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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와 세대차이에 관한 단상

등록|2008.06.29 14:39 수정|2008.06.29 14:39
요즘 TV 속 연예오락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 할 때가 있다. 내용 전개상 비추어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새로운 단어로 순간이나마 혼란에 빠진다.

인터넷 공간에서 그 농도는 더욱 짙다. 누리꾼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속 내용들은 농담 섞어 절반은 알아듣지 못할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의미가 공유되어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휘 사용이 통일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직 20대인 나 자신도 이질감을 느낄 정도이니 할머니 세대는 물론 부모님 세대가 느낄 이질감은 새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같은 문화권, 같은 언어를 쓰는 어느 사회에서나 다양한 개인적 차(세대, 학력, 성 등)에 따른 구분은 있다지만 현 시대의 신조어는 이런 불가결의 구분을 더욱 확연하게 만들어놓았다.

세대 간에 공유되지 못하는 어휘들로 하여금 장점 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것이 주관적인 견해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의사소통의 원활하지 못함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신조어란 새로운 단어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종래에 있던 사물이나 개념에 대해 새로운 표현이나 의의를 부여한 말이기에 범위는 상당히 포괄적이다.

한자어나 외래어를 대신하기 위하여 고유어로 만들어진 단어도 있고 사람들의 입에는 오르내리지만 사전에 실리지 않은 말, 어형이나 발음형식이 특이해 회화에 널리 쓰이는 유행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중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갈라(?) 놓는 것들은 대부분이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신조어의 대부분의 탄생 주체는 신세대들에게서 이뤄진다.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언어의 특성상 다수의 사람이 공감하고 이용 빈도가 많아지면서 그 것이 곧 신조어가 되어버린다.

감각적이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적 사고방식에 있어서 격의 없고 정감 있는 통신언어는 연대의식을 맺게 한다. 주로 신세대들이 PC(인터넷)를 많이 활용하고 TV연예오락프로그램을 자주 보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시대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PC의 인터넷 문화와 TV연예오락프로그램은 신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로의 말이 다르기 때문에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의 생각이 공감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심하면 오해와 불신까지도 초래한다. 학자들은 이를 ‘정보인프라’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나타나는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세대들은 왜 이런 신조어들을 계속적으로 창출해 내는 것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신세대들은 이러한 은어구를 사용함으로써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문화세계를 만끽 한다 느낀다고 한다.

현실에 대한 욕구불만을 발산하고 또래집단의 결속력을 다지기도 한다. 은어나 속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쩐지 이상하고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것들이 은연중에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또, 온라인 게임과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면서 필요 이상의 줄임말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흠좀무(흠...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정줄놓(정신 줄 놓았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등은 다소 심각하다 생각될 만큼 본래 의미를 함축시켜놓은 대표적인 표현들이다.

과거 ‘상상플러스 OLD&NEW’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신세대와 기성세대간의 언어를 퀴즈 형식으로 맞추는 형태의 시도가 있었다. 근래 흔히 쓰이지 않는 기성세대의 순 우리말과 신세대들에 의해 창조되어진 신조어를 맞추며 서로의 벽을 허물어보자는 의도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시청자의 입장에서 매주 즐겨보며 노력해봤지만 결코 쉽사리 맞추기란 힘든 것이 많았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실제 이만큼 세대 간의 괴리가 심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당시 문제를 풀어보며 가져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사회 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인 가정에서도 이런 것들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소통의 장애가 생기고 이는 곧 세대 간 대화의 단절로 이어지게 된다.

한 나라의 국민을 떠나 한 가족의 구성원 간에도 언어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일상어처럼 신조어가 쓰이면서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거나 다르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는 우리의 말과 글을 가꾸어 나가는데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실제 어법과 비교해 부자연스럽거나 어긋나는 것들이 많고 외래어의 무분별한 남용이 보편화 되면서 국어가 훼손되는 언어파괴의 경향이 큰 것 또한 의사소통 문제와 더불어 큰 문제이다.

결국 통신언어에 익숙한 신세대와 그렇지 못한 기성세대간의 단절이 발생하거나 심화될 가능성은 이미 확인되었다. 어쩌면 이런 말들이 널리 쓰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자체를 ‘좋다’, ‘나쁘다’ 식의 잣대를 대어 가치 평가하는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에 타 세대를 배려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신세대들의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한 개개인의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여기에 더해져 국가적으로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기성세대는 이를 심각한 사회문제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정보화 발달의 심화에 따른 자연스럽고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무분별한 신조어의 창출을 받아들이자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파괴가 이루어지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기존에 사용하던 언어보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해 사회의 변화라는 조류에서 보아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말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기성세대에서는 신세대들의 이러한 언어 속 문화 현상을 이해하고 쓸 모 있는 말은 받아들이려 노력한다면 미래 사회에서 우리 말 자체가 더욱 더 참신하고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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