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의원 "경찰서 갔더니 차나 한잔 하고 가라니..."
경찰, 시위현장에서 현역의원 연행... 5공이래 처음
▲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경복궁역 앞에서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경찰들에게 강제 연행되자 전경버스를 가로 막고 매달려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2신 : 25일 밤 10시 50분]
"은평경찰서 갔더니 서장이 '차나 한잔 하고 가시라'...?"
25일 오후 경복궁 앞에서 연행됐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은평경찰서에 연행된 후 올린 글이 '다음' 아고라에 올랐다. 이 글에서 이 의원은 "국회의원을 강제로 전경차에 밀어넣더니, 은평경찰서에 오자 국회의원 대우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다음은 이 의원이 올린 글 전문이다.
지금 8시 15분, 은평경찰서에 오늘 오후 4시쯤 경복궁역에서 연행된 시민 10분과 함께 있습니다. 참 답답합니다. 안타깝습니다. 21년전 1987년 6월, 최루탄과 전경 없이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었던 독재정권이 시민의 힘으로 무너졌습니다. 2008년 지금, 시민이 대낮에 대한민국 땅을 걸어가다가 이유 없이 경찰에 가로막혔습니다.
불법 연행에 항의하던 국회의원까지 강제로 끌고 전경차에 태워가야 정권이 유지되는 이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이루어낸 민주주의는 어디에 갔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반성문 쓴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시민의 걸음마저 막아섭니까. 이게 반성입니까. 물대포로 시민을 겨냥하고 군홧발로 짓밟은 경찰입니다.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없이 어떻게 최소한의 반성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이 잘했다고 자화자찬하게 놓아두니 이 상황까지 오는 것 아닙니까.
세상에, 불법으로 강제 연행하고, 내리겠다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1시간이나 전경차에서 내려주지 않고 데리고 오더니, 내리자마자 은평경찰서장 하는 말, "국정운영에 바쁘실 텐데 차나 한 잔 하시고 가시지요", 이럽니다. 연행된 시민들은 애초에 시민이 가는 길을 막아 나선 위법한 공무집행에 항의한 것 뿐이고, 단 한 분 빼고는 다른 연행자들은 미란다 원칙을 듣지도 못한 분들인데 다른 연행자들은 내보내주지 않고 저만 가라는 겁니다.
경복궁역 현장에서 연행을 막으려고, 국회의원이니 책임자가 나와서 상황을 보고하라고 그렇게 말해도 듣지도 않고 강제로 저를 전경차에 밀어넣더니, 이제야 국회의원 대우입니다. 연행한 게 아니고 제가 제발로 차에 탔다고 경찰이 말했다면서요? 강제연행한 책임자를 찾아서 와서 사과하라고 했더니, 다시 묵묵부답이네요. 경찰 편한 대로네요. 기가 막힙니다. 연행된 시민들과 함께 나가겠습니다. 네티즌 여러분께서 힘 모아주세요. 고맙습니다.
▲ 내일 정부가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관보에 올릴 예정인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경복궁역 앞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다가 경찰에게 강제 연행되어 전경버스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1신 : 25일 저녁 8시 23분]
경찰이 25일 정부의 쇠고기 고시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보호하려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경찰버스로 강제 연행하는 일이 생겼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야당 의원의 강제연행이 재연된 것에 대해 야당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민노당 지도부 및 의원단과 함께 정부의 고시 강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청와대 앞 분수대로 갔는데, 경찰이 경복궁 앞에서 시위하는 시민들을 연행하는 것에 항의하다가 보좌관과 함께 경찰 버스에 실렸다.
박승흡 민노당 대변인은 "이 의원이 평화로운 집회를 하려는 시민들을 보호하려다가 처참하게 짓밟혔다"며 "이성을 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결사항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언론계의 복수인사들은 이 의원의 연행에 대해 "1980년대 5공화국 이래 처음 있는 일 같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는 "1980년대에 야당 의원들이 시위를 하다가 경찰버스에 실려 난지도 등에 버려진 일이 있었지만, 87년 6월 항쟁 이후로는 그런 일이 없어진 것같다"고 말했고, 통합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을 무차별 연행한 것은 상부의 지시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다른 야당들도 타당 의원이 공권력에 제압당해 연행된 사건에 대해 일제히 유감을 표명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시민들의 무차별 연행을 저지하던 민노당 이정희 의원이 경찰에 연행됐었고 심지어 초등학교 6학년생도 연행됐다"며 "정권이 고시 강행을 위해 국민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공안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 대변인은 "이 의원을 백주대낮에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이 닭장차로 연행하는 것이 21세기적 발상이냐?"며 "컨테이너 박스 뒤의 구중궁궐에서는 태평성대일 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80년대 공안정국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24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정체성에 대항하는 시위는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고 발언한 뒤에 벌어진 불행한 사태"라며 "정부는 현직 국회의원까지 연행하는 무자비한 행동을 즉시 중단하고 평화적인 '촛불집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시위대의 무차별 연행으로 이 정권이 80년대를 방불케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국민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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