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위원 전원, 촛불 강경진압에 "의미 없다" 사퇴
"경찰, 이명박 정부 들어 중립성 잃고 정권에 흔들려" 주장
▲ 경찰이 25일 경복궁 앞에서 '고시철회'등을 주장하며 농성 중이던 나경운 씨(81세)를 강제 연행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강제연행에 항의하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한 시민들도 함께 연행했으며, 12살 소녀는 연행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곧 풀어줬다. ⓒ 이철우
경찰청 인권위원회(박경서 위원장·이대석좌교수) 위원 14명 모두가 26일, '촛불집회' 관련 경찰의 강경진압 등에 '유감'의 뜻을 밝히며 모두 사퇴했다.
이들은 "최근 촛불집회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매우 유감스러운 것이었고, 이러한 사태와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를 절감했다"며 "경찰청 인권위 위원 전원은 이에 위원직을 함께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의 사퇴에도 오로지 국민만을 쳐다보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새로운 경찰상을 구현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인권위 위원으로 활동해온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전화통화에서 "어제 경복궁 상황만 해도 12살부터 81살 노인까지 체포했다"며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말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이어 "인권위원 14명이 모두 사퇴한다는 사실은 내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임을 반증하는 것"이라 밝혔다.
오완호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도 "권고를 하면 받아들여 반영하는 시스템이 무너져 있다"며 "위원들이 '있어야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남영동에 있는 인권보호센터에서 2~3년 일해오던 분들이 인사이동으로 다른 곳에 발령이 나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오면서 운영이 미숙한 부분도 있었다"며 "다시 열심히 해보자는 찰나에 백골단부활, 불심검문 강화, 촛불집회 등이 이어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경찰이 국민 인권보호뿐 아니라 중립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데, 정권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경찰청 인권위는 2005년 허준영 전 경찰청장 취임 직후 출범한 조직으로 학계·시민사회 인사 14명으로 구성되어 '인군친화 경찰상 구현을 위한 자문기구'로 활동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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