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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포장 그럴싸한 대통령, 실체 드러난 것"

[현장 인터뷰] 촛불집회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생 이영훈군

등록|2008.06.23 18:53 수정|2008.06.23 18:53

▲ 이영훈군은 자신의 이름과 소속, 닉네임 등을 적은 판을 목에 걸고 촛불집회에 참여한다. ⓒ 민종덕

"도덕성이 부족해도 물질만 충족되면 도덕은 회복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생각에 참을 수가 없어서 일찍부터 참여하게 되었어요."

인덕공고 2학년생인 이영훈군이 지난 22일 저녁 촛불집회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된 동기다.

이영훈군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다. 그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으로 부족하지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라는 이유로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비록 고등학교 2학년생이지만 어른들의 이러한 생각이 참으로 천박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영훈군의 판단으로는 아무리 물질이 충족된다고 해도 도덕성은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비도덕적인 지도자가 경제를 살릴 수도 없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잘못된 후보라고 생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걱정이 많았었다.

"다 멍든 과일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70% 멍든 과일이 당선된 거예요. 나머지 과일들도 멍들긴 했지만 70%까지는 아닌데 하필이면 가장 못쓰게 된 과일이 당선된 것입니다. 겉포장을 그럴듯하게 잘한 것이지요. 그런데 막상 포장을 뜯어 보니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이지요."

그래서 영훈군은 지난 2월 말부터 이명박 탄핵 카페(안티이명박)에 가입해 '북극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해 왔다. 그래서 그는 촛불집회 초기 때부터 꾸준히 참여해 왔다.

영훈군이 열심히 촛불집회에 참여함으로써 집안에서 아버지와 갈등이 심해졌다. 아버지는 경훈이의 촛불집회 참여를 못마땅해하신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그렇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정당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아버지께서 자신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아버지와는 달리 영훈군한테 큰 힘이 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다. 영훈군 어머니(48세)는 영훈군의 촛불집회를 적극적으로 지지, 격려한다. 어머니께서 대통령의 사과까지 받아냈으니 더해서 탄핵까지 한번 해 보라고까지 말씀하셨다.

"대통령이 계속 속일 것입니다. 한번 속이기 시작했으니 그것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지금 일주일에 한 번씩 헛소리하잖아요."

'촛불집회가 언제까지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정직해지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훈군은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가 만약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대단히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다면 낯에도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상황은 험악해질 것이다"라고 말 한다.

▲ 6월 22일 촛불시위 ⓒ 민종덕


영훈군은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참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 싸움이 장난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일부는 장난스레 참여하는 사람도 있어요."

영훈군은 대책위원회에도 바라는 바가 있다.

"그분들 헌신적으로 하는 것 다 알고 있는데 선동해 놓고 사라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뒷정리도 좀 하고요."

영훈군은 다음 주에 시험이라 참석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하면서 서둘러 시위 대열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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