가 선생님들 모시고 교통비나 식사대접 하는 거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책을 많이 팔아서 수익을 내는 수밖에 없는데 책 판매 수익으로는 행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요. 현재 그래서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후원제 방식이나 주식회사 형식을 모색하고 있어요. 혼자서는 벅차다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안 되면 멈출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이용한 손님들과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느끼면 어떤 게 좋은지 고민하는 시점이에요."
▲ 꼼꼼함이 느껴지는 책 전시와 배열 ⓒ 임경원
"이음책방은 다행히 계속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어요. 이정도만 되도 현상유지 정도는 되요. 하지만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걱정이 되는 거죠. 여기서 조금만 더 매출이 올라가면 편하게 운영할 수 있지만 판매를 적게 하는 게 아닌데 인문학서적들이다보니 마진율이 낮아요. 이걸 넘어서서 즐겁게 재미있게 운영할 더 좋은 방법 생각하고 있어요."
‘그날이 오면’ ‘풀무질’ 존경
그러면서 오마이뉴스 8주년 기념으로 오마이뉴스에 실린 서울대 앞 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 기사와 5월 25일에 실린 길담서원 기사를 보여준다.
기사참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02311
"20년 운영한 서점 운영자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요. 문화운동 이런 걸 마음에 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3년을 해본 저로서는 그분들의 고충을 조금은 알게 되네요. 이렇게 20년 넘게 살아온 ‘그날이오면’ 그리고 성균관대 앞에 ‘풀무재 서점’도 15년 가까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고집스러움과 꿋꿋함을 생각하면 정말 존경하는 마음이 들죠.
▲ 탐나는 책들이 가득한 이음책방 ⓒ 임경원
경복궁 효자동에 박성준 선생님이 연 길담서원도 있죠. 서점의 형태이면서 동네 작은 사랑방이며 문화소통 장인 그곳이 소중하게 여겨져요. 작은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뭔가 고민하는 입장에서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어요. 삶의 연륜도 깊으신 선생님이 운영하시니까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실지 않을까싶어요. 자본주의의 정점에 선 한국 사회에서 오직 큰 거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사회에서 작은 것이 살아남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시장논리는 냉혹하잖아요. 해가지고 안되면 바꾸는 게 시장논리인데 좋다고 끝까지 계속 잡는 건 시장논리에서 벗어나잖아요. 이 부분이 고민이이에요."
- 이음책방 책을 살펴보면 사회과학, 인문, 소설 등 읽고 싶었던 책들이 가득하고 눈에 쏙쏙 잘 들어와요. 어제 이음책방 스케치하러 왔을 때 길담서원 측에서 오셔서 말씀 나누는 걸 봤어요. 이음책방이 길담서원보다는 선배라고 할 수 있는데(웃음) 서로 교류하고 그러는 부분이 있나요?
"선배라기보다는 제가 조금 먼저 문을 열었을 뿐이에요. 작은 것이 살아남는 방법은 저마다 개성으로 지역특색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죠. 제가 조금 더 운영을 했으니 선생께서 책에 대해서는 공급받는 거 같은 얘기를 해줄 뿐이에요. 제가 오히려 여러 가지를 배워요. 길담서원과는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찾아가려고 해요.
그리고 이음책방 책선정은 서점을 왜 시작했나와 연관되었어요. 제가 87년부터 신문스크랩을 하고 책 리뷰를 하였어요. 신문의 신간 안내면이 지금도 제일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새 책 소개 기사를 보고 목록을 만들어 어떤 책을 읽을까 고르던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죠. 제가 많이 읽은 건 아닌데 봐야할 책 목록은 20년 동안 꾸준히 작성했잖아요. 20년 리뷰경험으로 책이 지닌 가치를 판단하게 되요. 판매와는 별개로 이 책은 봐도 괜찮겠다싶은 걸 가져다 놓죠. 그래도 봐야할 책 목록은 한정적이었어요. 하지만 서점을 하면서 폭이 넓어졌어요. 제 혼자 관점이 아니고 서점에 오는 다양한 분들의 눈높이에 맞추게 되었죠. 책을 사서보게 되면 책 소개와 다르게 기대에 떨어져서 책 리뷰를 100%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저도 인터넷 서점에서 이용한 적이 있는데 실물의 책을 보지 않고 10권주문하면 1.2권 많게는 3.4권까지 실망하게 되요. 소개 글만으로는 부족하니 실망을 줄이고 소장하려면 책을 확인하고 사야하죠. 20년 가까이 책보는 거에 관심이 있었고 봐야할 목록을 만들다보니 책 주문하는 것은 서점 와서 직접 보고 나서 사는 게 좋지 않을까싶네요. "
▲ 앉아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 ⓒ 임경원
지역이 대학로니 연극서적은 대형서점 못지않게 최대한 많이 준비하려고 했어요. 연극쪽 만큼은 대학로 특성에 맞는 서점으로 꾸미고 싶어서 이음‘아트’ 도서라고 아트를 집어넣었어요. 그런데 이게 좀 헷갈리나 봐요. 그리고 책방이 주는 어감이 좋잖아요. 상호를 이음책방으로 통일하려고요.
▲ 앉아서 이야기 나누고 차한잔 마실 수 있는 쉼터 ⓒ 임경원
-이음책방. 이름처럼 이어주는 느낌이 들어요. 책을 매개로 문화를 연결하는 이음책방을 이야기하다보면 사장님 얘기를 뺄 수 없더라고요. ‘사장님이 사람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거든요. 사람들을 이어주는 구심력 구실을 해주는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봐요. 사람 좋다는 건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그런 면이 있고(웃음). 집사람에게 신용을 못 지켜 적금 깨는 일같이 피해아닌 피해를 가까운 사람에게 줘요.
▲ 이야기 나누며 따뜻한 웃음을 짓고 있는 한상준 사장 ⓒ 임경원
여기가 그냥 편했으면 좋겠어요. 백화점, 편의점, 음식점, 체인점 등 많은 곳에서 마케팅, 판매는 사람들 동선과 물건 배치, 사람들 눈에 띄는 자리, 테이블 회전 속도 등 여러 가지를 계산하잖아요. 아무리 벌어야겠지만 비인간적이에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 있고 공간이 있어야 해요.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나 ’다시 마을이다‘ 같은 책처럼 공동체회복을 해야 해요. 피할 수 없는 거대자본의 흐름이라지만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이제 사람들이 알만큼 알죠. 오직 목적에만 맞춰서 팔기만 하는 곳이 아닌 빈틈이 있고 뭔가 남겨진 공백과 여백. 그런 게 있는 편한 장소를 염두 하죠. 사람들이 그래서 편하게 느낀다면 소통하는데 있어서 장점이죠."
▲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음악 ⓒ 임경원
▲ 배려가 느껴지는 작은 의자 ⓒ 임경원
- 작지만 아름다운 문화소통의 장소, 이음책방이 오래 남았으면 하네요. 그렇다면 사장님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무엇인가요?
"저도 우여곡절을 겪었죠. 군대를 갔다 오고 학교를 마친 뒤 생활전선에 뛰어들고 결혼을 했는데, 보통사람들처럼 제가 하고 싶은 거와 생활에서 하지 못한 면이 있었죠. 젊은 친구들 만나면 하는 얘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걸 해라.’해요. 짧지 않은 생이잖아요. 정말 사람답게 사는 거에 대해서는 인식 전환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흐름은 사람을 몰고 가죠. 최근 본 책으로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권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한데 지금 사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에요. 고릴라 이스마엘「2004. 평사리」 저도 친구가 권해서 최근에 읽은 책인데 우리 생활을 되돌아보는 환경 책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나눠보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서 이렇게 추천하네요.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 지금 어디에 우리가 있고 어떻게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해야 되요. 젊은 친구들은 젊은 친구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삶이 나아지길 바라는 측면에서 같이 보고 싶은 책으로 고릴라 이스마엘 추천으로 제 가치관을 대신 말하고 싶네요."
얼마만큼 허락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책방을 하고 싶다는 한상준 사장. 일본에 일성방이라는 100년 넘은 서점도 있다고 한다. 이음책방도 20년을 한 ‘그날이 오면’처럼 5년 넘기고 10년 넘기고 싶다고 소박한 목표를 말한다.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동숭아트홀로 가는 길, 지하에 자리 잡은 작은 책방인 이음책방. 사장님의 겸손한 웃음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겸손하게 살다보면 좋을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 사람들 사이에 만남이 이어지는 이음책방 ⓒ 임경원
▲ 이음책방에 걸려있는 이음 한자 액자 ⓒ 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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