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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언론 '낙동강 운하 살리기' 올인

<매일> <영남>, '타당성 검토'보다 '지역여론몰이'

등록|2008.06.23 16:13 수정|2008.06.23 16:40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포기 의사에 관계없이 낙동강운하는 이수와 치수 차원에서 타당성 있는 사업"... 김범일 대구시장 (6월 20일 <매일신문>)
"대구경북이 한반도 대운하의 최대 수혜지역인 만큼 낙동강구간은 계획대로 추진되기를 바란다"...김용대 경북도 행정부지사 (6월 20일 <매일신문>)
"'대운하'와 '낙동강운하'는 다르다" (6월 20일 <매일신문>사설)
"'낙동강 운하건설' 지역 여론에 달렸다" (6월 21일 <영남일보>1면)

현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에, 대구경북지역의 반발이 거세다. 자치단체장은 '낙동강운하는 포기할 수 없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지역신문들은 '지역 최대 숙원사업에 대해 지역여론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여론'은 '낙동강운하 추진에 무게 둔 특정 여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대규모 사업 진행시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타당성' 논의는 아예 빠져있다.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사업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주장했고, 국토해양부는 대운하 용역을 중단하고 대운하사업추진단도 해체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다음날인 20, 21일 지역신문은 '낙동강운하' 운명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그 대부분의 내용은 '낙동강운하 건설' 쪽에 무게를 두고 보도했다.

외형적으로 표출된 내용은 '낙동강운하 건설을 위해 지역여론을 청취하라!'는 것이었지만, 본질적 내용은 '낙동강유역 5대 광역단체장이 운하의 실효성을 절감했다. 낙동강운하 무산 땐 대구국가 산업단지 조성에 타격이 우려 된다'는 등의 근거를 앞세워 '낙동강 운하' 추진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역여론'을 청취하라고 주장하지만, 인터뷰 대부분은 '운하 추진 측 관계자'만 등장시키고 있다. 보도의 공정성 및 여론의 편향성에 심각하게 위배될 수 있는 것이다.

<매일> <영남>, '찬성 여론' 무게 vs '운하 문제점' 외면

<매일신문>6월 20일 1면 머리기사인터뷰 대상자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이다. 특정 여론만 대변하고 있다. ⓒ 매일신문


<매일신문>6월 20일 사설'지역 최대 숙원인 낙동강운하'라고 하고 있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없다. 현재 진행중인 낙동강운하는 영남권 5대 단체장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매일신문


6월 20일 <매일신문>은 1면, 3면, 사설에 이르기까지 '낙동강운하'에 대한 지역사회 일부 반응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1면 머리기사는 <이 대통령, 한반도 대운하 사실상 포기, 낙동강 운하는 어떻게 되나..대구경부권 등 영남권 5개 단체장 "계속 추진해야">였다. 여기에서 "물길을 열어 항구가 되고자 했던 대구경북의 꿈이 무산 위기에 빠졌다"며 "낙동강 운하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사설 : '대운하'와 '낙동강운하'는 다르다>에서는 "문제는 '대운하 포기'가 '낙동강운하 포기'로 연결돼서는 안된다"며 "한강물줄기와 낙동강 물줄기를 연결하겠다는 대운하 사업과 부산~대구~안동을 잇는 낙동강 옛날 뱃길을 살리겠다는 치수(治水)개념의 낙동강운하 사업과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과 연계되지 않은 낙동강 운하 사업은 지역민들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낙동강유역 5개 광역단체장은 운하의 실용성을 절감하고 조기착공결의문을 채택한 바가 있다", "환경 단체들의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 대운하 포기 大勢論(대세론)에 묻혀 낙동강 운하가 그냥 떠내려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남일보>6월 21일 1면기사에서 취재원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장이다. 낙동강운하 반대여론도 많지만, 이는 지면에 포함되지 않았다. ⓒ 영남일보


<영남일보>의 경우 21일 1면 <'낙동강운하 건설' 지역여론에 달렸다>에서 "낙동강운하의 성사여부는 영남권단체장들의 추진의지와 여론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구시와 경북도는 빠른 시일 내에 영남권 5개시도 실무자 협의를 갖고 낙동강 운하 추진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두 신문보도는 '심각한 정보 편식'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당기사와 사설에서 인터뷰 대상자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즉 '낙동강 운하' 추진측이고, 이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관계자의 이야기는 아예 지면에서 배제되었다.

영남지역 5개 광역단체장이 '낙동강 조기추진'을 정부에 건의할 때, 동일한 지역 운하백지화 운동본부도 공동연대 기구를 구성하고 4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낙동강운하 백지'를 주장해왔다. 근거로 ▲ 식수대란 ▲ 낙동강 프로젝트 사업 자체에 운하계획이 없었던 점 ▲ 4대강 수질개선과 운하건설은 별개문제 ▲ 시도민 의사 확인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는 점 등.

이런 상황에도 <매일>, <영남>는 '지방자치단체'의 입만 빌리고 있는 것이다.

여론이 원하면, 낙동강운하 추진?

또한 두 신문은 '낙동강 운하 추진'은 '지역여론'에 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일신문>사설에서도 "한반도대운하와 낙동강운하는 별개인 만큼 정부는 지역민들의 여론을 청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영남일보>도 해당 기사 제목으로 <낙동강운하 건설, 지역여론에 달렸다>로 편집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 청취'에 앞서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점은 '낙동강운하 타당성' 검증을 위한 찬반토론회 등 소통과정이다.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다양한 이슈가 논쟁으로 부각되었을때 지역민들은 해당 이슈에 대한 '판단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5월 23일 영남권 단체장들이 '낙동강운하 조기 추진 촉구'를 정부에 건의한 이후 제대로 된 토론회도 한 번 없었다. 지난 5월말 대구경북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운하반대 교수모임,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대구본부 등에서 대구시를 상대로 '낙동강운하를 말하다!' 토론회 참석을 의뢰했지만, '참석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었다.

한편 최근 '낙동강운하 추진 관련 공개질의 및 공개토론 제안'에서도 "분야별 전문가그룹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의견만 있을 뿐 토론회 개최 여부에 아무런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신문이 이야기하는 '지역여론'의 실체는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지역민의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이를 공론화시키는 과정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영남권자치단체, 지역언론...'촛불'의 교훈 잊었는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사가 있다.

<경향신문>4월 16일 10면<경향신문>이 지난 4월 15일 입수한 ‘대운하 보고서’, 즉 대운하 건설업체들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말 제작된 자료에 따르면 “경부운하 예정지역의 사전환경성과 사전 재해 영향성을 검토한 결과, 수질 오염과 생태계 교란 등의 환경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제시되어 있다. ⓒ 경향신문


<경향신문>이 지난 4월 15일 입수한 '대운하 보고서', 즉 대운하 건설업체들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말 제작된 자료에 따르면 "경부운하 예정지역의 사전환경성과 사전 재해 영향성을 검토한 결과, 수질 오염과 생태계 교란 등의 환경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제시되어 있다.

"운하건설은 유속저하로 인한 하천 부영양화, 선박사고로 인한 유류 유출 가능성, 하상굴착으로 인한 탁도 증가 등으로 수질이 오염될 우려가 있고, 준설시 퇴적물 속의 중금속, 오염물질 등이 수중으로 재용출 돼 수중의 부유물질과 영양염류 등의 농도가 높아져 하천 부영양화를 가속시킬 것"이라는 점도 전하고 있다.

현재 영남권 5개 단체장이 지역민에게 제대로 묻지 않고, 정부에 건의한 '낙동강운하'는 한반도 대운하때 제기된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그 문제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고 논쟁이 되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 여론몰이'에 의해 정부 압박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물론 지역언론이 이를 부추겨서는 더욱 안된다.

지난 두달 여간 전국을 밝혔던 '촛불'의 교훈은 '독선적이고 무능력한' 현 정부에 대한 항의였고, '소통과 대화'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현재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장은 '촛불 정국 전 정부의 모습'을 닮았다. 또한 언론이 이에 장단을 맞추고 있는 형국이다. 감성에 근거한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낙동강운하' 타당성 검증절차를 밟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대구본부 언론대응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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