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서울 한복판에 전쟁이 났었다면서요?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가

등록|2008.06.30 21:02 수정|2008.06.30 21:02
주말 내내 집회현장에 나가지 못해 마음이 개운치를 못했다. 같이 시청으로 나가자는 전화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처리해야 할일과 지난 6월 24일 새벽 새문안교회 옆골목에서 경찰이 던진 돌맹이에 얼굴을 맞아 가벼운 부상을 당했던 나로서는 주말을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시간이 있어 켠 뉴스마다 강제해산을 당하면서 겪는 시민들의 모습들이 계속 내 눈속으로 오버랩 된다. 물론 전경들 또한 무슨 죄가 있어 같은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마음이 찹찹했다. 올 2월 아들을 최전방 철책부대로 입대시킨 나다. 집회에 나갈 때마다 부모의 심정으로 그들을 보면 난 알 수 없는 분노와 눈물이 함께 울컥였다. 그러기에 마음속으로는 연방 '미안하다… 미안하다'를 되뇌였다.

돌에 맞은 내 얼굴6.24일 새벽 새문안교회 옆골목, 경찰이 던진 돌맹이에 맞은 내얼굴. 다행이도 비켜맞아 큰부상은 아니였지만 제대로 맞았다면... ⓒ 서정삼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하여 점심식사를 하러 평소가던 식당에 들렀다. 밥이 나오는 동안 카운터에 신문이 있기에 펼쳤더니 공교롭게도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다. 주인께 슬쩍 물었더니 겨면 쩍어 하면서 "단골손님이 하도 권해서 어쩔 수 없어 본다"기에 나도 그냥 '픽'하고 웃어줬다. 하지만 역시 조중동만큼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1면을 보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휴일 서울 한복판은 전쟁터였다' <중앙일보> 시위대, 전·의경 50여 명 포위한 채 무차별 폭행. 쇳조각. 돌 던져 부상자 속출… '시가전' 보는 듯이라는 제호밑에 29일 0시 18분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건물 앞 태평로. 서울경찰청 소속 50, 306중대 전·의경 50여 명이 시위대 수천여 명에게 포위됐다. 강제해산을 위해 선두에 섰다 고립된 것이다. 전·의경들은 이내 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각목에 맞아 쓰러졌다.

서울 한복판이 전쟁터였단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전쟁'의 의미를 어떨게 받아 드려야 하며 이 같은 기사와 제목을 단 신문사의 기자들은 어떤 관점에서 시위현장을 "전쟁터"라고 표현했는지 참으로 궁굼하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나는 왜 조중동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지면을 넘겨보니 더더욱 가관이다. 남친 "죽고 싶다"는 말에 여친들 발동동. 전경 "살려달라 외쳤지만 쇠파이프 날아와", 연행된 사람 무직·일용직·노숙자 많아. 검찰총장 "불법폭력촛불시위 종지부 찍겠다" 시위대 물총에 까나리액젖 담아 발사. 친절한 공권력 10년 만에 '만만한' 공권력으로… 등. 입안에 있던 밥알이 목에 걸린다. 일방적인 기사들 일색이다.

쇠파이프에 낫, 장도리까지 들고 나와 적군들과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라는 기사를 보면서 누가 적군이기에 이 전쟁을 치루고 있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환장할 노릇이다. 묻고 싶다. 당신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면 하느님은 알고 계신지, 제발 물어봐 달라. 국운이 깃들어 있는 청와대 뒷산에 다시 한번 올라가 이번에는 산상기도회를 열어서라도 꼭 물어 봐 달라.

젖먹이 아이를 앞세운 부모들이 나라를 파탄내고자 하릴없이 집회에 나오고 있는지, 촛불이 이제는 광란의 불길로 번져 더이상은 방치할 수 없기에 물대포에 진압봉에 방패로 사악한 무리들을 진압하려 하는지 두 번 세 번 물어 봐 달라. 순수한 의료행위를 하러 나와있던 여성의 목덜미를 방패로 내리친 경찰의 비이성적인 만행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십자가의 모양과 색깔이 틀리게 보인 이교도였기에 그리하였는지도 물어 봐달라.

그리고 시위대의 장도리와 쇠파이프에 일방적으로 머리 깨지고 폭행을 당하고 있다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전경들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려주는 조중동의 기사들이 복음인가 또한 물어 봐달라. 오늘도 북녘을 바라 보면서 이 나라 이 땅에 전쟁이 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묵묵히 철책을 지키는 아들 놈이 몹시도 자랑스럽다. 내 아들 등뒤에서 "전쟁"을 일으킨 이, 정녕 그대는 누구인가?
덧붙이는 글 중앙.조선 1면 사진을 올리고 싶으나 사진 게재를 당연 허락치 않을꺼 같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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