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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진출한 시민들... "다시 국민토성 쌓자!"

[현장-1~10신] 서대문 방향서 시민-경찰 충돌

등록|2008.06.26 10:02 수정|2008.06.27 00:20
- 취재 : 전관석 안홍기/ 총괄 김종철
- 생중계 : 박정호 엄수용/ 총괄 김호중
- 사진 : 권우성 유성호
- 편집 : 김영균 이승훈

▲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수정안을 관보 게재한 26일 저녁 서울 덕수궁 앞에서 열린 제50차 촛불문화제를 마친 학생과 시민들이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세종로 사거리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미국산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 강행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26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50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10신 : 26일 밤 9시35분]

시민들, 세종로 전경버스에 국민토성 쌓기 돌입

밤 9시께부터 집회에 참가한 많은 시민들은 너나 할것 없이 모래주머니를 가지고 와 국민토성을 쌓기 시작했다. 세종로 사거리를 가로막고 서 있는 일부 전경버스 앞부터 차곡차곡 모래주머니를 쌓았다.

수백여명의 시민들은 광화문 주변 신축빌딩 공사장에서 줄을 지어 흙을 퍼 나르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은 파도타기 형식을 빌어서 모래 주머니를 세종로쪽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밖에 광화문 일대 골목마다 전경버스로 가로막혀 있자, 일부 시민들은 이들 버스를 끌어내기 위해 밧줄을 버스에 매달고 있는 장면도 목격됐다.

밤 9시30분께 구 금강제화 옆 골목을 가로막고 있는 2대의 전경버스를 끌어내기 위해 1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다. 버스 바퀴에 밧줄을 매달은 이들은 곧장 차를 끌어내려고 했으며, 경찰은 소화기를 뿌려댔다.

▲ 미국산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 강행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26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50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 미국산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 강행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26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50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다 세종로네거리에서 경찰버스 바리케이트에 막혀 있다. ⓒ 권우성


[9신 : 26일 밤 9시 10분]

서대문 방향 등 일부에서 경찰과 시민 충돌

서울 광화문 주변에서 경찰과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사이에 충돌이 시작됐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전경버스로 막힌 시민들은 서대문 방향의 새문안교회 주변 골목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일부 시민들을 상대로 소화기를 뿌리거나, 방패를 휘두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몇몇 시민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시민들은 경찰로부터 방패와 소화기를 뺏기도 했다.

이에 앞서 경찰과의 첫번째 충돌은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벌어졌다. 건물앞에 있던 경찰과 시위대는 각각 무전기와 깃발을 빼앗는 등 거칠게 대립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밀어내는 경찰들의 방패를 빼앗으려 하는 등 거칠게 저항했다. 서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한 경찰은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의 얼굴을 가격해 언론노조 관계자들과 시위대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 한 명이 부상당했다. 일부 시위대는 물병, 신문지 등을 경찰에게 던지기도 했으며 <동아일보> 앞에 신문지와 손피켓을 쌓아두기도 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가 1층에서 창문을 통해 사진을 찍자 시위대가 물병을 던지는 등 강하게 반발하는 등 <동아일보> 주위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현재 물리적 충돌은 잦아들었으나 여전히 대치중이다.

청계광장 곳곳에서는 시위방식을 둘러싼 시위대 사이의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 26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50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8신 : 26일 저녁 8시30분]

집회참가자들 세종로 사거리쪽으로 진출

저녁 8시10분께 문화제를 마친 3만여(주최측 5만)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은 곧장 세종로 사거리쪽으로 진출했다. 그동안 시청앞을 거쳐, 을지로와 종로쪽으로 행진 하던 것과 달리, 곧장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한 것이다.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오늘은 반드시 청와대 앞에서 모이자"면서 "어떤일이 있더라도 돌파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많은 시민들이 박수로 호응하며,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하는 과정에 일부 시민들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 앞으로 몰려갔다. <조선일보> 사옥 앞에 몰려간 500여명의 시민들은 계란 등을 던지며, "폐간하라" 등을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 앞에선 건물을 막고 서 있는 경찰들과 시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선량한 시민들을 폭도로 모는 신문은 이미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왜 일반 사기업을 경찰이 보호해주나"라고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행진에 앞서 50번째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덕수궁 대한문 앞 도로에서 진행됐다.

민주노총 총파업 출정식에 이어 진행된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민노총 조합원들 뿐 아니라 아고라 이용자 등 일반 시민들과 시민 사회단체 회원들도 함께 섞여서 저녁 7시 약 2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도로를 메웠지만 저녁 8시에는 약 3만명 정도로 늘어났다.

이날 시민자유발언대는 여성들이 시작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여성단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최진희씨는 이날 미국 쇠고기가 있는 경기도 용인 냉동창고에 가서 반출저지를 위한 '인간띠잇기' 활동을 한 사실을 소개했다. 최씨는 "오늘은 반출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지만 언제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밥상으로 나올지 모른다"며 "우리 여성들은 언제든지 미국산 쇠고기를 온 몸으로 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앞에서 '여성들이 한 품었다. 이명박은 각오하라' 구호를 참석자들과 함께 외쳤다.

▲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수정안을 관보 게재한 26일 저녁 서울 덕수궁 앞에서 열린 제50차 촛불문화제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참석하여 폭력진압의 책임자 어청수 경찰청장 구속과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25일 항의방문을 위해 청와대를 향하다 경찰에 연행된 바 있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연단에 올랐다.

이 의원은 "12살 어린이가 '고시철폐' 외쳤다고 범죄자입니까, 할아버지가 자기 손주 위험한 쇠고기 못먹이겠다고 종이조각을 든 것이 범죄입니까"라며 당시 어린이와 고령자까지 연행한 경찰을 비난했다.

이 의원은 "연행될때 경찰이 '국회의원이면 어때, 구속영장 안나올텐데 일단 태워'라고 말했다"며 "이게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어 "어청수 경찰청장은 물대포와 군화발로 시민들을 짓밟았지만 정부의 인적쇄신 목록에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경찰청 사이트에 보면 오히려 자화자찬인데, 결국은 우리가 파면시켜야 하지 않겠느냐. 폭력진압의 책임자 어청수 경찰청장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쇠고기 겸역을 막기 위해서라면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여러분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며 "오늘의 총파업은 우리 노동자들과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하는 투쟁이니만큼 7월 한달은 국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대책회의와 호흡을 맞춰 내내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수정안을 관보 게재한 26일 저녁 서울 덕수궁 앞에서 열린 제50차 촛불문화제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미국산쇠고기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7신 : 26일 저녁 7시]

이석행 "이 대통령, 중고등학생들의 촛불 앞에 무릎 꿇었어야"

▲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수정안을 관보 게재한 26일 저녁 서울 덕수궁 앞에서 열린 제50차 촛불문화제에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국민 건강권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 출정식'은 짧고 굵게 진행됐다. 7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중고등학생들이 밝혀놓은 촛불 앞에 무릎 꿇고 사죄했어야 했다"면서 "아직도 국민들을 대한민국 주식회사 종업원으로 알고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들이 켜둔 촛불을 이제 노동자들이 지켜주자"면서 "출정식이 끝나면 모두 깃발을 내리고 애국 시민으로 돌아가 촛불 속에 우리를 녹여내자"고 말했다.

아침엔 청와대 항의방문, 점심엔 용인 강동냉장 봉쇄투쟁 격려방문으로 바빴던 강기갑 의원이 무대에 섰다. 강 의원은 "아직도 관보 게재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꿈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면서 "정부가 2008년 6월 26일 부로 대국민 선전포고를 했다"고 말했다.

목이 다 쉬어 버린 강 의원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절규했다.

"소통과 반성을 얘기한 게 얼마나 됐다고 어제 4시에 고시하고 오늘 아침 9시에 관보 게재를 하느냐. 이명박 대통려을 누가 믿겠냐. 그동안 한국은 미 쇠고기 문제에 있어 답답할 게 없었다. 하지만 오늘 오전 9시부로 미국 손에 완전히 넘어갔다. 국제 통상적으로 꼼짝할 수가 없어졌다. 어제 3보 1배를 해서 청와대까지 가면서 이렇게 (관보게재) 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기어이 기어이 이 정부가 일을 저질렀다. 용납할 수 없다."

강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사회자의 선창을 따라 5000여 노동자들은 외쳤다.

"미국에게 굴복말고 국민에게 항복하라"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어제 집에 들어가 인터넷을 봤다.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를 담은 글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면서 "보건의료노조 소속 모든 병원에 광우병 미 쇠고기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렸으며 이미 45개 병원이 노사 공동 합의로 쇠고기 급식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국민과 함께 하는 투쟁, 그래서 이길 수밖에 없는 투쟁을 하자"며 노동자들을 독려했다.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총파업 출정식을 마친 노동자들은 잠시 후 같은 장소에서 열릴 촛불문화제 참석을 위해 자리를 재정돈하고 있다.


오후 4시부터 청계광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민주택시본부 소속 택시노동자들 500여명이 모여 정부에 LPG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리터당 750원하던 LPG가격이 1년 만에 1025원으로 치솟았고, 7월에는 60원 추가인상이 강행된다고 한다"며 "정부는 6월 고유가민생대책에 LPG만 제외시켜 우리는 더 이상 택시를 운행할 수 없는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언제까지 최저임금도 못받고 유류비 부담을 전가당하는 택시노동자들을 죽일 셈이냐"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PG가격 인상이 살인적인 유가 폭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정부의 고환율 및 유가자율화 정책, LPG의 소수 정유사 독점체제와 가격담합 등에 더욱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고 부가세를 전액경감해주고 택시 대수를 줄이겠다고 공약했으나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택시노동자들은 LPG가격 인하 및 정부의 민생유가대책을 택시LPG가격도 포함하는 것으로 수정하는 등 택시살리기 종합대책의 조속한 실시를 주장하며 이것이 관철될 때까지 대규모 집회와 택시운행 중단 등 전면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는 대한안마사협회가 중심이 된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사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각 장애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13층 짜리 건물 옥상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각 장애인들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를 진행중인 '시각 장애인의 안마사 자격 독점'이 합헌 결정이 내려지길 촉구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생존권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이 집회에는 주로 안마사들로 구성된 시각장애인 1500여명이 참석했다. 낮 12시에 여의도 국민일보 앞에서 집회를 연 뒤 행진을 해 시청 앞 광장에 도착한 이들은 광장에서 집회를 계속하는 한편, 국가인권위 건물 13층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각 장애인 23명은 '400만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라', '또다시 위헌 판결 맹인에게 사형선고'라는 현수막을 걸었고 건물 아래쪽에는 소방대원들이 공기쿠션을 설치해놓고 대기하고 있다.

▲ 26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고시 강행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 시민사회단체들이 청와대로 향하기 위해 정부중앙청사 후문길로 뛰어가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고 있다. ⓒ 안홍기


[4신 : 26일 오후 2시 10분]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10명 연행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10명이 연행됐다. 오후 2시부터 경찰은 정부종합청사 후문쪽에서 연행을 시작했다. 연행자들은 "연행하는 이유를 밝혀라" "법적 근거를 대라"고 외쳤으나, 경찰은 "집시법 위반"이라며 연행을 했다. 이들은 강남경찰서로 연행됐고 명단은 다음과 같다.

이병국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팀장, 권미혁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홍경표 YMCA전국연맹 지도력개발국장,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이보은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김연순 여성민우회 생협 이사장, 복진오 환경운동연합 동영상 감독 등이다.

또다른 일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흩어졌다.

▲ 26일 오후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고시 강행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던 시민사회단체 회원이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호송버스에 실리기 전 "이명박은 항복하라"고 외치고 있다. ⓒ 안홍기


[3신 : 26일 오후 1시]

경찰, 시위대 포위해놓고 '해산 방송'

또다시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시위대를 오도가도 못하게 경찰이 완전히 포위한 상태에서 해산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도로와 인도 사이를 점거해 불법 시위를 했습니다. 즉시 해산하십시오."

현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쪽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정부청사 후문쪽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경찰에 포위됐다. 10여명은 정부청사 후문 보행자 통로에 있고, 또다른 30여명은 차량용 출입문 앞쪽에서 경찰에 의해 겹겹이 둘러싸여있다.

30여명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쇠고기 장관고시를 비판하는 즉석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마이크를 잡고 규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10여명이 모인 곳에서는 경찰과 말싸움이 한창이다. 시위대는 "가게 해달라, 왜 인도에 사람을 가둬놓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경찰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들도 경찰에게 다가가 "이 사람들을 풀어주라"고 거들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30여분동안 이곳에 가둬놓고 계속 해산방송을 하고 있다.

▲ 26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고시 강행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 시민사회단체들이 청와대로 향하기 위해 정부중앙청사 후문길로 뛰어가다가 경찰에 막혀 그 자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 안홍기


[2신 : 26일 낮 12시 35분]

'청와대 행', 경찰과 시민들의 달리기 시합?

26일 오전 11시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명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쇠고기 고시 철회를 주장하는 집회를 연 뒤 낮 12시께 청와대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낮 12시 5분 현재 시민 100여 명은 경찰의 저지선을 수차례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으나 정부종합청사 뒤편, 현대항선 건물 사이에서 막힌 채 경찰에 포위당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처음엔 느린 속도로 걸었으나 세종문화회관에서 정부종합청사 정문 쪽으로 걷는 이들을 경찰이 급하게 막아서자, 시민들은 갑자기 속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놀란 경찰도 이들을 막기 위해 뛰었다. 급기야 경찰과 시민들의 달리기 시합을 방불케 하는 쫓고 쫓기는 현장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의견을 적은 피켓을 들고 뛰었고, 경찰은 방패를 들고 나란히 달렸다.

경찰은 미처 시민들의 진로를 예상하지 못했던 듯 "야, 저기 막아" 소리를 지르며, 수십 명의 경찰을 나누어 순차적으로 보내며 시민들의 진로를 막으려 애썼다. 그때마다 일부 시민은 경찰에게 막히고, 일부 시민은 뚫린 길을 따라 뛰며 경찰의 저지선을 대여섯 차례 뚫고 지나갔다.

그러나 숨바꼭질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정부종합청사 후문에 이르자 경찰 300여 명이 남은 시위대를 에워쌌다. 경찰 300여 명에게 포위당한 시위대는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꼼짝없이 묶여 있다. 시민들이 돌아가지 못하게 경찰은 시민들이 뛰어왔던 길도 버스로 막은 상태다.

경찰에게 둘러싸인 시민들은 "사기 고시 철회하라" "폭력 경찰 물러가라" "평화 행진 보장하라"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한편 경찰이 시민들의 거리 행진을 막는 과정에서 시민 두 명이 땅바닥에 넘어지는 장면이 목격됐다. 하지만 현재 부상자 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 미국산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강행에 반대하며 학생과 시민들이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밤샘시위를 벌인 가운데 26일 새벽 경찰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 남소연



[1신 : 26일 오전 9시 50분]

아직도 힘이 남은 촛불들은 광장에서 토론 중

시위대는 오전 7시께 대부분 해산했고 일부는 아직도 시청 앞 광장에 모여있다.

경찰은 25일부터 이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서 모두 139명의 시민을 연행, 미성년자 4명과 고령자 1명을 석방했고 134명은 서울 시내 15개 경찰서로 분산했다.

밤을 꼬박 샌 시위대 100여명은 26일 오전 8시 30분 현재 시청 앞 광장 잔디밭에 둘러앉아 '자유토론회'를 벌이고 있다. 토론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경찰을 넘고 청와대로 갈 것인가' 혹은 '우리도 조직이 필요하다' 등으로 압축된다.

한 시민은 "우리가 조직이 없어서 이렇게 경찰이 세게 나오면 속수무책이다, 너무 답답하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시민은 "우리가 모이자는 의견을 인터넷으로 내고 인터넷으로 결정하니 경찰들도 다 알고 미리 대처하는 것 아니냐"며 "암호화해서 경찰들이 미리 알아채지 못하게 기습시위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경찰버스를 끌어낼 때 쓸 와이어 등 시위 상황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물품조달팀' 같이 팀별로 임무를 조직화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 가장 자주 논의된 이야기는 '조직화'에 대한 것이었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6일 오전부터 미국 쇠고기가 유통될 전국의 물류창고를 봉쇄하는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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