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토성' 쌓아 '명박산성'을 넘었다
[촛불참관기] 21일, 이명박 심판 촛불문화제 및 거리행진
▲ 수녀 동참살레지오 수녀회 소속 수녀들이 21일 오후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차를 제공하고 있다. ⓒ 김철관
한마디로 국민 기만책이라는 것이다. 오후 4시 발표된 추가협상 내용이 일부 달리진 것은 있지만은 등뼈 내장 수입과 미 도축업장에게 국민의 생명을 맡겼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었다.
▲ 조중동 반대이날 미디어행동은 조중동 평생 불구독 명함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접수를 받았다. 그리고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동관 대변인, 신재민 문화차관 등 언론 3적 퇴진 촉구를 했다. ⓒ 김철관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조선> <동아>가 배출한 2MB의 측근들을 전시하는 퍼포먼스를 했고, 최시중 방통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한 비정규직단체는 “미국산 소고기가 호주산으로 둔갑했다”면서 “홈에버 이랜드 매장을 가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공공노조는 ‘쥐박이가 갈아먹는 국민재산 지켜주세요’라는 주제로 발전, 가스, 국민연금, 건강보험, 대운하, KTX 비정규직 등 국민재산을 지키기 위한 활촉 퍼포먼스를 했고, 한 기독단체는 “하나님 생명 파괴하는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시국기도회를 갖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대형화면이날 촛불집회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 김철관
이날 오후 청계광장에서는 서울지역 사회공공성 연대회의 주최로 ‘미친 교육, 미친 민영화 반대’ 등의 집회를 열었고, 당초 시청광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미디어오늘> 주최 ‘언론통제에 관한 시민토론회’도 청계광장으로 옮겨 진행했다.
이날 저녁 7시 시청광장에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던 제 45차 촛불집회 무대가 광화문을 향한 도로에 설치됐다. 프라자호텔과 대한문을 사이에 두고 대형무대가 설치된 것이다. 무대 옆에는 대형 스크린이 마련됐고, 무대주변에는 많은 취재 및 카메라 기자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정부의 쇠고기 추가협상 발표 후 3시간만의 열린, 촛불집회에 기자들의 관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0일 50만명이 모인 6.10항쟁 기념 및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촛불집회 보다는 참석율이 저조했지만 예상과 달리 많은 시민들이 참여 했다. 이날 광우병 쇠고기 국민대책회의는 6만 여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 참여자들이날 촛불집회는 6만 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 김철관
이 시각, 사회를 본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범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은 한승수 국민총리에게 송곳질문을 해 유명해졌고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학생을 소개했다.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는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천민민주주의라고 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망언 폭탄 제조기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TV에 나와 다시 한번 히트를 쳤다. 촛불을 든 시민들을 천민 민주주의라고 말하면서 명예훼손을 했다. 주 의원은 자신에 이어 '촛불 시민'들에게도 명예를 훼손했다. 주 의원은 국민들을 사기꾼이라고 몰았는데 진정한 사기꾼은 미친소를 안전하다고 하고, 이번 추가협상을 90점짜리라고 말하는 이명박 정부이다.”
시청광장 건너편(덕수궁 쪽)에 <오마이뉴스> 대형 생방송 스크린이 설치됐고,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오마이뉴스> 실시간 생방송 화면을 보면서 앞 무대 발언을 경청했다.
▲ 무대에 나온 촛불소녀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5년 동안 맞장을 뜨겠다고 선언했다. ⓒ 김철관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조중동과 정당이란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한나라당이 촛불이 사그러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주장에 반박하고 싶어 오늘 이렇게 자유발언을 하게 됐다. 물대포를 맞으면 온수를 달라고 외치고, 연행되면 닭장차 투어라고 이름 붙이는 여러분들은 세계 최강의 시위대다. 돈만 벌면 된다는 신자유주의 촛불 힘으로 막을 수 잇을 것이다. 여러분의 힘을 믿는다. 촛불 영원히 되길 바란다.”
3살짜리 아들을 안고 무대에 오른 이상훈씨도 말문을 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모든 SRM 제거와 검역 주권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끝까지 촛불을 들자. 촛불의 바다 앞에 이 대통령이 무릎을 꿇게 하자.“
▲ 수녀들도 동참이날 많은 수녀들이 광화문 거리행진에 나섰다. ⓒ 김철관
“고시강행 하면 즉각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국민 60%가 민주노총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국민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감옥도 불사하겠다. 지금까지 더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앞장서지 못해 죄송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존정책을 바꿀 때까지 끝까지 국민과 함께 투쟁하겠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도 단상에 올라와 한마디 했다.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안는다. 그래서 쇠고기를 많이 먹는다. 돈 벌로 왔는데 쇠고기기 먹고 병나면 안 되기 때문에 참여했다.”
촛불소녀들은 각각의 주장을 피켓에 담아 무대에 나와 발언을 했다.
“학교는 인권의 사각지대다. 청소년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 촛불의 배후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3번의 반성문을 쓸 때까지 5년 임기 내내 맞장을 들 것이다.”
▲ 모레를 실고온 트럭트럭에서 모레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잇는 참여자들. ⓒ 김철관
지난 촛불 집회의 요약하는 영상물도 상영됐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출연해 ‘광야에서’ 등을 불렀다. 저녁 8시 40분경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서울역 부근에서는 토성을 쌓기 위해 광화문으로 모레를 싣고 오려는 모레차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3000여명의 참여자들은 즉각 서울역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나머지는 광화문 방향으로 진행했다. 이후 서울역으로 간 사람들은 국민토성을 쌓기 위한 모레주머니를 어깨에 걸치고 등장하기도 했다.
이순신 동상을 앞에 두고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정했고, 뒤에는 경찰차로 차벽을 쌓았다. 경찰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연신 불법 이라면서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 방송을 했다. 시위자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평화행진 보장하라’, ‘경찰청장 어청수는 물러가라’, ‘시끄러워’ 등으로 반박했다.
▲ 재협상 요구광화문 사거리 집회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참여자들. ⓒ 김철관
이날 줄곧 본 무대 앞에 앉아 촛불행사를 지켜본 진관 스님은 “6.10항쟁 이후 21년 만에 많은 조계종 승녀들이 시국선언을 했지만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면서 시국선언문을 건네주기도 했다. 그리고 행진에 참여했다.
거리행진을 하면서 살핀 불교 시국선언문은 262명의 조계종 승녀들이 참여했고,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 쇠고기 재협상 나설 것 ▲대운하 사업 중단 ▲수돗물 민영화 중단 ▲언론장악 중단 ▲교육자율화 철회 등을 담고 있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청와대 쪽을 향하려는 경찰과 실랑이가 계속됐다. 이 시각 모레를 실은 트럭 한 대가 들어 왔다. 먼저 모레 주머니를 내리고 짐칸을 올리자 수십 간에 모레가 광화문 아스팔트 위에 쌓였다. 시위자들은 질서정연이 모레주머니에 모레를 넣었고, 토성을 쌓기 시작했다. 경찰의 경고 방송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토성을 쌓아 올렸다.
▲ 명박산성 스티커 부착참여자들이 전경차벽(명박산성)에 손피켓을 부치고 있다. ⓒ 김철관
이날 교보 문고 앞에서 젖소 복장으로 시위를 한 나르(28, 여)씨는 “초식 동물인 소는 풀을 먹고 자유스럽게 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환경이 화가 나서 나왔다”면서 ”위험한 사육환경에 있는 동물의 권리를 지키고 싶어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교보 문고 쪽에서 묵묵히 앉아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시위를 하고 있는 이지현(29, 회사원, 수원)씨는 남자친구 정승범(29, 회사원, 신림 4동) 씨와 함께 참석했다. 늦은 시간까지 이들은 함께 시위를 했고 인터뷰 요청을 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이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하려고 승용차를 몰고 오다 마포 근처에서 사고가 나 조금 늦게 참여했다”면서 “지난 5월 31일 경찰의 강경진압을 보고 화가나 자주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차벽 앞에는 서울역에서 가지고온 모레주머니와 한 대의 트럭이 싣고 온 모레로 국민토성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불법 운운하면서 경고 방송을 계속했다. 굵은 비 줄기 때문에 각자 가지고 온 우산과 우비를 입었다. 11시경 토성이 완성돼 시위대가 토성을 통해 경찰차벽으로 향했다. 경찰차벽 위에 깃발이 펄럭였다. 이 시간 비가 조금 그쳤고 일제히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이 시각 명박산성을 넘자는 구호가 나온다.
▲ 모레 주머니를 옮긴고 잇는 참여자들국민토성을 쌓기 위해 모레주머니를 자발적으로 옮기고 있는 참여자들. ⓒ 김철관
명박산성을 넘으려는 과정에서 경찰이 소화 분말을 분사하면서 격한 마찰이 이어졌다. 아랑곳하지 않고 밧줄을 멘 명박산성(경찰차벽) 해체 작업은 계속됐다. 경찰은 해산 작전 경고 방송을 계속했다. 전경버스 한 대가 끌려 나왔다. 곧바로 시위대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새벽 1시를 넘으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분말 분사에 이어 살수 분사 경고방송도 계속됐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계속 전진한 모습이 보였다. 계속된 경찰 경고방송에, 시위대의 맞불 방송이 계속됐다. 시위는 22일 일요일 오전까지 촛불기차놀이를 하면서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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