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외침 "나를 파면하려면 MB도 파면하라"
금남로에 촛불 밝힌 1000여명의 시민들... 29일엔 차량시위도 계획
▲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광주 금남로에는 시민 1천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 이주빈
▲ 누구 맘대로...!!한 어린이가 비옷을 입고 아빠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 이주빈
28일 저녁 7시 30분, 금남로엔 약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고시무효 이명박 심판 범시민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장맛비가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했지만 시민들은 두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자유발언을 하며 문화공연을 즐겼다.
"비가 온다면/젖어버린 민초들의 부싯돌로/어찌 촛불을 밝힐 수가 있겠습니까/총칼을 앞세워/민중의 피를 물대포삼아/그 횃불 끄곤 했던/암흑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아프고도 아픈 비가 온다면 말입니다//
비가 온다면/쥐새끼 기어들듯/스믈 스믈 들어오는 미친 소에 맞서 있는/순결한 생명의 촛불이라 해도/그 빗속에서/무슨 수로 밝힐 수 있겠습니까/저러다가 꺼지겠지를 되뇌이며/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는/쥐박이의 간교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괴롭고도 괴로운 비가 온다면 말입니다" - 박종화 <비가 온다면> 중에서
자신을 '광주 저팔계'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이제 그만 촛불을 끄고 국민투표로 진검승부를 하자"고 제안했다.
"촛불집회를 하는 우리 국민 보고 소수라고 하니 국민투표를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더 많은 지지를 얻으면 우리 국민이 그만 두고, 우리가 더 많은 지지를 얻으면 대통령이 스스로 그만둬야 할 것입니다."
기원주 전농 광주연맹 대표는 "이렇게 빠르게 국민저항에 부닥친 정권은 이명박정권이 처음"이라면서 "'차라리 죽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사료값과 비료값 폭등으로 자살해가는 젊은 농부의 사연을 전했다.
자신을 "근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자유발언자는 이날 시민들로부터 가장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미운 것이 조중동"이라며 "그래서 하루에 다섯 군데씩 조선일보에 광고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그 곳에 광고하면 역효과가 날텐데 괜찮냐'고 질문도 하고 걱정도 하고 있다"고 말해 폭소와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 "이렇게 야간에 집회를 하면 불법"이라면서 "내가 불법집회에 참가해 국민의 세금으로 내게 주는 월급이 아깝다면 나를 파면하라, 하지만 5000만 국민에게 고통을 준 이명박 대통령도 똑같이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두 시간의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 중 200여명은 밤 9시 30분부터 한나라당 광주시당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29일 촛불집회는 오후 4시부터 광주역에서 시작한다고 광주전남비상시국회의 측은 밝혔다. 주최 측은 광주역에서 차량시위와 거리행진을 벌인 후 금남로에 모여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 비가 간간히 내렸지만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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