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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용 레이더 구입' 이 대통령, 부시 달래기 나서나?

[정욱식 칼럼]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일 없기를

등록|2008.06.28 11:31 수정|2008.06.28 12:14

▲ 미국 MD 시스템 ⓒ Reuters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레이더' 도입 방침을 밝혔다.

지난 26일 이상희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청의 제2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연내에 수대의 조기경보레이더 도입 사업안을 승인한 것이다. 사업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8~9월 경에 사업 공고를 낸 뒤,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조기경보레이더 개발 국가를 상대로 협상해 연내에 구입 계약을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이라는 정책 고려와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와의 상호운용성을 고려할 때, 도입 기종은 미국제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고로 한국을 MD 배치의 최우선 대상으로 삼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2003년 초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와 함께 조기경보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해놓고 있다. '합동 전술 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로 불리는 이 레이더는 상대방의 미사일 발사 위치와 시점을 파악한 후 PAC-3와 전투사령부에 그 정보를 보내는 임무를 수행하는 이동식 시스템이다.

특히 이 레이더는 정보처리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해 MD 시스템과 전투사령부에 신속히 정보를 보냄으로써, 상대방의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고 미사일 요격 시간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상당한 성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제공격'과 '미사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MD 작전의 핵심 시스템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레이더는 한국의 조기경보레이더 도입 사업의 유력한 기종이 될 공산이 크다.

부시 달래기 위한 'MD 참여' 신호탄인가?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이번 방침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MD 참여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핵심적인 MD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결국 '부시 달래기'의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정부가 부시 대통령에게 한미 전략동맹을 제안하고 부시가 이를 수용하면서, 미국은 이명박 정부의 동맹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쇠고기 파동이 불거지면서 양국 관계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었고, 그 여파로 7월로 예정된 부시의 방한도 무산되었다.

부시 행정부는 7월 방한 때 한미간의 전략동맹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그 내용물을 한국의 MD 참여, 방위비 분담금 인상, 평택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조속한 완료, 한국의 해외 파병 등으로 채우려고 했다. 그러나 쇠고기 파동 여파로 이들 문제는 제대로 협의조차 되지 못했고, 이는 부시의 방한 무산의 본질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MD용 레이더 도입 방침을 밝힘으로써, 부시 행정부의 불만을 달래 8월경에 부시의 방한을 재추진하기 위해 선물을 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MD는 부시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전략동맹을 외쳤다가 쇠고기 파동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MD만한 선물이 없다고 이명박 정부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MD 참여,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

이명박 정부와 군당국 일각에서 MD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이성출 장군은 지난 3월 미국 <디펜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MD 참여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밝히면서도, 한국의 선택 방안으로 ▲ 한국이 요격 미사일 발사 장소를 제공하는 방안 ▲ 미국이 개발중인 MD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안 ▲ 미국의 MD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 ▲ 미국의 MD 체제와 상호운용될 수 있는 MD 시스템을 구입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조기경보레이더 구매 방침은 바로 네 번째의 선택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MD용 레이더 도입 방침은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 여론이 MD 참여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수천억 원대의 예산을 낭비하는 사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업은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중국 및 러시아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지난 3월 김태영 합참의장의 '선제타격' 발언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의 MD 시스템 도입 방침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한미동맹을 "냉전 시대의 유물"로 표현하면서 한미 전략동맹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러시아 역시 MD를 기축으로 한 한-미-일 삼각동맹의 출현 가능성을 '동아시아의 NATO'로 인식하면서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MD용 레이더 구매는 MD 참여의 모호성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이들 나라와의 관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 "내가 운전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18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해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MD 참여보다 북핵 해결이 부시에게 더 큰 선물

부시 행정부가 MD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MD용 레이더 구매 방침은 부시를 달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MD 참여에 부정적인 여론을 자극해 '제2의 쇠고기 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지금 이명박 정부가 부시 행정부에 줄 수 있는 더 큰 선물은 MD 참여보다는 북핵 해결이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영변 냉각탑 폭파를 계기로 미국 내에서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업적 빈곤증'에 시달리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대통령과 국무장관까지 전면에 나서 대북강경파를 상대로 힘겨운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그만큼 부시 행정부는 '북핵 해결'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삼고 싶어한다.

이명박 정부는 바로 이 점을 포착해야 한다.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 나라 안팎으로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MD 참여보다는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모두가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핵 해결에 한국이 적극 기여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정상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7월 초 일본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 기간 중 '잠깐' 만나는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 의제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역효과'를 내고 있는 한미 전략동맹보다는 부시가 그토록 업적으로 삼고자 하는 북핵 문제와 6자회담의 미래를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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