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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으면 아이들 마음이 보여요!

달팽이 어린이도서관 ‘그림책읽기’동아리

등록|2008.06.26 16:02 수정|2008.06.26 16:04

▲ <다음엔 너야>, (에른스트 얀들 글. 노르만 융에 그림/박상순 옮김 비룡소)에 나오는 다섯 주인공들. ⓒ 한미숙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어.
하나가 들어가고
넷이 남았지.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어.
하나가 들어가고
셋이 남았지.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어.
하나가 들어가고
둘이 남았지.
문이 열리고 또 하나가 나왔어.
마지막 하나가 들어가면
다음엔 너야.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지.
이제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  (본문 전체)

전등 하나가 비추고 있는 병원 대기실. 문틈으로 비추는 노르스름한 빛을 빼면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깔려있다. 그림책 <다음엔 너야>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다치고 아픈 장난감들의 모습이 어두운 배경에 펼쳐져 있다.

캐릭터들은 바퀴가 빠지거나 눈이 다치고 팔이 부러졌다. 등이 아픈 개구리와 코가 부러진 피노키오도 있다. 모두 입을 꾹 다물고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자기차례가 되면 하나씩 안으로 들어간다.

문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 다친 곳이 고쳐진 말끔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래도 아직 들어가 보지 못한 주인공은 떨린다. 개구리가 아픈 등을 꺼덕거리며 문 안으로 들어가자 혼자 남게 된 피노키오는 눈물을 흘린다.

외로움과 서러움이 피노키오에게 엄습한다. 문이 열리자 개구리는 왕관까지 쓰고 날라 나온다. 너무 긴장해서 혀가 삐죽 나오고 뒤집어지기 까지 했던 개구리모습이 어떻게 확 달라졌을까? 도대체 문 안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개구리도 가고, 마침내 문 안으로 들어가게 된 피노키오. 피노키오는 코가 부러졌다. 모자를 벗고 기운 없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같이 손잡아 주고 싶을 정도로 측은하다. 그러나  피노키오가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 이라고 인사할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의사선생님은 공포로 잔뜩 긴장했던 우리 마음을 금세 바꾸게 한다. 그의 푸근하고 넉넉한 웃음이 팽팽하게 졸였던 마음을 스르르 풀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만나는 의사선생님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그래야 된다는 것을 넌지시 깨닫게 한다. 내가 아무리 아파도 그 앞에 서면 온전히 치료를 받을 것이란 믿음을 준다. 다친 곳을 어루만져주고 다시 회복하게 하는 따뜻한 손길. 엄마들은 책을 덮으며 서로에게 주고받을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림책으로 우리 아이들 마음을 읽는 동아리가 있다. 달팽이어린이도서관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한 시간 동안 '그림책 동아리'로 엄마들이 만난다. 엄마들은 정해진 그림책을 준비해 서로 읽어주고 감상하며 책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 달팽이 소리터를 들어보세요. ⓒ 한미숙


대전 서구 도마동 향우사거리에 있는 달팽이 어린이도서관(관장 김정숙)은 작년 여름 처음으로 주민모임을 꾸리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올해 4월 23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처음 서가만 덩그마니 놓여 칸칸마다 채워야 할 공간은 썰렁했고, 도서관에서 필요한 물건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도서관을 꾸미는 일은 동네 엄마가 자원하여 맡았지만, 에어컨이나 정수기 구입 등은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대전mbc '무지개 프로젝트'에 달팽이어린이도서관의 건강한 문화가 소개되면서 정수기나 에어컨을 기증받았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요즘 정수기의 시원한 물을 먹을 수 있다.

그림책을 읽고 들으면서 엄마들의 육아정보를 나누고 이웃끼리 정도 쌓는 그림책동아리를 스케치했다.  

<우리 몸>은 다 보고 다음 책으로엄마를 따라온 아이가 오줌을 쌌는지 바지를 벗었다. <우리 몸>에 나온 어린이가 곁눈으로 웃는 모습이 재밌다. ^^ ⓒ 한미숙


아이들은 놀기대왕두 다리로 굴다리를 만들어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논다. ⓒ 한미숙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에 제라니움이 심어져 있다. 누가 이렇게 꾸며놨는지.. ⓒ 한미숙


안전, 또 안전!혹시라도 안전사고가 생길까봐 난간 기둥과 기둥사이를 끈으로 연결해놓은 모습. ⓒ 한미숙


사랑의 열매도서관을 오가며 자라는 아이들 모두 사랑의 열매가 되기를 기원한다. ⓒ 한미숙

그림책 <이건 내 조끼야> 표지그림 도서관 유리창에 시트지로 표현한 그림책 겉표지그림. 코끼리 커다란 코에서 자기의 늘어난 조끼로 그네를 타는 생쥐. ⓒ 한미숙


▲ 모임시간이 끝나면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도 있고 차 한 잔과 간단한 간식을 서로 나누기도 한다. ⓒ 한미숙


"그동안 혼자 그림책을 읽어왔는데 엄마들과 같이 보면 내가 미처 알 수 없는 것들을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반응하는 부분도 다 다르죠. 우리 아이(30개월)는 곰돌이가 눈을 다친 것에 마음을 두고 있었는데 다시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서 무척 좋아했어요. 그림책을 보면서 마치 자기 눈이 아픈 것처럼 느꼈나 봐요. 깨끗하게 나았으니 아이 마음이 얼마나 뿌듯하겠어요. 그림책을 읽으면 아이들 마음이 보여요."

그림책 동아리 회원인 이경남(서구 도마동)씨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마다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아이를 통해 본다고 한다. 아이들 마음이 알고 싶다면 엄마가 먼저 그림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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