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계속 악수 둬...시민이 이미 이겼다"
[촛불문화제에서 만난 사람 5] 군산서 올라온 문정현 신부
▲ 26일, 오후7시 대한문 앞 촛불집회에 참석한 문정현 신부 ⓒ 임순혜
촛불문화제 50일째인 26일 저녁,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분노한 시민과 학생들은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봉쇄한 경찰에 대항해 물을 맞으면서도 전경차를 밧줄로 끌어냈다. 이들은 광화문 사거리에 모래로 국민토성을 쌓고 명박산성에 올라 '이명박 정부, 국민과 한번 해 보자는 거냐'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고시 철회와 재협상, 이명박 정부 퇴진 등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 국민토성을 쌓기위해 시민들과 모래주머니를 나르고 있는 문정현 신부 ⓒ 임순혜
일렬로 줄을 서서 국민토성을 쌓기 위한 모래주머니를 나르는 행렬 속에서 문정현 신부를 만났다. 다음은 문정현 신부와 함께 나눈 대화다.
"서울만 촛불집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군산 시민문화회관 앞에서도 촛불집회 한다. 많이 모일 때는 1000명에서 2000명 정도 모인다. 정부가 고시를 강행해 인터넷으로 보고 알고는 있으나 서울 상황이 궁금해 서울로 올라왔다."
-사제 은퇴를 하셨는데, 지금 사시는 곳과 하시는 일은?
"미 공군 기지 앞 동네인 군산시 옥서면 옥봉리에 산다. 은퇴를 하고 '평화바람'에서 하는 '미군기지피해상담소' 활동을 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
"6월 1일부터 20일까지 맥스 썬더(Max Thunder)라는 미 공군 합동 훈련을 했는데 미국 본토에서 공중조기경보기(AWACS)와 공중급유기를 총동원했다. 8월에 있을 레드 플랙(Red Flag) 훈련에 앞선 예비 훈련이었다. 아시아 태평양 미공군 훈련에 앞서서 하는 훈련, 밤낮으로 전투기가 뜨고 지는 것을 모니터링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저녁에는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훈련에 대한 주민 반응은?
"60년 동안 미군기지 근처에 살고, 미군기지 안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라 미군기지 피해에 대해 소극적이다. 그러나 매향리처럼 미군기지 소음 피해에 대해 승소한 것을 알고 있다.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적극적이지는 않다. '주민대책위'가 있어 함께 하고 있다. 미군으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것 모니터하고 있다."
-쇠고기 파동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생각은?
"한미간 불평등 문제는 미군이 이 땅에 들어 온 이후 계속되는 일이다. 군사적이나 정치적으로 불평등하다. 그동안 미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불평등이 많이 드러았고 매향리에서 거세게 싸웠다. 용산 미군기지 독극물 방류에 대한 사과는 전에 없었던 일이고 효순이 미선이 재판권 문제 등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적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국민들이 이번에 저절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F15 수입에 10조원이나 되는 돈을 주고 다른 기종보다 월등히 뒤지는 전투기 수입, 전에는 알고도 숙명적으로 받아들였으나 이젠 아니다. 쇠고기 식탁문제는 누구나 피해자다. 검역 주권문제는 이제 국민이 용납 안 한다. 그런데 정부는 70∼80년대 인식을 그대로 갖고 동맹관계 튼튼히 하기 위해 들어주어야 한다고 쇠고기 협상을 해, 주워담을 수 없는 현상 일어났다."
▲ 모래주머니로 국민토성을 쌓고 명박산성 위에 올라가는 시민들 ⓒ 임순혜
- 서울 촛불집회 양상 어떻게 보시는지?
"지금까지는 경찰을 대하는데 항상 평화시위 했지만 경찰이 폭력을 유발해, 대응하면 폭력집회로 몰아 때려잡았다. ‘평화시위’라는 말 입에 붙었었으나 폭력 경찰에 휘말렸었다. 평화시위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부모가 아이들 손 잡고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하였으나 경찰이 폭력적이면 반사적으로 대응했었다. '평화유랑단'도 해 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평화적인 시위방법이 활성화되었다고 본다."
- 촛불집회 전망은?
"질긴 놈이 이긴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나가면 이긴다고 본다. 50일 지났지만 이제 시민들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면 된다고 본다."
- 정부는 명박산성을 쌓고, 청와대 진입을 막고, 시민들은 명박산성을 넘으려 한고 있는데?
"많이 발전했다. 시민들이 새로운 창조를 한다. 콘테이너, 차벽으로 막으면 스티로풀 나오고 모래주머니 나온다. 주변 공사장 흙 나르고 전경차를 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차벽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아무리 막아도 상징적으로 넘을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있다. 이미 이긴 것이다. 힘을 쓰는 사람은 힘으로 망한다. 촛불 들고 편하게 노래 부르고 구호 외친다. 이미 이긴 것이다. 요즈음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의 삶이 돋보이고 새로움을 느끼고 있다."
▲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 ⓒ 임순혜
-이번 촛불집회 기간 동안 인터넷과 1인 미디어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문제 어떻게 보시는지?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는 언론을 활용할 수 없었다. 맞고, 부딪히고, 단식하고, 부수는 수밖에 없었다. 알릴 수 없었다. 소문으로만 전달되었고 불법을 저질러야만 알릴 수 있었다. 경찰차 부수고 경찰차 유리 부셔도 그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었다. 지금은 그럴 필요 없다. 왜냐면 IT사업으로 인한 인터넷 공간으로 실시간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조중동도 추상적일 뿐이다. 인터넷 생중계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들고 행동하게 한다. 실시간 정보를 받고 동참하게 한다. 나부터 밤새 인터넷 검색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나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청와대는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 이미 이겼다고 하셨는데, 향후 어떻게?
"간단하지는 않다. 권력의 속성은 솔직하지 않다. 그러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군대를 동원할 수도 있는.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30년 동안 국민의 의식이 변했다. 이명박은 달라진 인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시간문제라고 본다. 계속 진실을 이야기하고 합쳐진 소리를 내면 멀지 않았다고 본다. 거짓 집단은 아무리 힘이 있어도 악수를 두기 때문이다. 이미 이명박도 계속 악수를 두고 있다."
▲ 통합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국민토성위에 올라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임순혜
- 천정배 의원이 시민들에 떠밀려 모래주머니 위에서 격려의 말을 하였는데?
"독재정권 때 아스팔트 위에서 만난 사람들 많다. 그 사람들 가운데 권좌에 앉아 대통령까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아스팔트 위에 살던 정신을 다 잃었다. 김영삼, 김대중, 전반적으로 한미관계를 정리하지 못했다. 조중동 등 과거 기득권 세력들 정리하지 못한다. 상당한 희생이 필요했으나 못했다. 이들에 대한 불만으로 정권을 빼앗겼다. 아스팔트 위에서 활동하던 정신이 10년 동안 묻혀버렸다. 과거 독재정권시 남은 악법들을 써 먹었다. 과거 유산 물려받아 써 먹어 국민들 실망 커 이명박이 대통령 되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식변화를 몰라 적이 분명해졌다."
- 향후 정국 전망은?
"민주화 운동, 통일 정신 묻혔다가 이명박 정권을 혼내주며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과거 동지들이 못했기 때문에 정권 넘어가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고 생각한다. 기필코 2보 전진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빨리온 것 같다. 2보 전진의 길에 들어선 것 같다."
▲ 조선일보앞에 붙은 스티커와 쓰레기들. 한 주부는 "쓰레기통이 여기 있네" 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 26일 새벽 시민들은 조선일보사 팻말을 모두 떼내기도 하였다. ⓒ 임순혜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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