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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앞엔 노동자와 시민이 하나"

[울산] 노동자·시민 1000여 명, 쇠고기 고시 강행 규탄 집회 열어

등록|2008.06.27 08:36 수정|2008.06.27 21:33

▲ 촛불집회 후 밖으로 나가려던 시민을 경찰이 막으면서 시민들과 몸싸움을 하자 겁을 먹은 어린 자매가 울고 있다. 엄마가 자매를 꼭 껴안으며 안심시키고 있다 ⓒ 박석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가 26일 관보에 게재되자 울산지역 노동자·시민이 한데 모여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관보 게재 소식에 26일을 '잔업이 없는 날' '순차적 총파업 시작날'로 선포한 울산노동계는 오후 6시부터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 모여 결의대회를 열었고, 곧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시민들이 가세해 자유발언과 거리행진으로 저항했다.

전날 거리행진 과정에서 5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경찰이 강경 대응하고 있지만 이날 시민과 노동자들은 더 거친 저항을 했다.

촛불집회를 마친 노동자·시민이 몰려나오자 경찰 5개 중대 600여 명은 입구를 에워쌌고, 경찰의 봉쇄작전을 미리 읽은 시민들은 게릴라전을 하듯 봉쇄망을 빠져 나가 거리에 군데 군데 모였다.

▲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촛불을 흔들고 있다 ⓒ 박석철


▲ 거리 진입을 두고 시민과 경찰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 박석철


▲ 시민들을 둘러싼 경찰. 뒤의 전경은 소화기를 들고 있다 ⓒ 박석철


1000여 명이 참석해 촛불문화제를 마친 저녁 9시경, 울산대공원 동문 입구에서는 경찰과 거리로 나가려는 시민들의 거친 몸싸움이 있었다. 일부 시민은 전날 시민 5명이 연행된 것에 대해 "나를 잡아가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200여 명의 노동자, 시민이 경찰 방어망에 갇혀 실랑이를 하는 사이 경찰 봉쇄망을 빠져 나간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군데 군데 무리를 지어 개별 행진을 시작했다.

▲ 인도에서 행진을 하는 시민들 ⓒ 박석철


일부 시민들은 1개 차선을 차지한 채 촛불집회 장소에서 떨어진 달동에서 삼산동쪽으로 촛불을 들고 행진했고, 일부 시민은 한나라당 당사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현대차 지부장 "지부, 매일 촛불집회 나올 것"

오후 6시부터 열린 노동자 결의대회에는 현대차지부 조합원 수백명을 포함해 건설노조, 플랜트노조, 공무원노조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오늘 울산에서 총파업을 선언했으나 참여가 다소 저조하다"라며 "하지만 처음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노동자들이 매일 촛불을 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자"고 말하고 있다 ⓒ 박석철


이어 "우리 노동자들은 관보에 게재되면 매일 촛불항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 약속부터 실현해 나가자"라며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가 파업 찬반 투표 후 합법적인 총파업을 하는 7월 2일날 이명박 정부 가슴은 서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지부 윤해모 지부장은 "쇠고기 재협상 총파업 투표에서 참가 조합원 56% 찬성으로 가결됐는데도 보수언론은 부결됐다고 공격한다"며 "26~27일 찬반투표에 총력을 기울여 현대차지부 깃발을 걸고 살아있음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조합원들은 지난 20년간 경찰이 막으면 뜷고 나오는 등으로 투쟁해 촛불문화제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부터 매일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26일부터 순차적 총파업을 선언 한 후 노동자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울산노동자들 ⓒ 박석철


시민단체 "노동자와 시민, 촛불소녀는 하나"

이어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노동자와 시민이 한데 어울려 촛불을 들었다. 특히 그동안 보수언론 등의 여론몰이로 불법정치파업 집단으로 몰린 노조들이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울산시민연대 김태근 사무처장은 "얼마 전 '미 쇠고기 반대에 대한 현대차지부 파업 찬성률이 50%대로 저조해 다소 서운했다'고 말하자 '파업을 유도하냐'는 비난이 돌아왔다"며 "80% 국민이 재협상를 요구하듯 촛불아래에서는 노동자와 시민, 촛불소녀가 모두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노총 총파업을 지지하겠느냐"고 참석 시민들에게 묻자 참석자들은 "예"하며 환호와 박수를 쳤다.

▲ 가족이 나와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언니는 "고시가 철폐될 때까지 계속나오도록 노력할게요"라고 말했다 ⓒ 박석철

25일 밤 거리행진 중 횡단보도에서 연행됐던 홍정련 울산여성장애인상담센터 소장 등 5명은 26일 오후 모두 풀려났다.

경찰에서 풀려나 이날 촛불집회에 온 홍 소장은 "경찰이 연행 후 '왜 거기 갔느냐고 물었다"며 "'내가 데리고 있는 정신지체아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가 든 음식을 먹게 되면 내 양심이 허락치 않아 고시철회를 외치러 갔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 여중 3학년생은 "어제 촛불집회에 참석해 거리행진을 하다 중간에 집으로 갔는데, 울산에서도 시민이 연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종일 속이 상했다"고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무섭기도 하지만 경찰이 이러면 안된다, 고시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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