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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번주에 '쇠고기고시' 관보게재 강행

"여론 본다"던 정부 여당, 입장 바꿔... 민주당-시민단체와 정면충돌 예고

등록|2008.06.24 10:48 수정|2008.06.24 11:57

▲ 사진은 농림수산식품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관보 게재를 유보한 지난 2일 부산 감만부두 앞에서 열린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운송저지투쟁 촛불문화제에 배치된 경찰들. ⓒ 유성호

24일, 정부·여당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을 담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를 이번 주내에 관보에 게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고시의 관보 게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법률 절차의 마무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마찰 가능성을 감안해 고시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당초 "여론 봐가면서 고시하겠다"던 입장을 어제 바꾼데 이어 오늘 최종결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한미간 추가협상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정치권 및 시민사회에 적잖은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홍준표 "마냥 늦추면 한미 통상마찰... 강행이 아니라 순행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금주 중으로 고시의 관보 게재가 될 것으로 안다"며 "(관보 게재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시는 해당부처 장관이 행정안전부에 의뢰한 뒤 통상 2~3일 후 관보에 게재돼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농림부 장관이 24~25일중 고시를 의뢰한 뒤 27일경 관보 게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홍 원내대표는 "당초 당에서는 다음 주쯤으로 (고시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지난번에 고시를 한번 유보한 전력이 있고, 이번에도 고시를 마냥 늦추게 되면 한미관계에 있어 통상 마찰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로부터 전달됐다"며 "당으로서는 정부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론을 좀더 살피자"는 여당의 온건론이 "쇠고기 문제를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강경론을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그는 "일부 신문에서 '고시 관보 게재 강행'이라는 표현을 벌써 쓰는데 이미 한미간 쇠고기 추가협상이 완료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는 '강행'이 아니라 '순행'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쇠고기 추가협상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고시 강행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23일 전국 성인 726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추가협상을 수용해서는 안된다"(52.9%)가 "수용해야 한다"(38.4%)보다 높게 나왔다. 50대 이상(50.0%)과 대구·경북(46.6%)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고시 강행하면 감만부두 봉쇄"

민주당은 고시의 관보 게재를 '야당과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쇠고기 재협상을 재차 촉구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기자회견에서 한 약속과 지금의 태도를 어떻게 연관지어야 할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러한 입장 돌변은 이명박 대통령이 7월 초 방한을 앞둔 부시 대통령에게 제2의 선물을 주려는 것이 아닌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찾아온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도 "청와대가 전면 개편한 상황에서 고시를 강행하면 대통령과 정부가 달라진 게 무엇인지, 국민들이 신뢰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촛불시위와 포털사이트에 대해 구시대적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불식시키는 것도 새 출발의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이렇게 쓴 소리도 해주시고... 간혹 격려도 해달라"는 답변으로 넘어갔다.

정부가 처음 하려고 했던 고시와 비교할 때, 중대한 차이가 발생한 만큼 입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인기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초 협정문안에 중대한 변화가 있기 때문에 입법고시를 다시 하고 국민 여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며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고 독선과 오만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올 항만의 봉쇄 투쟁을 천명한 것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와 광우병 부산시국회의는 24일 부산시청 앞에서 "정부가 고시를 강행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반출을 막기 위해 부산 감만부두를 봉쇄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부산 감만항 냉동컨테이너 야적장에는 작년 10월 이전 국내에 반입된 미국산 쇠고기 5300톤 가운데 3300톤이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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