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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연행...폭력으로 얼룩진 경찰의 강제해산

26일 고시관보게재 뿔난 민심...새벽까지 경찰과 충돌

등록|2008.06.27 13:26 수정|2008.06.27 13:26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26일 저녁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 김철관

25일 오후 정부의 고시 강행 기자회견에 이어 26일 오전 9시 미 쇠고기 장관고시가 관보에 게재됐다. 26일 저녁 열린 50차 촛불문화제는 이명박 정부 성토장이 됐다.

촛불집회에 앞서 민주노총은 고시를 강행하면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사전 약속에 따라 이날 총파업 출정식을 거행했다. 대회사를 한 이석행 민주노총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중고등학생이 밝힌 촛불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할 때”라면서 “국민들이 켜준 촛불을 이제 노동자들이 지켜줄 때”라고 강조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소통과 반성을 얘기할 때가 얼마나 됐다고 어제 오후 4시에 고시를 하고 오늘 아침 관보 게재를 하느냐”면서 “어제 삼보일배를 하면서 청와대까지 갔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는데, 기어이 정부가 일을 저질렀다”고 한탄했다.

50차 촛불문화제이날 참석자들은 '폭력 연행 책임자 경찰청장 어청수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 김철관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 소속 모든 병원에 광우병 미 쇠고기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렸다”라면서 “이미 45개 병원이 노사 공동 합의로 쇠고기 급식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은 총파업 투쟁결의문을 통해 “총파업은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지키는 투쟁이다. 우리의 총파업은 국민전체의 건강권을 지키고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독재를 청산하는 투쟁”이라면서 “총파업은 국민의 부름에 따르는 국민 파업이다. 따라서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파업은 이명박 정부의 어떠한 음해와 탄압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늘 천천히 일어선 우리 노동자들은 한걸음 한걸음 국민의 가슴속으로 들어갈 것이며, 이명박의 기만과 독선에 파상적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행 민주노총위원장이날 촛불문화제에서 인사말을 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 김철관

박원석 광우병 대책위 상황실장이날 박 실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철관

민주노총 총파업 출정식이 끝나고 곧바로 50차 촛불문화제가 5만 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인 가운데 시작됐다. 프라자 호텔과 대한문 사이 도로에 설치된 무대에 앞에 나타난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은 ‘미국에 굴복 말고, 국민에게 항복하라’, ‘고시 철회하라. 재협상을 실시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을 외쳤다.

무대 위에는 붉은 바탕에 하얀 글씨의 ‘국민무시 폭력연행, 이명박 정부 심판하자’라는 대형 현수막이, 아래에는  ‘촛불이 승리한다. 전면 재협상을 실시하라’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민자유발언도 이어졌다. 특히 전날 청와대를 향하다 경찰에 연행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어제 12살 어린이, 손자하고 온 노인 등도 연행했다”면서 “노인과 어린이, 의원도 연행하는 이게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냐”면서 “어청수 경찰청장은 물대포와 군화발로 시민들을 짓밟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그는 이명박 정부의 인적쇄신 목록에도 없다"면서 "폭력진압 책임자 어청수 경찰청장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50차 촛불문화제이날 5만여명이 참석했다. ⓒ 김철관

다시 마이크를 잡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민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힘차게 총파업을 진행하지 못해 죄송하다. 민주노총 투쟁은 노동자 임금, 복지를 위한 투쟁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애국시민들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가 두 번째 사기를 쳐 사과한 이명박 대통령을 삼진아웃 시키기 위한 총파업투쟁을 진행할 것이다. 총파업 하루로 끝나는 투쟁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맞서 국민과 대책위의 의견 물어가면서 7월 한 달 내내 투쟁을 하겠다.”

줄곧 사회를 맡았던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위 상황실장이 무대에 올랐다.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 안전과 검역주권을 위해 촛불을 들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공권력을 이용해 군홧발과 방패, 물대포로 국민 앞을 가로막았다. 광우병투쟁과 관련해 어제까지 141명이 연행됐다. 정부 독선과 오만, 반민주를 반드시 심판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부시 대통령과 친구가 됐을지 모르지만, 국민에게는 적이 됐다. 국민의 뜻 따르겠다고 무릎 꿇고 사죄 안 하면 이명박 정권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 거리행진 동참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촛불거리행진에 동참했다. ⓒ 김철관

▲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거리행진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김철관

그는 “오는 28일, 7월 2일, 7월 5일을 집중 촛불집회 날로 정했다“면서 ”국민건강 생명 위협하는 정부에 맞서 많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 전국 1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나와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 정책을 심판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저녁 8시 곧바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청와대를 향한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이날 선두에 선 참여자들은 ‘이명박, 국민들하고 한번 해 보자는 거냐’라는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을 향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 등과 당직자들도 거리 행진을 했다. 진관 스님과 불교 신도들도 함께 했다. 거리행진에 동참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참석자들은 악수을 건네기도 했고, '힘내시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순신 동상 앞은 폴리스라인과 경찰, 경찰차벽이 청와대 관문을 굳게 지켰다.

광화문 시위현장청와대 진입로인 광화문에 막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참석자들 ⓒ 김철관

시위자들은 선두 시위대가 가지고 간 현수막을 경찰차에 걸었다. 구호와 함성이 이어졌다. 거리행진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위자들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앞에서 왜곡보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앞에는 미리 전경들이 배치돼 있었다.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왜곡보도 자행하는 조선일보 폐간하라’ , ‘찌라시신문 동아일보 폐간하라’ 등 구호를 외치면서 조중동 폐간 등의 내용을 담은 스티커를 비롯한 각종 스티커를 부치기도 했고,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항의조선일보 코리아나 호텔 정문에서 왜곡보도를 항의하는 시위자들. ⓒ 김철관

광화문 사거리 집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경찰차벽 앞에서 모래주머니로 차곡차곡 '국민토성'을 쌓기 시작했다. 경찰차에 동여맨 밧줄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경찰이 소화기로 분말을 발사했다. 천정배 통합민주당 의원이 보좌관과 함께 도착해 중간쯤 쌓인 국민토성에 올라가 뭔가 짧게 발언을 했다. 발언을 마치고 내려온 그를 둘러싸고 시민들은 야유를 하기도 했다.

저녁 11시경 국민토성이 완성됐다. 시위대들이 경찰차 위를 오르자 물대포가 발사됐다. 이때부터 경찰과 격렬한 싸움이 시작됐다.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 분말과 물대포가 쏟아졌다. 다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물대포와 소화기를 맞으면서도 일부 시민들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날이 바뀐 27일 새벽 0시 5분경 많은 시위 참석자들이 귀가해 촛불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 경찰은 물대포를 앞세우고 강제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도 부상자와 연행자가 발생했고 일부 시위자들은 시청 쪽으로 밀리면서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을 외치며 완강히 저항했다.

광화문 시위현장광화문 사거리에 앉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참석자들. ⓒ 김철관

국민토성국민토성을 쌓은 시위대들. ⓒ 김철관

청계광장 앞 도로에서는 3명의 민주당 의원이 연행됐다는 소식도 들렸다. 새벽 2시경 인도로 완전히 밀러난 시위대는 ‘이명박은 물러나라’, ‘폭력경찰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계속 항의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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