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민주노총...총파업이 촛불 키울까?
총파업 지지 글· 전화 쇄도...내부 열기는 못미쳐
▲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해 미국산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 강행 철회를 촉구하는 많은 시민들이 26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50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 장면 2] 2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민주노총 총파업 출정식에는 500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모였다. 당초 1만 명이 모일 것이라던 예상에 미치지 못한 숫자다. 민주노총은 또한 지난 주말(21일) 집중 촛불문화제에 조합원 10만명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총파업에 들어간 민주노총 내·외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엔 온도차가 느껴진다. 민주노총 바깥에서 총파업에 대한 지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 총파업이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 서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9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지금 민주노총에 역사적 책무가 주어졌다, 절체절명의 시기"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력한 총파업이 이뤄지면 민주노총식 노동 운동이 다시 주목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커다란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촛불을 든 시민과, 조중동 등 보수 언론 모두 나름대로의 기대와 걱정 속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누리꾼 "민주노총 싫어했는데, 파업 찬성"... 민주노총 "국민파업할 것"
"파업 안 한다는 얘기가 사실인가요? 정말 실망입니다. 민주노총 문 내리세요. 이런 때 파업 안하면 언제 할 겁니까? (총파업) 지금 하세요. 지금 당장!" (25일 저녁, 민주노총 자유게시판 아이디 '시민')
"저 원래 민주노총 싫어합니다. 솔직히 이제껏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쇠고기 사태를 겪어보니 '민주노총이 없었다면?'이라는 물음표를 던져보니 끔찍하네요. 간담이 서늘한 납량특집이네요. 민주노총 파이팅입니다." (27일 오전, 민주노총 자유게시판 아이디 '지지자')
최근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은 너무나도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돌입한 26일에만 450여개의 글이 쇄도했다. 대부분 "총파업을 지지한다", "고맙다"는 내용이다. 평소 100개의 글도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비판 글도 적지 않았다.
▲ 경찰이 26일 오후 감만부두 정문 도로에 앉아 있던 김영진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을 들어 끌어내고 있다. ⓒ 윤성효
민주노총은 이날 저녁 서울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어떠한 음해와 탄압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의 기만과 독선에 파상적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파업을 '국민파업'이라 일컬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는 7월 2일 본격적인 총파업에 들어가는 민주노총은 3일부터 5일까지 전 조합원이 상경하는 집중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7월 7일부턴 16개 산별노조가 총력투쟁에 들어간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우선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광범위한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총파업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목소리를 내건 정치파업의 색이 짙지만, 그 이면엔 각 산별노조의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동계의 이해가 걸린 '하투' 성격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내 최대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사용자 쪽과의 중앙교섭 결렬 이후, 24일부터 4일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그 결과는 28일 발표된다.
민주노총 총파업 투표 가결 논란을 불러일으킨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장기호 홍보부장은 "이번 투표는 임단협과 관련된 것으로 조합원과 직접 관련이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좋다"며 "가결되면 민주노총 총파업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느때와 다른 힘 센 파업... "민주노총 혼자선 부담" 의견도
"어려운 결단을 했다."
이번 총파업에 두고 이석행 위원장이 같은 말을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했다. 그의 말대로 총파업은 그 찬반투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10일부터 5일 동안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중 즉시 투표가 가능한 51만 1737명을 대상으로 한 총파업 1차 찬반 투표에서 27만1322명이 참여해 16만9138명이 찬성했다. 이에 대해 이석행 위원장이 "짧은 투표 기간 동안 대단한 일을 한 것"이라고 평했다.
▲ 19일 오후에 열린 민주노총 제44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7월 2일 총파업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후,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지도부, 대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노동과 세계> 이기태
하지만 노동부와 일부 언론이 "재적 대비 찬성률 50%가 안 된다"며 불법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투표자 대비 찬성률이 50%가 넘었기 때문에 관행상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지만, 총파업과 관련된 논란에 대한 빌미를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또한 민주노총 내 산별노조가 한꺼번에 총파업에 들어가지 않고, 한 곳씩 차례차례 총파업에 들어간 것에 대해 일부 언론에선 총파업의 동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26일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아직 일선 사업장의 파업은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우문숙 대변인은 "급박한 정세 속에서 총파업을 먼저 선언하고 조합원들의 자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파업 조직화에 들어갔다"면서 "이번 총파업은 생산을 멈추는 것 뿐 아니라, 운송 거부, 촛불집회 참여 등 모든 단체행동까지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촛불' 요구에 따라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촛불'에 적극 참여해 촛불의 힘을 키우고 지속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주말 촛불집회가 분수령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면 민주노총 파업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