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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센스까지... 이런 게 사람먹는 음식!

[맛집을 찾아서] 광장시장 삼계횟집

등록|2008.06.26 17:22 수정|2008.06.27 10:09
동대문 광장시장 먹자골목에는 횟집이 두 군데 있다. 한 곳은 손님이 바글거리고 다른 한 집은 그저 그렇다. 웬만하면 사람이 덜 붐비는 곳에서 편안히 먹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굳이 줄을 서가며 먹는 것이 사람 마음인 것 같다.

어제도 그랬다. 원래 가던 집은 사람들로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옆집을 보니 곧 자리가 난다고 한다. 식탁을 정리하는 동안 밖에서 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주인장과 몇 마디 나누니 귀찮아하지 않고 일일이 응대해 준다. 그 친절함에 처음 가봐서 기대에 못미치지 않을까 하는 떱떨한 기분이 눈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이 간사함이여!

대구매운탕고니와 알이 듬뿍 들어간 매운탕 그릇을 진열해놓았다. 최소한 이거라도 건지겠지. ⓒ 이덕은


세 사람이 먹기엔 약간 적다 싶게 광어 1kg과 대구매운탕 작은 것 하나를 시켰다. 물컵과 양파, 고추, 마늘 썬 것과 된장 등이 나오더니 생선회무침이 한 접시 나온다. 물론 양은 적었지만 왠지 옆집과는 다르다. 그것과 함께 '쐬주' 한 잔 하니 지글거리는 파란 부침개가 작은 프라이팬에 올려져 나온다.

"이건 뭐죠?" 
"부추 부침개예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밀떡처럼 찰지며 부드럽다. 별맛은 아니지만 씹히는 맛이 괜찮다. 거의 다 먹어 갈 무렵 상추잎을 깔고 그 위에 파슬리와 레몬으로 장식한 푸짐한 광어회가 등장한다.

"아줌마. 이거 1킬로짜리 맞아요?"

두툼하게 잘린 '활어'회. 같이 간 후배는 물이 좋아서 회에서 향이 난다고 연신 감탄하며 소주잔을 들이킨다. 그리고 물 좋은 꽁치가 또 나온다. 다른 곳에서는 그보다 많은 밑반찬이 나온다고 탓하면 안 된다. 미리 준비된 그저 그런 옥수수나 샐러드와 건조한 해산물 나부랭이와 가짓수는 적어도 방금 조리된 음식을 비교할 수는 없다.

활어회와 밑반찬바닥에 깔려 나오는 여느 회와 달리 푸짐하게 나온다. 게다가 갓 조리한 반찬들에서 손님 대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 이덕은


딸이 전학년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됐다고 좋아하는 후배와 새로운 치료술식을 오늘 성공했다고 기뻐하며 자진 신고한 후배가 함께 하니 즐거움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술과 안주에 배가 불러올 즈음 나오는 대구 매운탕에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인다.

노트만한 나무판을 놓더니 그 위에 잘 달군 프라이팬을 두겹 올려놓고 매운탕을 올려놓아 먹는 동안 식지 않도록 배려했다. 횟집에서 냉동된 옥돌판 위에 회를 올려 놓듯이. 아깝지만 중간에 애까지 더 넣어 끓여준 매운탕을 다 먹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당 내부와 후배에게 온 문자경사가 겹치니 술먹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 이덕은



대구매운탕속으로 괜찮은데 하며 먹던 중 식지말라고 가스렌지 대신 잘 달군 프라이팬을 매운탕 아래 넣어주는데서 주인장의 센스에 감탄한다. ⓒ 이덕은



먹는 것에 빠지지 않는 잔소리쟁이 후배는 딸자랑에 잠시 안주발이 줄어든 때 외에는 군말없이 먹기에 바빴다. 손맛이 들어간 음식솜씨에 반했는지 명함까지 챙기고 혹시 민어 먹어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일일이 물어본다.

'미국이라면 항상 감사하는 의리의 돌쇠' 한국사람들에게 먹지도 못할 것까지 싹싹 긁어 파는 사람들! 한번 와서 보시오. 사람이 먹을 것을 파는 '정직한 장사꾼'이 어떤 사람인지.

▲ 일일히 손이 간 음식으로 대접받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새삼 주인장 얼굴이 돋보인다. ⓒ 이덕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a href='http://yonseidc.com/' target='_blank'>닥다리즈(연세56치과)포토갤러리</a>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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